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단에서는 이란 관련 분쟁을 이란의 소송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 및 절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고, 다음 논단에서는 이란에서 법원에 의한 소송을 통한 해결 외에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이란 사법부의 기본 구조 및 특징
이란의 소송제도(법원을 통한 경우)는 3심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최종심인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사실상 2심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사법부 수장(Head of Judiciary)1)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다시 재판할 것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법부 수장은 물론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역시 시아파 성직자 중에서 임명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란 법원에 한국의 사법부와 같은 정도의 독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보유하며, 상당수가 시아파 성직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원이 내린 선행판결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에 대한 다른 법원의 후행판결을 구속하는 효력(선례구속성)이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대법원 전원위원회(The General Board of the Supreme Court)가 내리는 결정은 선례로 다른 하급심 법원을 구속하게 됩니다.
2. 각급법원의 구조
가. 제1심법원
제1심법원은 공공법원(Public Courts)과 혁명법원(Revolutionary Courts)으로 구분되며, 공공법원과 혁명법원은 다시 민사법원과 형사법원으로 구분됩니다. 공공법원과 혁명법원의 구분은 2000년에 제정된 「공공법원 및 혁명법원의 구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입니다.
혁명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특정 사건을 제외한 모든 민사 및 형사 사건은 공공법원의 관할에 속합니다.
공공법원 내에서의 토지관할은 (i) 피고(피고인)의 거주지 또는 근무지, (ii) 동산의 경우 계약의 이행지, (iii) 부동산의 경우 소송물인 부동산의 소재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제1심법원의 판결은 상급법원에 의해 파기되지 않는 한 구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공공법원에 소가 제기되면 법원의 행정공무원이 사건을 등록하고 첫 심리기일을 정하여 각 당사자에게 통보합니다. 첫 심리기일은 보통 사건이 등록된 날로부터 대략 1~3개월 후에 지정되며, 당사자 및 그 변호사는 해당 기일에 출석하여 사실에 대한 주장을 하고 증거를 제출하게 됩니다. 법원은 첫 심리기일에 사건의 성격 및 복잡성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되며, 만약 전문가 의견이나 증인에 대한 반대심문 등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심리기일을 열게 됩니다. 제1심의 심리기일은 재판장 또는 수탁판사(민사소송법에 따라 기일만을 진행하고 필요한 판결을 내림)에 의해 진행됩니다. 제1심의 소송기간은 간단한 사건의 경우 6개월~1년 정도 소요되며, 전문가 의견이나 반대심문이 필요한 복잡한 사건의 경우 1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한편, 혁명법원은 다음의 사건을 관할합니다.
- 국가 내외부의 안보에 대항하는 범법행위
-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창립자에 대한 명예훼손
- 이란이슬람공화국에 대한 반역
- 밀수 또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
나. 항소법원
항소법원은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심을 담당하는 법원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주심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됩니다. 원고의 청구가 재산에 관한 것이면, 청구금액이 3백만 리알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항소가 허용되며, 비재산적 청구에 관하여는 제한이 없이 항소가 허용됩니다(이란 민사소송법 제331조).
일단 항소가 제기되면 항소법원은 제1심법원 판결의 효력을 유지시키거나(항소기각), 무효화시키게 됩니다(항소인용). 항소심이 제1심법원의 효력을 무효화시킬 경우 항소법원 스스로 해당 사건에 대해 새로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원칙입니다(파기자판). 항소법원에서는 제1심법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적용, 절차 위반 등에 대해 판단하며, 항소법원에서도 새로운 증거제출이 허용됩니다.
