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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퇴직금, 통상임금으로 다시 계산해야 할까?
2026.03.26
1. 들어가며
원칙적으로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평균임금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지급된 임금에 기초해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으로, 통상 시간외수당 등 변동임금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근로자의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사전적으로 정한 임금인 통상임금보다 평균임금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통상임금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일급 통상임금이 일급 평균임금을 초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1항 제6호에 따라 산출된 금액(즉, 평균임금)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원용해 퇴직금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퇴직금을 청구하는 분쟁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명확한 판결이 없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이 문제에 관한 법리를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5. 8. 21. 선고 2024나318050 판결,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 이하 ‘
대상판결
’).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중심으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관계, 그리고 퇴직금 산정 기준에 관한 해석론과 실무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혼란
가. 하급심 판결
하급심 판결의 입장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하급심 판결은 정미소에서 일당제로 근로했던 근로자의 퇴직금 산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은 평균임금 산정사유가 발생하기 전 3개월 동안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거나 정상적인 근로를 하지 못해 통상의 경우보다 임금이 현저히 낮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비해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하려는 규정으로 해석해, 일당 자체를 평균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8. 8. 10. 선고 2017가단54938 판결, 확정). 일용근로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휴업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이 문제된 사안에서도 구 근로기준법 제19조 제2항(현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과 동일)의 취지는 평균임금 산정사유가 발생하기 전 3개월 동안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거나 정상적인 근로를 하지 못해 통상의 경우보다 임금이 현저히 낮게 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대비해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고 보았습니다(서울행정법원 1999. 7. 1. 선고 98구19789 판결, 확정).
반면 다른 하급심 판결은 아파트 관리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의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통상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례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더라도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3. 11. 선고 2021고정980 판결, 확정).
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을 기계적으로 비교하여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습니다(근로기준정책과-579, 2023. 2. 22., 근로기준정책과-3409, 2020. 8. 25. 등).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들은 콜센터 상담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로, 고객사와의 용역계약 종료에 따라 고용관계가 일괄 종료되었습니다. 피고는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퇴직금을 지급하였습니다. 퇴직 전 3개월 동안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에 특이한 변동 사정은 없었고, 휴업이나 근로제공 중단 등 평균임금이 왜곡될 만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고들은 자신의 일급 통상임금이 일급 평균임금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산정하되,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그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은 경우 통상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하면 퇴직금은 평균임금에 따라 산정하도록 명시돼 있고,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은 제도의 목적과 본질이 전혀 다른 이상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통상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이 퇴직금 산정에 있어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은 경우 항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평균임금을 원칙적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제1심(대구지방법원 2024. 8. 13. 선고 2024가소6718 판결)은 원고들의 일급 통상임금이 일급 평균임금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임금 및 퇴직금의 본질과 취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과의 체계적 해석 등에 비춰 볼 때 근로자의 귀책사유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평균임금 액수가 낮아져 평균임금이 통상임금을 하회하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통상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계산할 수 있을 뿐, 정상적인 임금 구조하에서 단순히 통상임금이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본질적 차이
법원은 통상임금의 경우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으로서, 주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사전에 산정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평균임금은 법정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기초로 산정되므로, 개별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실적 등에 따라 증감ㆍ변동하며 과거의 근로시간 및 근무실적 등을 토대로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이라고 파악했습니다.
따라서 두 임금 개념은 적용 목적과 산정 방식이 다르며 단순한 금액 비교만으로 상호 대체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퇴직금 제도의 취지와 구조적 문제점
법원은 퇴직금 제도가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만연히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일견 낮은 액수라 해 통상임금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으로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퇴직금 제도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할 경우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월 소정 근로시간 209시간은 주 40시간제하에서 월 소정 근로일수를 26.125일로 보는 것인데, 통상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면 ‘월 통상급여÷26.125일×30일’의 방식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이는 평균임금 산정 시 ‘3개월간 전체 급여÷3개월간 전체 일수×30일’로 계산하는 것과 비교할 때 통상임금의 범위와 평균임금의 범위가 대동소이한 현실을 감안하면 통상임금 기준 계산이 과다 계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3)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의 해석
법원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이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임금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경우 평균임금이 부당하게 낮은 금액으로 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산정 제외 기간을 규정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체계에 비춰 볼 때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역시 평균임금이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임금 구조하에서 단순히 통상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더 높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근로자의 귀책사유 등으로 평균임금이 (일시적으로) 낮아짐으로써 평균임금이 통상임금을 하회하게 된 예외적인 경우에 비로소 통상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계산하는 것으로 봐야 전체적인 법령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4)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와의 형평
법원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서 사용자가 납입하는 부담금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 즉 평균임금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런데 만약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업장에서도 일급 통상임금에 30일을 곱한 금액이 현재 납부 중인 부담금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따져 추가 정산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제도 간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균임금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체계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및 실무적 시사점
대상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단순 비교 규정이 아니라, 평균임금이 통상의 생활임금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외 규정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한 데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본질적 차이, 퇴직금 제도의 취지, 통상임금 기준 산정의 구조적 문제, 퇴직연금제도와의 체계적 정합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결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바, 향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향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법리를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상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기준으로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함을 원칙으로 하되, 평균임금이 통상의 생활임금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통상임금을 보충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특히 정기상여금, 고정상여, 직무수당 등 통상임금 포함 항목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역전 현상이 상대적으로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퇴직금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퇴직금 산정 방식 및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에 대한 사전 점검 및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현재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법원의 판례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감독 과정에서 행정해석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 적용을 요구받는 가능성에 대비해 대상판결 등 판례의 법리를 근거로 평균임금을 적용할 수 있음을 소명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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