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P5+1(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과 이란이 합의한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 따른 제재 해제 이행일(Implementation Day)이 2016년 1월 16일 도래 선언됨에 따라, 핵개발과 관련하여 이란에 적용되던 EU 및 미국의 경제ㆍ금융제재가 해제되었습니다.
이에 기획재정부장관은 2016년 1월 17일 이란법인 및 이란인과의 지급 및 영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던 관련 규정을 폐지한다는 통첩을 발령하였고 이에 따라 그간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이란과의 교역이나 투자금 송금 등 자본거래도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이란에 투자 또는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 플랜트를 비롯해 석유화학이나 조선, 철강 등의 업종은 물론, 종전 제재 하에서도 교역을 지속하던 가전, 플라스틱, 종이, 화학 등의 업종도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직접투자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이행일 도래 선언에 따라 해제되는 대이란 경제제재는 핵개발과 관련되어 추가 발령된 Secondary Sanctions뿐으로, EU는 제재대상목록에 포함된 이란(법)인과의 거래 및 군수품과 관련된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은 특별제재대상자 (Specifically Designated Nationals) 목록에 포함된 이란인이나 이란법인, 그 관계회사나 특수관계인 등과 미국인에 의하거나 미국으로부터의 거래, 미국 금융시스템 및 미국 달러화 청산결제시스템을 통한 자금 이전에 대한 금지 조치(Primary Sanctions)를 유지합니다.
이번에 해제되는 대이란 경제제재의 내용과 그 영향, 한국기업들이 특히 유의할 사항, 그리고 JCPOA에 따른 Snapback 규정의 의미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제재 해제 이후 이란(법)인과의 거래 관련 유의할 사항
기획재정부는 JCPOA 이행일의 도래 선언에 따라 2016년 1월 17일 이란(법)인과의 금융거래에 관한 한국은행총재의 허가제를 중단하고, 이란 교역 금지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을 폐지하였습니다. 같은 날 전략물자관리원이 비금지확인서를 폐지하였고, 이란 사업 수주를 제한하던 해외건설활동 가이드라인도 폐지되었습니다.
다만 이란(법)인과의 모든 거래가 자유로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2022년 10월까지는 종전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재부과(Snapback) 될 위험도 있는 만큼, 한국기업들은 거래상대방이 제재대상목록에 포함되는지, 거래당사자 중에 미국인이나 미국 회사의 지배를 받는 법인이 포함되는지 등을 사전에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과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결제는 여전히 제한되므로, 이란과 교역 및 투자대금 결제를 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은 유로화를 결제수단으로 하거나 종전의 원화결제시스템을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송금에 대하여 신고 수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거래 구조에 관하여 사전에 주거래은행과 개별적인 협의를 거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미국 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2016년 1월 16일 JCPOA 이행일 관련 Non-SDN Iran Sanctions Act List를 발표하여 400여 개의 이란법인, 개인 및 단체를 특별제재대상 목록(SDN List)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서울에 영업소를 둔 멜라트은행 역시 특별제재대상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외국환업무를 개시할 경우 이란과 관련한 외국환 지급 및 영수의 실무적인 절차가 조속한 시일 내에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JCPOA에 따른 향후 합의 이행 일정
이행일은 IAEA의 사찰 결과 이란이 과거와 현재 모두 핵무기개발과 무관하다고 검증되어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날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 제재의 해제 방식은 미국과 EU 간에 차이가 있는데, EU는 이행일 기준 핵개발 관련 제재 일체를 폐기하는 반면, 미국은 기존 제재규정의 적용을 이행일로부터 JCPOA에서 정한 결의채택일(Adoption Day, 2015년 10월 18일)로부터 8년이 되는 날까지 잠정적으로 ‘유예’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해제합니다. 미국의 ‘유예’는 이란의 JCPOA 의무사항 준수를 조건으로 하며,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날 또는 그 이전이라도 IAEA가 이란의 모든 핵물질이 평화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날(Transition Day)에 미국은 제재 해제를 위한 입법 의무를 부담합니다. 결의채택일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 이란이 JCPOA 의무 이행을 준수하는 경우 해당일(Termination Day)에 이란 관련 모든 제재의 완전한 해제가 선언됩니다.
3. 이란의 JCPOA 위반 시 경제제재 다시 부과(Snapback)
이란이 JCPOA가 정한 유예기간 중에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JCPOA 참가국들은 적용이 유보되어 있던 대이란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Snapback)할 수 있습니다.
Snapback 절차를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JCPOA 참가국은 이란, P5+1(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및 EU 대표로 구성된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에 이란의 합의사항 위반을 안건 상정할 수 있습니다. 공동위원회는 JCPOA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안건 심의를 합니다. 이러나 안건 심의를 통해서도 JCPOA의 주요 위반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안건 상정을 제안한 JCPOA 참가국이 UN안보리에 이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지를 받은 UN안보리는 대이란 경제제재의 해제를 지속할 것인지 결의 안건을 상정해야 하고, 위 결의가 30일 내에 채택되지 않으면 종전 UN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이란 경제제재가 다시 부과됩니다.
관련하여, EU는 이행일 이후 경제제재를 폐기하였으므로, 종전 UN안보리 결의에 근거하여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다시 부과하려면 각 회원국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는 이행일에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8년간 잠정적으로 중단되는 것이므로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 바로 부과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JCPOA 제37조가 대이란 경제제재가 다시 부과되는 경우에도 이행일 이후 제재 복원이 있기까지 적법하게 이루어진 거래에 대해서는 해당 제재를 소급하여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의 구체적인 의미와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상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 정세나 역학관계에 비추어 Snapback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가 좀 더 우세하기는 하나 그 적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유예기간 동안에는 JCPOA 참가국의 동향에 특별히 유의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