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일정 사항을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하고(제17조 제2항),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제27조),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시 서면으로 촉구하고 서면통보를 해야 하며(제61조), 18세 미만자와의 근로계약서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교부해야 하고(제67조 제3항).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합니다(제51조, 제52조).
그중에서 해고통지시 서면 통보와 관련하여 이메일 등 전자문서로 통보한 것이 유효한지와 관련해서는 하급심 판례와 행정해석이 분분하였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이하 ‘이 사건 판결’).2)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터는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무조건 유효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과연 이 사건 판결의 취지가 무조건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보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해고의 서면통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해고통지의 내용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원칙적으로 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통지하는 것이므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고, 그 의사표시의 방법은 서면, 구두 등 어떠한 방법을 취하더라도 가능합니다.3)
그런데 사용자가 해고를 하면서 그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해고를 통지하는 등 해고시점, 해고사유 등이 명확하지 않아 추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하여 해고를 둘러싼 분쟁해결에 도움을 주고 사용자의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무분별한 해고의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2007년 7월 1일부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4)
해고사유를 명시할 경우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야 합니다.
하급심 판례는 해고사유를 명시하면서 ‘근무성적 불량 및 지시 불이행 등’이라고만 기재한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기재되지 않아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무성적이 불량한지, 어떤 행위가 지시 불이행에 해당하는지 등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5)
대법원은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6) 즉, 이 판결에서는 (i) 근로자가 이해할 수 해고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데, 그 판단기준은 근로자가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이고, (ii) 징계해고의 경우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비위내용이 기재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해고통지의 2가지 기준을 정해 주었습니다.
따라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해고사유가 명시(예를 들어, 언제 어떠한 행위가 취업규칙 무슨 규정을 위반했음)되어야 하고, 단순히 취업규칙의 조문만을 나열할 경우에는 해고사유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됩니다.
한편,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않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즉, 해고사유 통지에만 신경을 쓰다가 언제부터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점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의 유효성
가. 과거 판례
과거 하급심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이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한다고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회사가 전자결재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 과정을 관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자문서에 의한 해고통지도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7) 다만, 그 판결에서도 이메일은 전자결재 체제가 완비된 회사의 전자문서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점, 원고와 참가인이 업무연락 수단으로 이메일만을 사용하였다거나, 장소적ㆍ기술적 이유 등으로 이메일 외의 의사연락 수단이 마땅히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다는 이유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른 하급심 판례는 해외에 있는 근로자에게 이메일로 해고사실을 통지하면서 해고사유가 담긴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첨부한 사안에서, 이메일은 의사연락의 수단이자 해고의 의사가 담긴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므로, 이러한 해고통지를 ‘서면통지’로 판단하였습니다.8) 이 판결에서는 이메일이 의사연락의 수단일 뿐이고 이메일에 첨부된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가 서면통지라고 판단한 것이므로, 이메일 자체가 ‘서면’ 통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 이 사건 판결
(1) 판결 요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취지는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함과 동시에 해고의 존부 및 그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의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① 다음과 같은 점(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제4조 제1항에서 전자문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 점, 출력이 즉시 가능한 상태의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동일하여 저장과 보관에서 있어서 지속성과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도 있는 점, 이메일의 형식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의사를 명확히 알 수 있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서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들을 고려하고 ②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다면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③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④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보를 유효하다고 인정한 구체적인 사정으로 ① 근로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구체적인 비위내용을 통보받고 소명기회를 가진 점, ② 회사가 징계위원회 의결결과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점, ③ 근로자가 회사에게 부당해고에 대해 다툴 것이니 관련 자료 일체를 담당 노무사에게 보내라고 요청한 점, ④ 회사는 해당 노무사에게 이메일로 징계결과통보를 복사한 파일 및 관련자료를 발송하였고, 노무사에게 전화하여 이메일 수신 여부를 확인한 점, ⑤ 근로자가 위 노무사로부터 징계결과통보서의 내용을 전달받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에 대응한 점 등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2) 판결의 취지
이 사건 판결은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본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메일의 내용에서 사용자의 해고의사(해고사유, 해고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는 것을 전제로 근로자가 이메일 수신하여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앞으로는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가 무조건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명시적으로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해고통지를 서면으로 보내거나 서면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추후 분쟁 예방을 위해 필요합니다. 해당 근로자의 주소지 불명이거나 해외 근무 등으로 서면통지가 어려울 경우라면,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보내더라도 반드시 근로자에게 연락하여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4. 인사노무담당자가 유의할 사항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대법원 판결은 무조건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들은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섣불리 해고통지를 이메일로 하기 보다는 추후 분쟁 예방을 위해 가능하면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는 것을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주소지 불명이나 해외 근무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해고의 서면통지가 어려운 경우라면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하면서 서면통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해고사유 및 해고시기를 명시하고, 이메일 발송 이후에도 근로자에게 연락하여 이메일을 확인하도록 하되, 증거 확보를 위해 이메일의 수신확인 기능이 있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거나 녹취록 등을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해고예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고하기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해야 하고, 해고예고의 방법은 특별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바가 없어서 서면이나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입증책임의 차원에서 해고예고도 서면으로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최근 법률이 개정되어서 해고예고를 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면, 해고예고 뿐 아니라 해고의 서면통지를 한 것으로도 인정됩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3항). 그러므로 해고하기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도 서면으로 명시하면 1번의 통지만으로 해고예고와 해고통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