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합친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 부동자금은 2019년 11월 말 기준 1010조 7030억원이라고 한다. 부동자금은 2016년 902조원에서 2018년 960조원으로 늘어났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해 7월과 10월 이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의 투자처로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모리츠 즉 상장리츠가 주목받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공모리츠의 경우 사모리츠에 비하면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리츠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예상 배당수익률 3~6% 작년 10월 '롯데리츠'의 청약에 5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고, 12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NH프라임리츠'의 공모 청약시에도 7조 7000억원의 공모금이 몰렸다. 공모리츠의 예상 배당수익률 역시 낮게는 3% 초반부터 6%대에 달하여, 이러한 배당수익률이 실제로 달성된다면 공모리츠는 저금리시대의 확실한 대체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그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영업인가를 받거나 등록을 한 후 주로 공모(public offering)를 통한 부동산투자의 도관으로 이용되도록 고안되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공모리츠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거래소의 상장규정이 리츠에 대해 일반 회사에 준하여 상장예비심사와 상장적격성 심사, 상장 공시위원회의 심의 등 복잡한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고, 우선주 동시 상장 금지와 간주부동산 인정비율 제한 등 리츠 내 편입상품 구성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까다로운 규제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 12. 19.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리츠 공모, 상장 활성화방안"을 발표하여 자기자본요건 기준일을 신규상장신청일로 개정하고, 상장예비심사의 적용과 간주부동산한도를 폐지하는 등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시장현실에 맞춰 개정함으로써 공모리츠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제거되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2019. 9. 국토교통부는 국민들의 소득증대와 가계 유동성 흡수를 위한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역사복합개발, 역세권, 복합환승센터 등 공공자산 개발 또는 시설운영의 민간사업자 선정시 공모리츠 등 공모사업자를 우대하고, 공공개발을 통해 조성된 도시첨단산업단지 산업용지, 대형 물류시설 용지 기타 상업용 부동산을 공모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하게 된다. 상업용 부동산 우선 공급 또한 공모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에 대해 5000만원의 한도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공모리츠에 대해 재산세 분리과세를 유지하며,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리츠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모리츠의 현물출자 과세특례 적용기한을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하였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새롭게 떠오른 공모리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공모리츠 활성화 정책으로 공모리츠 발전에 걸림돌이 될 모든 규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리츠 자산을 매각할 때 매각이익 90% 이상을 배당해야 법인세가 과세되지 않는데, 이와 같이 매각이익을 거의 전부 배당하고 내부유보를 하지 않을 경우 신규 자산을 취득할 때 증자와 대출 등 리츠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일본의 경우 자산 매각이익의 내부 유보를 허용함으로써 리츠의 성장을 돕고 있다. 또한 리츠가 일반적인 회사의 형태로 되어 있다 보니, 하나의 리츠가 수 개의 자산을 순차 취득할 때, 특정 취득 자산의 담보가치를 평가하여 대출을 한 금융기관의 경우 이후 취득할 자산의 위험이 기존 자산에까지 이전되는 것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나의 공모리츠 안에 각 자산별로 리츠를 별도로 설립해야 할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로 인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관리상의 불편함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최근의 국내 리츠에 대한 투자열풍이 유럽 등 선진국 자산을 대상으로 한 공모리츠 투자로까지 옮겨붙을 기세다. 올해 상반기 내에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리츠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투자운용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해외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기관과 투자자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해외 오피스 수익률 4% 초반대 그런데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해외부동산 투자의 큰손으로 이미 부상한 만큼 해외부동산 투자시 투자과열에 따른 수익률 하락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오피스빌딩 투자 수익률은 2010년 7%에서 현재 4%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빌딩을 비롯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가치의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경계해야 할 시점에 자칫 국내의 공모리츠 열풍을 타고 '묻지마 투자' 식의 해외자산 쓸어 담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안심하고 공모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공모리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정보가 필수적이다. 아직 국내에는 리츠에 대한 신용평가 제도가 없으나, 올해 2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법의 시행에 맞춰 공모리츠에 대해 전문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받고 이를 공시하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도 리츠 투자 확대를 위하여 리츠 관련 지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지역, 자산, 규모별 수익률 지수의 상품성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상장액 규모가 작은 국내 리츠시장에 리츠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리츠에 대한 신용평가와 수익률 지수가 얼마나 공신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성숙한 해외 리츠시장과는 달리 태동기에 있는 국내 리츠의 경우, 투자자에게 필요한 금융인프라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기에 투자자들은 스스로 더 많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더욱 철저한 실사 · 검증 필요 특히 해외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공모리츠의 경우, 주간사는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전문평가기관의 가치평가를 비롯하여 소유권, 제한물권, 임대차 등 권리관계와 투자구조 및 외국인투자의 제한 여부, 회수방안을 비롯한 관련 법령, 회계 및 부동산 등 전반에 대해 더욱 철저한 실사(due diligence)와 검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사와 검증의 결과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충분히 공시되어야 하고, 투자자가 그 증권신고서만으로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그 공시의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공모리츠가 투자상품으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애초에 약속한 예상 배당수익률을 달성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리걸타임즈 2020년 1월 31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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