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6호에서는 쟁의행위의 하나로 직장폐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2) 일반적으로 직장폐쇄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대항할 수 있는 방어방법으로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을 거절함으로써 임금지급의무를 면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급심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그 근로제공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개념정의를 하였습니다.3)
직장폐쇄와 관련해서는, 노조법 제2조에서 개념 정의를 하였고, 노조법 제46조에서 직장폐쇄의 요건을 규정한 것 외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습니다. 쟁의행위와 관련한 대부분의 판례는 직장폐쇄의 요건과 관련하여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할 뿐이어서 실무상 혼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직장폐쇄 유지의 적법성 시점에 대한 일응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4. 17. 선고 2013다101425 판결, 이하 '대상판결'). 즉, 쟁의행위 철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보낸 조합원들의 근로제공 확약서만으로 곧바로 이들의 근로복귀 의사의 진정성을 확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쟁의행위철회신고서를 제출한 것과 고용노동청의 "근로복귀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서면을 받은 시점 이후에도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직장폐쇄의 근거
근로자의 헌법상 권리인 쟁의행위에 대항하여 사용자에게 직장폐쇄를 인정할 경우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문제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은 ①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 사용자는 이에 대항하여 헌법상 재산권의 행사로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는 견해,4) ② 노동법에서 그 근거를 찾기 어려우므로 시민법적 원리에서 그 근거를 찾는 견해,5) ③ 노사간의 세력균형 유지를 위해서는 사용자에게도 집단적 대항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6) 등이 있습니다.
판례는 직장폐쇄의 인정근거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노사간의 세력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대항방어수단으로 보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7)
3. 직장폐쇄의 요건과 한계
가. 직장폐쇄의 요건
노조법은 직장폐쇄의 요건과 관련하여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고, 직장폐쇄를 할 경우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노조법 제46조).
(1) 개시시점(대항성)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대항성'의 요건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하지 않았는데 사용자가 선제적인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그것을 통고하는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명백하고 임박한 상황에서는 직장폐쇄가 허용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8) 판례는 노동조합이 이른바 '파업출정식'을 하기도 전에 직장폐쇄를 한 것에 대해 '선제적 직장폐쇄'라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9) 노조법에서 명문으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 직장폐쇄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벗어나 사전적 직장폐쇄는 허용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2) 존속시기
직장폐쇄의 대항성 요건은 직장폐쇄를 시작할 때 뿐 아니라 직장폐쇄를 유지할 수 있는 존속요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 직장폐쇄를 하였다가 그 후 쟁의행위가 종료되었다면 더 이상 직장폐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10)
다만, '쟁의행위 종료'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문제되는데,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대항성, 상당성)을 엄격하게 요구하여, 판례는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로 노사간에 힘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이 현저히 불리한 압력을 받는 경우에는 사용자측에게 그 압력을 저지하고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경우에만 직장폐쇄가 허용된다고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급심 판례는 조업 재개 후 곧바로 또다시 쟁의행위를 재개하기 위한 전략에서 일시적으로 쟁의행위를 종료한 것이라거나 그 밖에 실질적으로 쟁의행위를 종료할 진정한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직장폐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11) 다른 하급심 판례는 노동조합의 불법적인 직장점거, 격렬한 쟁의행위를 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더라도, 과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의 태양(직장폐쇄 직후 불법적으로 직장점거를 하였고, 공권력 투입으로 해소된 이후에도 다시 폭력으로 직장점거를 시도한 전례), 쟁의행위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일방적으로 표시한 것만으로는 직장페쇄의 이유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업무복귀 의사표시 이후의 직장폐쇄 유지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12)
이와 관련하여, 근로자들의 '진정한 복귀의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에서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철회신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하고 이를 접수 받은 노동청이 노동조합과 면담을 통해 노동조합의 진정한 업무복귀 의사를 확인하여 회사에 직장폐쇄의 지속 여부에 대하여 재검토하고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경우 그 공문을 받은 시점부터는 조합원들의 진정한 복귀의사를 확인했다고 보았습니다.
