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은 유효기간의 만료, 해지, 사정변경, 당사자 변경 등의 사유로 종료됩니다. 단체협약이 종료될 경우 근로관계를 어떻게 규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에서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단체협약의 종료 이후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이 개별적 근로관계, 집단적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합니다.
2. 단체협약 종료
단체협약은 유효기간의 만료, 해지, 사정변경, 당사자 변동 등의 사유로 종료됩니다.
가.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종료
노동조합법 제32조 제1항, 제2항에서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고, 유효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나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 그 유효기간을 2년으로 간주하는 등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강행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본문에서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시까지 단체교섭을 했는데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특약이 없는 한 3개월간 효력을 계속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자동연장규정). 동조 동항 단서에서는 협약의 유효기간이 종료했음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별도의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라 효력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자동연장협정).
단체협약의 종기를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경우(예: 현재 진행 중인 2016년 갱신안이 체결될 때까지로 합니다) 2년의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불확정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경우, 하급심 판례는 협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유효기간 만료로 효력이 상실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2)
나.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종료
단체협약은 그 자체에 정한 해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단체협약상 자동연장협정(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별도 약정)이 있을 경우 일방 당사자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
단체협약상 "회사와 노조는 단협 유효기간 만료를 이유로 어느 일방이 기존의 단체협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조항의 효력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됩니다. 하급심 판결은 단체협약상 해지권을 제한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3)
다. 협약당사자의 변경
사용자의 소멸(개인사업체의 경우 사업주의 사망, 법인의 경우 해산에 따른 청산)이 있으면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단체협약의 효력도 종료됩니다. 회사의 조직변경이 있는 경우 회사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단체협약은 존속하고, 회사의 합병, 영업양도가 있으면 그 권리ㆍ의무가 포괄승계되므로 단체협약 역시 존속합니다.
노동조합이 해산하여 청산하면 단체협약도 소멸합니다. 노동조합의 조직변경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변경 후의 노동조합이 변경 전 노동조합에 의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지위를 그대로 승계합니다. 그런데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권이 없는 산별노조 지부도 독자적인 규약ㆍ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여 법인 아닌 사단인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라면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4) 그렇다면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권이 없는 산별노조 지부가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경우, 산별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변경된 기업별노조에게 그대로 승계되는지가 문제됩니다.
결론적으로 조직형태 변경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의 동일성이 유지되므로 비록 해당 산별노조 지부가 체결하지 않는 단체협약이더라도 조직형태를 변경한 기업별노조가 이를 승계하지만, 산별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기업별노조가 그대로 승계할 경우 기업별 노조에는 적합하지 않는 단체협약의 내용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과 달리 구체적인 단체협약의 내용별로 그 효력을 달리 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3. 단체협약 실효 후 근로관계
가. 문제점
단체협약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 단체협약에 의해 종래 규율되어 온 개별적 근로관계, 집단적 노동관계가 무위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 개별적 근로관계
(1) 단체협약상 근로조건의 존속 여부
단체협약 실효 후 근로관계에 대한 학설은 크게 화체설5) , 외부규율설6) 2가지가 있습니다.
판례는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ㆍ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7)
(2) 단체협약 실효 후 근조조건의 변경 가능 여부
다수의 견해와 판례는 단체협약이 실효하여도 단체협약상 기준이 그대로 존속하지만 새로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해 단체협약상 기준에 의한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봅니다.8) 다만, 단체협약이 실효된 후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 취업규칙 개정을 하는 경우 그 효력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① 불리한 내용의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실효된 단체협약의 내용은 개별 근로조건으로 남아 있게 되고, 실효된 단체협약의 내용보다 불리한 내용의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협약자치의 원칙상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새로운 불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②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의 관계
판례는 이에 대해 명시적인 이유나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취업규칙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9)
이에 대해 단체협약 실효 후 취업규칙을 통해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시 근로기준법상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견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근로조건10)과 관련된 부분은 개별 근로계약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그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할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절차를 거쳐야 하고, 취업규칙의 개정이 아니라면 개별 근로자와의 합의를 통해 변경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3) 단체협약 종료 후 해고절차 조항의 존속 여부
단체협약에 해고절차(징계위원회 구성, 해고시 노동조합 동의나 협의)를 규정해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조항이 단체협약 실효 후에도 효력을 유지하는지 여부는 해당 조항의 법적 성질이 규범적 부분에 해당하는지,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지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판례는 해고절차 조항이 규범적 부분인지, 채무적 부분인지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해당 조항이 노동조합에게 의견제시의 기회를 주는 경우라면 그러한 절차를 위반하더라도 징계권 행사 효력에 영향이 없고, 사용자의 인사권행사에 노동조합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합의권 남용11))이 없는 한 그러한 절차를 위반한 징계권 행사는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12)
단체협약이 실효된 경우 위와 같은 해고절차 조항은 그 내용이 해고절차의 핵심적 내용을 갖고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조합의 약정에 의한 내용들이므로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만, 단체협약이 실효 된 후 기존 단체협약상 해고절차 조항을 변경할 경우에는 해고절차가 집단적으로 동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으므로 개별 근로자와의 계약이 아닌 취업규칙 개정이나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통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 집단적 노사관계
원칙적으로 단체협약이 기간만료 등의 사유로 종료할 경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부분뿐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채무적 부분도 실효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이에 대해 단체교섭절차조항은 신협약 체결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협약 실효 후에도 그대로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하는 해석이라는 견해 , 조합사무소의 대여, 노조전임제, 조합비공제제도 등의 편의제공에 관한 협약조항은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한 존속시키는 것을 예정한 조항이라는 이유로 단체협약 전체가 해지되더라도 노사관행으로서 존속하는 것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있습니다.14)
그러나 단체교섭절차 조항만이 실효되지 않고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단체협약이 실효한 후에도 계속해서 편의제공이 유효하다고 보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대한 제한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으며 유효기간에 대한 제한 규정의 강행성 취지에 비추어 단체협약이 실효하면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단체협약상 절차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단체협약이 실효하면 그 부분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마치며
단체협약이 실효되는 경우 실효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 해석상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효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무엇인지 구분해서, 즉 순수한 근로조건에 대한 부분, 해고절차 조항과 같이 인사와 관련된 부분, 집단적 노사관계 부분을 나누어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체협약 실효 후 개별 근로계약이 아닌 취업규칙, 단체협약을 통해 기존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경우 실효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와 함께 논의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유리원칙이 적용되는지, 취업규칙 불이익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도 좀 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