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노조는 금속노조 산하에 있다가 2010년 6월 조합원 총회를 열어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습니다.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총회에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해 97.5%인 536명이 기업노조 전환에 찬성했습니다. 이에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금속노조 산하 지회장 등 6명은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1, 2심은, ①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독자적 단체교섭・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②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지회는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춘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어 조직형태 변경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상판결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①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까지 보유한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뿐 아니라 ②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 능력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독자적인 규약・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여 법인 아닌 사단인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도 산별노조 지부가 기업별 노조 지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은 원심이 산업별 노동조합 지회 등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원심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자적인 단체교섭・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춰 독립된 노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함으로써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에는 5명의 대법관이 제시한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의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이 주체가 된 조직형태 변경만을 허용하므로, 산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산별노조뿐이며,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에 한해 자체 결의로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반대의견은, 설령 다수의견을 따르더라도 발레오만도지회는 법인 아닌 사단의 지위를 가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립적인 단체교섭권, 단체협약 체결권까지 보유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하여 활동하는 등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조직형태 변경 방식으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설립 및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와 이를 추구하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의사 결정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 유지의 필요성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선언한 것입니다. 다만,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립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여 산별노조 활동을 위한 내부적인 조직에 그친다면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통하여 산별노조를 이탈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2.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두12457 판결
가.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대법원은 지난 1월 28일 전국OOOOO노동조합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원고가 2010년 8월 47개 업체와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은 업체별로 조합원 수에 따라 매월 8만 원~15만 원의 보조비를 지급할 것을 규정하였습니다. 피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장은 2012년 3월 2일 이 사건 단체협약상 보조비지급조항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 단체협약 시정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사무보조비 조항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노동조합법 관련 규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서 정한 행위를 벗어나서 주기적이나 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는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을 지닌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본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해석되고, 비록 그 운영비 원조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 투쟁으로 얻어진 결과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을 가지고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해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본문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한 태양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운영비 원조가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혹은 운영비 원조를 통한 노동조합의 자주성 침해가 별도로 인정되어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즉, 사용자의 원조행위는 그 자체로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결과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형식설)와 형식적으로 사용자에 의한 운영비원조 등이 있더라도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실질설)가 대립하여 왔습니다.
행정청은 형식설의 입장에서 시정명령을 내려 왔으며, 하급심 재판례도 대체로 형식설의 입장에서 시정명령의 정당성을 수긍하여 왔습니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 지원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지를 별도로 살펴볼 필요없이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써 형식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가 정한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에 비용지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종래 일부 하급심 판결은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에 수도, 전기요금, 냉난방비와 같은 사무실 관련 비용도 포함된다고 해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14년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무실의 제공'이란 전기요금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한데 이어(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109531 판결), 대상판결에서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사무소 제공’의 해석상으로도 비용지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과 운영비원조를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사용자에 의한 유무형의 지원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사무실 시설, 비품을 넘어서는 비용지원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설령 이러한 지원행위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 투쟁의 결과라도 마찬가지는 점을 분명히 한 이상,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지원행위를 재검토하여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69705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2다10980 판결
가. 사건의 경과
대상판결들은 한국지엠의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들입니다. 한국지엠은 월 기본급의 700%와 전년도의 인사등급에 따라 결정된 인상분을 해당 연도의 업적연봉으로 정하여 매월 분할하여 지급하였으며, 위 인상분은 전년도 인사평가 등급에 따라 각각 A 등급은 월 기본급의 100%, B 등급 75%, C 등급 50%, D 등급 25%, E 등급 0%로 정해졌습니다. 이와 같은 업적연봉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판결(서울고등법원 2013. 7. 26. 선고 2010나20053 판결)과 부정한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 12. 23. 선고 2009나6914 판결)을 선고하여 엇갈린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판결)이 업적연봉에 대하여 판단기준을 정하였고 대상판결들은 그에 따라 통일된 판단을 선고하였습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들은 다음과 같이 대법원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여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해당 연도의 임금 지급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근로자의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해당 연도에 특정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을 정하는 경우 해당 연도에는 그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적이므로, 해당 연도에 있어 그 임금은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보통 전년도에 지급할 것을 그 지급 시기만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근무실적에 관하여 최하등급을 받더라도 일정액을 최소한도로 보장하여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그 한도 내에서 고정적인 임금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한국지엠의 업적연봉은 해당 연도의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전년도의 근무성적에 따라 결정되고, 해당 연도 초에 정해진 업적연봉이 변동되지 않은 채 고정되어 그 해 12개월로 나눈 금액이 매월 지급되므로,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해설
대상판결은 업적연봉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엇갈린 2심 판결을 정리한 것입니다. ‘전년도’의 근무실적에 따라 ‘해당연도’의 근로에 대한 대가인 업적연봉이 정해진다면 해당연도를 기준으로 볼 때는 이미 업적연봉의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정해진 것이므로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업적연봉이 전년도의 근로에 대한 대가라면, 전년도의 소정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실적에 따라 지급여부 및 지급액이 달라지는 경우이므로 고정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상판결들도 이를 고려하여 “보통 전년도에 지급할 것을 그 지급 시기만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으나 전년도의 근무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전년도 말이나 당해 연도 초에 일괄하여 지급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업적연봉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특정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기는 어려워졌으며, 재직자성 기타 지급조건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을 고려하여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4.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2다96885 판결
가. 쟁점
대상판결은 크게 두 가지 쟁점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첫째, 노사가 임금피크제 시행에 합의하였더라도 그러한 단체협약이 이사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지, 둘째,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그 지급액이 달라지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입니다. 둘째 쟁점은 위 3.에서 다루고 있는 업적연봉의 경우와 동일하므로 아래에서는 임금피크제 부분에 관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나. 사건의 경위 및 대상판결의 요지
한국OO교육원(이하 ‘교육원’)과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 교육원 지부는 2006년 10월 9일 ‘임금피크제 및 공모시행제 노사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여 만 58세부터 매년 일정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되 정년 후 2년간 고용을 연장하여 매년 연봉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12. 10. 12. 선고 2010나117476 판결)은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는 보수의 인상이 아니라 임금이 삭감되는 구조이므로 교육원이 구 한국○○교육원법(2008. 12. 31. 법률 제931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이사회의 의결절차나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전까지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후 2년간 고용을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인사규정의 변경과 예산 및 신규 고용규모 등의 변동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그 내용 확정이나 이행을 위하여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교육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다. 해설
대상판결은 교육원의 설립근거 법률인 한국OO교육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설립 목적,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년연장 및 예산변경을 수반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이사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임금피크제를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노사합의)은 교육원 및 그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년연장에 관한 2015년 대법원 판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연장을 위하여 개정하려던 인사규정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못한 사안에서 개정 인사규정은 물론 정년연장을 규정한 단체협약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3269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110392 판결).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및 한국산업인력공단법이 정하고 있는 설립목적,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에 관한 여러 규정, 정년 연장의 예산의 지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못한 개정 인사규정 및 기존 인사규정에 저촉되는 단체협약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그 직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물론 산업인력공단 대법원 판결은 정년연장에 따라 정년 연장의 예산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예산지출이 감소되는 대상판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단체협약 체결권을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공공기관의 취업규칙을 단체협약의 상위에 놓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공공기관 또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기관의 경우 관련 법률의 취지에 따라 단체협약 체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등의 경우 노사합의에 의하더라도 법률상ㆍ내부규정상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함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두12457 판결,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69705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2다10980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2다968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