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이 2월 6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회계규제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분식회계 관련 민 · 형사소송 사례분석"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형우 변호사가 분식회계 형사사건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최근 동향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김 변호사는 주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점을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편집자 2012년 상호저축은행이 BIS자기자본비율을 높게 조작하기 위해 부실여신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분식한 사건을 비롯하여, 2015년 홈씨어터PC제조사 M사건, K제약 사건, R리조트 사건, D조선해양 사건, K항공우주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분식회계 형사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분식회계 사건 자체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 패키지처럼 결합되어 의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시장법, 특경법 의율 특경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사기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2항 역시 사기적 부정거래로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득액의 규모가 300억원을 넘게 되면 양형기준에서도 최고 등급으로 처단된다. 대출, 사채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라면, 거의 대부분 그 규모가 300억원을 넘을 것인데, 이런 회사에서 경미한 분식회계라도 발생할 경우, 자칫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기대출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로 의율되고, 양형기준에서 가장 높은 처벌 수준의 등급이 적용될 위험이 있다. 몇 년 전 K제약 대주주가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매출 49억원을 허위로 계상하여 분식회계를 한 사건이 있었다. 분식회계 자체에 관한 형사사건과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한 시세조종, 사기대출 사건이 따로 기소되었는데, 분식회계 자체에 대해서는 1심에서 벌금 1억원, 2심에서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되었다. 물론 분식회계는 해서는 안 되는 범죄이지만, 그 규모를 생각해보면 다른 사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가 대출을 받고, 사채 및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분식된 재무제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하여 특경법 위반(사기)의 점,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되어 대주주에게 중형이 선고되었다. 특히 분식회계와 자금조달행위가 결합된 대형 사기대출 사건의 경우 검찰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입증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분식된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행위와 사기대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실제 현실보다 다소 쉽게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세조종 부분은 무죄 선고 위 사안의 경우 분식회계를 이용한 사기대출과 사기적 부정거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반면, 분식회계를 이용한 시세조종 부분은 무죄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적자를 내면, 주가는 급락하겠지만, 대출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행보증, 제작금융, 대환 또는 만기연장 등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대출은 담보가 있고, 영업이 계속되는 한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분식회계를 해서 적자를 숨기고 흑자를 내면, 주가는 상승하겠지만, 안 되는 대출이 갑자기 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재무제표만 보고 대출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보가 없고 영업현금흐름이 없으면, 흑자 재무제표를 제출해도 대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분식회계는 불가능한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주식 시세를 조종하는 수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와 시세조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인될 정도라면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더욱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위 사안의 경우 회사는 대출, 회사채발행,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였고, 그 결과 회사가 크게 성장하였던 경우였는데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점만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행위들까지 사기대출범죄로 인정해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1심 징역 23년, 2심 15년 선고 이와 유사한 사안이 있는데, 2015년 홈씨어터PC제조사 M사건은 가공해외매출을 통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리고, 수천억원의 사기대출까지 받았다는 사건이다. 당시 분식회계를 이용한 대형 사기 사건이라고 언론에 떠들썩했던 사건으로, 대주주 피고인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3년, 2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이 형사사건의 2심 판결문을 보면, 대출금 대부분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고, 대출금도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대출 상환과 기한 연장한 대출 명목 금액이 반복하여 산정된 부분이 있다는 대목이 있다.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점만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행위들을 사기대출행위로 단정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판에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투기 어렵다는 점은 분식회계의 존재만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행위까지 사기대출로 오인받게 되는 위험을 가중시킨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죄의 경우, 분식된 재무제표를 제출한 것만으로 성립될 수 있고, 이때 투자자들이 분식된 재무제표를 믿었는지, 실제 착오에 빠졌는지는 묻지 않는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특경법상 사기죄의 경우, 분식된 재무제표 제출 행위와 대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필요하기는 하나, 법원은 재무제표의 중요성을 매우 무겁게 보고 있기 때문에, 분식된 재무제표를 제출한 것만으로도 사기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금융기관 담당자가 법원에 출석하여 “분식회계가 없었더라도 대출은 승인되었을 것”이라고 증언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대부분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증언한다. 하물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설령 피고인이 분식회계와 상관없이 대출이 승인되었을 것임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제출하거나,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었고, 대출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태였어도, 실제로 대출금이 모두 상환되었다 하더라도, 사기죄가 인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R리조트 사건에서 피고인은 “대출금을 교부 받으려면 매번 별도로 기성고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분식된 재무제표를 제출한 행위만으로는 실제 대출금이 교부되는 결과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다투었으나, 결국 대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여전히 법원은 재무제표를 자금조달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정보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동향에 의하면, 제작금융, 이행보증 규모가 매출액 전체와 맞먹는 조선사나 건설사,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자본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많이 하는 회사와 같이 자금 조달을 많이 하는 회사들은 분식회계의 불씨를 조금이라도 남겨두면, 분식회계의 존재로 인하여 자칫 자금조달행위 전부가 대형 사기대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된다. 회계처리에 관한 명확한 정답 없어 설상가상으로 회사로서는 분식회계 이슈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채택하여 적용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K-IFRS)은 함축적인 용어로 원칙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국제회계기준의 회계적 의미를 통찰하여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에 있는 회계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회계처리에 관한 명확한 정답이 없고 2가지 이상의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의 불씨를 전혀 남겨 놓지 않고 회계처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분식회계로 오해를 받게 되면, 자칫 대형 사기대출 사건으로 비화될 위험에까지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 D조선해양, K항공우주사의 경우와 같이 행정소송이나 감리가 선행되지 않고, 곧바로 분식회계를 이용한 사기대출 및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수사와 형사재판이 선행됨으로써 법원에서 회계 쟁점을 제대로 다툴 기회가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회사가 대응하기 어렵게 하는 장애 요소이다. 사기 대출의 액수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데 형사 재판부로서는 6개월의 제한된 기간 내에 회계 쟁점을 직접 다루기가 쉽지 않다. 분식회계에 수천억원의 사기대출이 결합되면 이른바 마녀사냥이라고 하는 사후확신 편향과 집단사고의 오류로 인하여 부정적인 여론이 쉽게 형성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같이 분식회계 사건에 사기대출, 사기적 부정거래가 결합되면, 피고인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분식회계인지 여부를 치열하게 대응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회계의 질적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점은 동감하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고지에 오르지 못한 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채찍을 휘두르기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지를 오르려는 노력이 더 많아야만 회계제도의 질적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회계 업계 종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온다면, 회계 발전을 위해서 앞장서야 할 실무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방향으로 잘못 유도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소극적인 경향이 자리 잡게 되면 회계제도의 질적 발전을 향한 동력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법조인들도 우리나라 회계 제도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근 분식회계 형사사건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법원에서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분식회계 선판단 후 진행 필요 최근 S바이오로직스 사건과 같이, 회계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는 감리 절차에서 회계 쟁점을 직접적으로 심리하여 분식회계 여부를 먼저 판단한 후에 관련 형사사건을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실제 대출금을 교부하거나 투자금을 납입하는 과정에 허위 재무제표가 미치는 현실적인 영향을 적극적으로 다툼으로써 법원이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심리하고,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본 칼럼은 리걸타임즈 2020년 3월 2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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