소송당사자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수 있지만,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는 제한적이며, 이 경우에도 집행정지 효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 대법원
대법원은 이란의 최고법원입니다(이란 헌법 제161조). 대법원은 테헤란에 소재하며, 33개의 지원(Branches)을 두고 있습니다. 각 지원(Branches)은 2명의 판사로 구성되는데, 대법원장이 사건을 각 지원에 배당하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항소심 또는 (경우에 따라) 제1심법원의 재판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해 당사자들이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 청구금액이 2천만 리알을 초과하는 경우
- 혼인의 성립, 혼인의 무효 및 이혼, 상속, 유증, 후견 등과 관련한 판결의 경우
대법원은 오로지 법률적용의 오류에 대해서만 판단합니다.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출석 및 설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당사자가 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법원은 항소법원 판결의 효력을 유지시키거나(상고기각)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상고인용). 그러나 대법원이 항소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킬 경우에도 스스로 해당 사건에 대해 새로운 판결을 할 수는 없어, 상고가 인용된 경우 해당 사건은 항소법원으로 환송됩니다.
그 외에도 대법원은 (i) 제1심법원 및 항소법원의 올바른 법 적용을 감독하며 (ii) 대통령이 저지른 범법행위를 확인하고 그에 대해 재판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사법부의 수장 (Head of Judiciary)은 대법원 판결이 이슬람율법(Islamic Law)에 위반하였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건을 다시 재판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3. 특수법원
이 외에도 이란에는 다음과 같은 특수법원이 있습니다.
- 행정법원: 정부, 행정기관, 행정조직 등을 피고로 하는 국민의 청구를 관할하는 법원
- 종교법원: 종교교리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 종교법원은 성직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재판권도 가지고 있음. 종교법원은 일반법원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조직이며 재판 절차도 종교법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함. 종교법원의 재판은 최종적이며 이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지 않음
- 군사법원: 군인, 경찰, 이슬람혁명수비대(the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의 구성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판하는 법원
- 가정법원: 가족 관련 소송을 관할하는 법원. 가정법원 재판부는 1명의 남성 판사와 1명의 여성 조언인으로 구성되는데, 여성 조언인은 판결에는 관여할 수 없고 단지 조언할 권한만 가짐
4. 심리진행, 소송비용, 처리기간 등
이란에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소송 제기 기한을 제한하는 것이 이슬람율법과 배치된다는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의 의견에 따라 1979년 혁명 이후 민사소송법이 개정(분쟁 유형 별 소송 제기 기간을 제한하던 규정을 삭제함)하였기 때문입니다.
소송에 소요되는 기간은 사건의 복잡성, 법원의 업무부담, 당사자들의 협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데 비해 그 기간이나 소송비용은 중동의 다른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판을 위한 인지비용은 제1심법원의 경우 청구금액의 2.5~3.5%, 항소법원의 경우 청구금액의 4.5% 수준입니다. 승소한 당사자는 소송비용을 패소한 상대방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데, 이는 승소한 당사자가 최초 변론기일 전에 소송비용을 청구에 포함시킨 경우에 한합니다. 소송비용에는 인지비용 외에도 상대방 변호사 비용 및 전문가(감정인)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과거에 이란 법률에 따라 심리된 적이 없는 사건을 재판하게 된 판사는 이슬람 근본원리(Islamic sources)나 권위 있는 종교적 처분에 근거하여 판결을 하여야 합니다.
5. 외국판결의 집행
외국 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이란 법원의 명령에 의해서만 집행이 가능한데, 이란 법원은 다음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한하여 집행 명령을 발하게 됩니다.
- 판결을 한 해당 외국이 이란 법원 판결의 집행을 인정할 것(상호주의)
- 외국판결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위반되지 않을 것
- 외국판결의 집행이 이란이 당사국으로 참여한 국제협약에 위반되지 않을 것
- 외국판결이 해당 국에서 최종적이고 집행력이 있는 판결일 것
- 이란 법원이 해당 외국판결과 모순되는 판결을 내린 적이 없을 것
- 이란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전속적 관할을 가지지 않을 것
다만, 위와 같은 법률의 근거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외국판결이 이란 법원의 명령에 의해 집행된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칼럼에 대한 문의 또는 이란ᆞ중동팀 사건문의는 아래 담당 변호사에게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