(3) 목적(대항성)
다수 견해는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노사 간의 교섭력의 균형이 깨어지고 오히려 사용자 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동적, 방어적 수단으로서 개시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봅니다.13)
판례는 '직장폐쇄의 개시 자체는 정당하더라도 어느 시점 이후에 근로자가 쟁의 행위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업무에 복귀할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계속 유지'할 경우에는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공격적 직장 폐쇄로 성격이 변질되었다고 보아 그 이후의 직장폐쇄는 위법하다고 봅니다.14)
4. 대상판결의 검토
가. 사실관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 S지회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특별단체협약 요구안, 현안문제 관련 특별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하여 2010년 6월 25일부터 2010년 8월 20일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부분파업, 잔업 및 특근 거부, 전면파업 등의 형태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쟁의행위를 하였고, 그 쟁의행위의 목적, 기간, 방법 등에 비추어 그로 인해 S사의 제품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되었을 것이므로 이는 위법한 쟁의행위입니다.
이에 S사는 그 쟁의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2010년 8월 23일 오전 7시 경부터 S지회 노조원 전원에 대하여 직장폐쇄를 실시하였습니다.
S지회는 직장폐쇄가 이루어진 다음날부터 S사에 수 차례 근로복귀 의사를 표명하는 서면을 보내고 2010년 9월 6일 조합원 241명의 근로제공 확약서를 발송하였으며, 2010년 9월 15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철회신고를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S지회와의 면담 등을 거쳐 2010년 9월 28일 S사에 "조합원 241명의 근로복귀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판단과 함께 '직장폐쇄의 지속 여부에 대한 재검토 및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서면을 발송하였으며, S사는 같은 날 위 서면을 확인하였습니다.
나. 판결의 요지
S사는 S지회의 2개월간에 걸친 불법파업으로 인해 제품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되는 등 타격을 입었으므로 쟁의행위 철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S지회가 보내온 조합원 241명의 근로제공 확약서만으로 곧바로 이들의 근로복귀 의사의 진정성을 확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S사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직장폐쇄의 지속 여부에 대한 재검토 및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서면을 받은 2010년 9월 28일 경에는 S지회가 쟁의행위 철회신고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합원들의 근로복귀 의사의 진정성을 확인하였다고 볼 수 있었으므로, 그 시점 이후부터 직장폐쇄를 계속 유지한 것은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없어 위법한 직장폐쇄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과거 판결은 근로자들(노조원들)이 공장 앞에서 직장폐쇄에 대한 시위를 개최하면서 폭행, 업무방해 등의 위법행위를 시도하였는데도 조합원들의 상당수가 복귀한 '어느 시점'부터는 직장폐쇄의 유지가 방어적 목적을 벗어나 선제적ㆍ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15)
그리고 하급심 판결은 노조원들 일부를 선별적으로 업무에 복귀시킨 점, 부품생산량도 대체로 직장폐쇄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고 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노조원들이 업무복귀통지서(2차)를 발송한 시점부터는 회사가 받는 경제적 압력의 정도와 노조가 받는 경제적 압력 사이의 균형성이 깨어져 직장폐쇄 유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16) 그러나 위 판결에서 회사 측은 직장폐쇄 개시 시점에 노조원들에 의한 위력을 사용한 위법한 직장점거가 있었고, 업무복귀서(2차)를 발송한 다음 날에도 천 명 이상이 참석한 위법한 쟁의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업무복귀서에 이미 복귀를 한 근로자들 명의도 있어서 진정한 복귀의사 확인이 필요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17)
위 판결들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판결은 정확하게 어떤 시점부터 직장폐쇄 유지가 위법하게 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일부 근로자들이 개별적 · 부분적으로 업무복귀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복귀 의사가 반드시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결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경영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정도로 집단적 · 객관적으로 표시되어야 하고, '노조가 쟁의행위 철회신청서를 제출하여 회사가 이를 확인한 시점'에는 조합원 업무복귀에 대한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였다고 판단하여, 직장폐쇄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5.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장폐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경우 위법하게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조원들을 복귀시킬 경우 다시 생산라인을 점거하며 파업이나 태업을 할 우려가 있어 진정한 복귀의사를 확인하기까지 직장폐쇄를 해제하기 어렵고,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근로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이용하여 업무에 복귀를 시키지 않아 임금 미지급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직장폐쇄를 적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한 어느 정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현재 대법원, 하급심에 계류 중인 직장폐쇄와 관련된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