1.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와 1999년 4월 2일 주식양수도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A회사 발행 지분을 양수하였음. 피고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A회사는 본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 및 보증을 하였음.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피고가 진술 및 보증사항을 위반한 경우 그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기로 약정하였음.
그런데, 원고 및 A회사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담합행위(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하였음.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고, A회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였음. 이후 대한민국은 이 사건 담합행위를 이유로 A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음.
이에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상의 진술 및 보증사항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함.
2. 쟁점
원고 역시 이 사건 담합행위에 참여한 자로서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진술 및 보증 위반을 알고 있었던 자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진술 및 보증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
3. 원심(고등법원)의 판단
이 사건 담합행위에 참여했던 원고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피고의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위반사실을 가격산정에 반영하였거나 또는 충분히 가격산정에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원고가 이후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들어 뒤늦게 피고에게 그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악의의 주식양수인인 원고에 대하여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음.
4. 상고심(대법원)의 최종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함.
- 처분문서의 계약서의 내용을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함.
-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는 원고가 계약체결 당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 등이 배제된다는 내용은 없음.
-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진술 및 보증조항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경제적 위험을 배분시키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감안하여 주식양수도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필요성은 원고가 피고의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여전히 인정되어야 함.
-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것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실행일 이후여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A회사에 이 사건 담합행위를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 등을 부과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움.
-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고 이를 이 사건 주식양수도대금 산정에 반영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려움.
5. 해설
동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 하급심 판결은 (i) 악의의 매수인은 진술 및 보증 위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21. 선고 2011가합22721 판결 등)과 (ii) 매수인이 악의인지 여부는 매수인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7. 27. 선고 2010가합12420 판결)이 대립하는 등 법원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관련하여 국내의 학설도 악의의 매수인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와 매수인이 악의인지 여부는 손해배상 책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술 및 보증조항이 발전해온 미국의 학설은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주된 기능이 위험분배 및 가격조정이라는 점을 근거로 악의의 매수인도 책임추궁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 대법원 판결도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험분배 및 가격조정 기능을 판결에 이른 이유 중 하나로 설시하고 있습니다.
악의의 매수인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만큼, 이후
악의의 매수인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시키고자 하는 매도인은 반드시 주식양수도계약에 해당 내용을 명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동 대법원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악의의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어 악의의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부정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만큼,
매수인으로서도 알고 있는 진술 및 보증사항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한을 확실히 보유하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을 주식양수도계약에 명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 다운로드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