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건설 계약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민법 등 일반적인 법규정이 적용되거나, 각 건설 분야별로 적용될 수 있는 규정들이 여러 법령에 산재해 있습니다.
우선 이란 민법상 도급에 관한 규정(제561조 내지 제570조)이 공사도급계약에 기본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규정들은 매우 개괄적인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급계약의 목적인 일의 완성 전에는 양 당사자 모두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도급인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합리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 정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민법 제565조).
그리고 건설계약의 일방(주로 발주자)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인 경우에는 몇 가지 특별법 및 관련규정, 미리 정해진 표준계약의 양식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나 철도와 같이 이란 도로도시계획부(Ministry of Roads and Urban Development)가 관할하는 인프라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은행 및 기타 금융자원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에 관한 법률」(Act on Construction of Transport Infrastructure Projects through Partnership of the Banks and other Financial Sources of the Country, 1997)”의 각 규정을 검토하여야 하며, 5년마다 발표되는 경제개발5개_년계획(Five Year Economic Development Plan) 및 해당 연도의 예산법 등을 추가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2. 건설계약 일반과 관련한 쟁점
가. 시공자 결정 방식
공사계약에 있어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크게 당사자 간의 직접 협상, 경쟁입찰 및 양자를 혼합한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중ᆞ소규모 공사의 경우 발주자가 시공자와 직접 협상을 진행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규모 공사의 경우 경쟁입찰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발주자가 정부,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인 경우, 시공자 선정을 위해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란 입찰법(Tender Law)에 의하면, 이란 정부부처, 공공기관 및 공기업, 정부 관련 영리단체, 공공 금융기관 및 은행, 공공 보험회사, 비정부 공공기관 및 재단 등을 포함한 이란의 입법ᆞ사법ᆞ행정부는 경쟁입찰 시 입찰법에 정해진 바를 따라야 하고(제1조), 해당 법에서는 위 정부 관련 기관이 발주한 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 관련 기관이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 i) 사전에 선정된 적격대상자(pre-qualified bidders)에게만 입찰제안을 하는 제한입찰방식(limited bidding)과, ii) 경쟁입찰 이외의 방식(협의에 의한 수의계약 등)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쟁입찰이 아닌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할 경우에는, ① 발주자가 경쟁입찰 이외의 방식을 택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리포트(justification report)를 작성ᆞ제출하고, ② 관련 정부기관(발주자) 등에서 선정한 3인으로 구성된 입찰회피위원회(Bidding Avoidance Committee)의 승인 또는 (금액에 따라) 장관 또는 해당 공기업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입찰법 제27조, 제28조).
나. 계약의 형태
민간 영역에서 발주한 공사의 경우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부처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경우 해당 부처나 기관에서 보통 미리 정해둔 표준계약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며,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 라이선스 및 인허가
이란 로컬 건설업자들이 참여하는 공사(주택, 도로 등)의 경우, 시공자들이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사에 필요한 라이선스(Construction Engineering Organization 발급)를 취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플랜트 등 외국 시공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경쟁입찰 과정에서 시공사의 자격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 시공, 운송, 설치 및 시운전의 각 단계별로 다수의 별도 인허가가 요구되므로, 공사계약 시 특정 인허가를 취득하는 책임을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는지를 분명해 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 또는 건축설계는 Construction Engineering Organization으로부터 해당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외국의 설계ᆞ디자인 회사가 설계한 도면에 대하여 이란 설계기관이 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라. 하도급
이란법상 현지 건설사를 하수급인으로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 또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외국회사가 이란 건설사와 하도급계약을 하도록 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후술하는 자국산 우선 의무(local contents)와 관련하여, 이란 건설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 조세
이란 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외국 시공사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조세를 부담합니다. 현행 이란 조세법규에 의할 때 외국 시공사가 부담하는 조세로는 크게 공사수익에 대한 세금과 부가가치세가 있습니다.
외국기업이 건설과 관련한 사업분야(설계, 시공, 설치, 운반, 기술이전 등)에서 이란인(발주자 또는 하도급자)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 총 수익의 12%를 과세소득으로 보고 여기에 법인세율(25%)을 적용하여 공사수익에 대한 세액을 계산하게 됩니다(이란 직접세법 제107조 (a)). 결국, 총 공사수익의 3%(12% * 25%)를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참고로 위 세법 조항은 외국기업이 이란 내에 직접 거래를 할 권한 없이 마케팅이나 정보수집만을 목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즉, 해당 기업의 이란 사무소가 아닌 외국기업 본사에 직접 과세됩니다).
바. 준거법 및 관할
이란 측 상대방과의 계약에 적용될 준거법과 관련해서는 이란 민법 제968조를 유념해야 합니다. 민법 제968조는 “모든 계약당사자가 외국인이고 계약당사자들이 해당 거래에 대하여 다른 국가 법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계약에 따른 당사자들의 의무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장소의 법의 규율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의 성격과 관련하여, 이것이 당사자의 명시된 의사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적용되는 강행규정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란 법조계에서도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해당 계약 관련 분쟁에 대해 이란법원의 판단을 받을 경우 이란법원에서는 이를 강행규정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란법의 적용을 피하고자 한다면 계약체결 장소를 이란 이외의 장소로 정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분쟁해결의 관할과 관련해서, 이란법은 당사자들 간의 중재합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국제중재가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란은 ‘국제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의 가입국이기는 하나, 정부 관련 기업을 상대로 중재판정을 집행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과의 계약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에 합의된 국제중재조항을 그대로 이행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릅니다. 이란 헌법이 공공재산 또는 정부재산과 관련한 외국인과의 분쟁을 국제중재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이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제139조). 나아가 최근 이란 고등행정법원의 판결에서는, 이러한 의회의 승인은 해당 분쟁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체결 시에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특정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이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의회의 승인 없는 계약상 국제중재조항은 이란 내에서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 이란 고등행정법원의 해석이 재판관할에 관한 국제중재 판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나, 해당 국제중재판정을 이란에서 집행하고자 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 자국산 사용 의무(local contents)
이란의 「국가 수요의 충족 및 수출을 위한 생산 및 서비스 역량의 최대 활용을 위한 법률」 (Act on Maximum Utilization of Production and Service Ability for Supplying the National Needs and Reinforcing them for Export, 2012)은 모든 정부부처 및 기관, 은행, 공기업 등은 엔지니어링, 건설공사, 설비 및 서비스의 수행을 자국인에게 할당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국인에게 할당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해당 발주기관의 최고책임자는 최고경제위원회(Supreme Economic Council)의 승인을 받아 이를 이란-외국회사 간 합작회사(이란인이 51% 이상의 지분 보유)에게 발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프로젝트 비용의 51% 이상은 이란 내에서 소비ᆞ충당되어야 합니다. 만약 자국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발주기관의 최고책임자 및 산업광업무역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외국산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위 법 시행규칙 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