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신탁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탁법 전면 개정에 의한 신탁업의 활성화입니다. 신탁법은 1961년 12월 30일 제정(법률 제900호)된 후 무려 50년이 지난 2011년 7월 25일에서야 처음으로 전면 개정(법률 제10924호)되어 2012년 7월 26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동안 변화된 경제 현실을 반영하고 신탁제도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하여 신탁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개정 이유였고, 신탁법 개정이 가져온 결과는 수치로 확인되었습니다. 개정 신탁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2010년~2012년 수탁총액의 매년 증가액은 27조 원~40조 원에 불과하였는데, 개정 신탁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3년부터의 수탁총액은 매년 49조 원~107조 원이나 증가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신탁제도의 안정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담보권(근저당권, 질권 등)과 달리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의 재산권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신탁법 제2조),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독립된 재산을 구성합니다. 독립된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임의경매, 보전처분, 국세 등 체납처분 및 상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므로(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 제25조 제1항 본문) 신탁재산은 위탁자 및 수탁자의 강제집행이나 도산의 위험 또는 상계의 위험과는 절연(絶緣)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신탁은 다른 담보제도보다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탁 중 담보신탁은 일반 금융거래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거래에서도 자주 사용되는데, 가장 일반적인 구조는 대출금융기관이 대주 겸 우선수익자, 신탁회사가 수탁자, 위탁자가 수익자로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과 같은 겸영신탁회사가 대주로서 참여하여 우선수익자인 동시에 수탁자가 되고 위탁자가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이하 ‘본건 신탁계약’)이 허용되면, 우선수익자와 수탁자가 서로 다른 담보신탁의 경우와 비교하여 금융비용(신탁보수 등)이 절감될 것으 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과연 본건 신탁계약이 가능한 것인가? 이 문제는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다만,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신탁법 제36조의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원칙’과 관련됩니다. 구 신탁법(법률 제7428호) 제29조도 동일한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이익향수금지원칙의 위반행위가 무효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구 신탁법이나 현행 신탁법은 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구 신탁법 하에서는, 거래의 안정성을 근거로 유효라고 보는 견해와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수익자가 되는 행위를 무효라고 보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이에 관한 판례가 없었는데, 최근에 이를 다룬 판례가 있었습니다. 시공사의 대표이사가 시공사의 공사대금을 담보할 목적으로 사업부지 및 주택에 관해 시행사 및 토지소유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공사의 대표이사가 ‘수탁자’ 겸 ‘단독수익자’가 된 사안인데, 법원(서울북부지방법원 2015. 11. 24. 선고 2015가단115968 판결)은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원칙 위반행위는 신탁위반행위가 될 뿐이고, 신탁계약을 당연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 습니다. 이 사건에서의 신탁계약일은 개정 신탁법의 시행일 이전이어서 개정 신탁법이 아닌 구 신탁법 제29조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신탁법 제36조도 구 신탁법 제29조와 동일한 내용이므로, 위 판례는 개정 신탁법 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이익향수금지원칙의 위반행위를 무효로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위 판례에 따른다면 본건 신탁계약은 이익향수금지원칙의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본건 신탁계약이 신탁법 제36조 단서의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 해당하여 이익향수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공동수익자’ 의 의미를 동등한 순위의 수익자로만 한정하여 좁게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순위가 다른 수익자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할 것인지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법무부는 “수탁자가 공동수익자 중 1인이라는 것은 같은 종류의 수익권을 가진 수익자가 더 있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종류와 내용, 수익권 취득시기 등이 다른 수익권을 가진 수익자가 더 있는 경우도 포함”하고, “공동수익자 중 1인만 우선수익권을 가지는 경우에도 그 밖의 수익자가 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가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봄으로써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건 신탁계약처럼 수탁자가 단독 1순위 우선수익자이고 위탁자가 수익자인 경우 위탁자를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금융당국의 공식 의견이나 판례가 없기 때문에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의 해석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본건 신탁계약이 자본시장법 제108조 제6호의 불건전 영업행위(신탁재산으로 신탁업자 또는 그 이해관계인의 고유재산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수탁자와 우선수익자가 동일하여 금융비용이 절감된다는 측면에서 동법 시행령 제109조 제1항 제4호 다목(일반적인 거래조건에 비추어 신탁재산에 유리한 거래)에 해당하여 불건전 영업행위의 예외사유로서 허용되는지가 문제 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의견이나 판례는 없습니다. 다만, 신탁법 제34조 제1항 제1호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신탁재산에 관한 권리를 고유재산에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동법 제34조 제2항 제1호는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건 신탁계약은 신탁계약에 의한 위탁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탁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허용되고, 자본시장법에 따른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겸영신탁회사가 수탁자 겸 단독 1순위 우선수익자가 되고 위탁자가 수익자인 신탁계약이 허용되면,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은행이나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에 관한 해석,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불건전 영업행위 및 예외의 해석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견이나 판례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단 위 문제 뿐만 아니라 이익향수금지원칙 및 예외에 관한 다양한 사례, 학설 및 판례들이 축적되어 신탁이 보다 많은 금융거래에서 이용되어 금융산업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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