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A는 피고의 처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입니다. A는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 중도금대출이 어려워지자 아파트 분양계약의 수분양자 명의를 피고의 남동생(즉 A의 시동생)인 B에게 명의신탁하기로 하고, B에게 분양권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고 A와 B 사이의 명의신탁 사실을 모르는 이 사건 조합은 위 수분양자 지위 변경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B가 대표자인 주식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원고(대한민국)는 B를 위 법인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B에 대하여 법인세의 납부를 고지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곧바로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수분양권을 매도하고, 이 사건 조합의 승낙을 받아 수분양자 명의를 피고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B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 분양권매매계약은 B에 대한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사건의 쟁점
B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분양권매매계약이 사해행위가 되기 위해선, 일단 이 사건 아파트의 수분양권이 B에게 귀속된 상태, 즉 수분양권이 B의 책임재산에 해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동산실명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피고는, A와 B 사이에 체결한 분양권매매계약이 위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무효이므로 아파트 수분양권은 여전히 A의 소유여서 B의 책임재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파트 수분양권이 B의 책임재산이 아닌 만큼,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는 외관을 형성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과 대법원은 일치하여, 이 사건 아파트 수분양권이 B의 책임재산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의 취득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 그 계약은 유효하다.
아파트의 수분양자가 타인과의 사이에 대내적으로는 자신이 수분양권을 계속 보유하기로 하되 수분양자 명의만을 그 타인의 명의로 하는 내용의 명의신탁약정을 맺으면서 분양계약의 수분양자로서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계약인수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대하여 위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분양자가 동의 내지 승낙을 한 경우,
이는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당초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분양자와 사이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위 분양계약인수약정은 유효하다.
4. 시사점
이 사건 법률관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는 명의신탁약정의 수탁자가 일방 당사자가 되고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제3자가 상대방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예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A와 B 사이의 분양권매매계약은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인 A, B가 그대로 계약의 쌍방 당사자가 되고 이 사건 조합은 단지 수분양자 지위 이전을 동의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취지가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이 사건 법률관계가 당초 위 규정이 예정한 법률관계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다른 결론을 내려야 할 정도로 다르지는 않다는 판단하에,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를 유추 내지 확장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이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만 엄격히 한정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선의의 제3자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까지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을 유추 내지 확장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명의신탁과 관련한 법률관계의 효력을 파악하는데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2029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