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팬데믹으로 촉발된 위기 2019 년 12 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 19, 이하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감염병(Pandemic: ‘팬데믹’)이 되었습니다. 팬데믹이란 감염병이 한 나라를 넘어 2개 이상의 대륙으로 전파되어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유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110개국 이상에서 118,000건의 코로나19 사례가 보고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1968년 홍콩 독감(H3N2), 2009년 신종플루(H1N1)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팬데믹 선언을 하였습니다. 과거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들조차 팬데믹으로 선언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코로나19가 가지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또 그것이 초래할 사회경제적 위기가 얼마나 중대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에게 메르스 당시보다 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맞춤형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팬데믹은 기업의 경영목표와 실적은 물론 사업의 연속성(business continuity), 인적ㆍ물적 자원에 커다란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기는 기업의 한계를 시험하는 혹독한 시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그 한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합한 대처를 통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상황일수록 기업 경영진들은 적극적이고 신속한 맞춤형 대응전략을 통해 위기에 따른 인적, 물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위기에 취약한 경직된 조직과 문화를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변화시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업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에 얼마나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구성원이나 소비자에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조직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도 있고, 시장이나 관련 당사자들에게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평소보다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사소한 지침 위반이나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회복할 수 없는 기업 이미지 실추와 그로 인한 가혹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들은 사업의 연속성 유지를 위한 전략에 더하여 맞춤형 위기대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팬데믹 위기의 독특한 특성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에는 위기의 일반적인 특징에 더하여 감염병이라는 위기 유형에 따른 특징,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위기 규모에 따른 특징이 모두 나타납니다.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에서는 물적 피해에 앞서 인명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재택근무 등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업무 형태가 이루어지며, 여행이나 쇼핑, 모임 등을 자제하는 회피성 행동이 나타납니다.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발전하면 피해 기간이 장기화되고, 피해 지역이 한정되지 않아 다른 장소에서 사업을 계속하거나 다른 공급자를 통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한 지역의 방역만으로 감염 예방이 어려워지는 관계로 국제적인 이동이 제한되는 조치가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수출과 수입이 제한되고 매출이 축소됨으로써 현금 유동성 위기나 경기 침체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기업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한계 기업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상의 위기상황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특징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모든 위기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위기대응 전략에 더하여 감염병 및 팬데믹 위기에 적합한 맞춤형 위기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3. 공통적인 위기관리 전략 위기 유형을 불문하고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위기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즉 아래 조직 및 절차는 코로나19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위기들에도 활용되는 필수 요소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위기관리 전략이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가. 위기관리 계획 위기상황에서 기업은 통상적이지 않은 수많은 결정을 단기간에 내려야 합니다. 기업의 각 조직들은 무엇이 기업에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인지 총체적인 분석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핵심 업무나 인력, 공급처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원활한 업무 대체나 사업 연속성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에 기업의 핵심 업무나 예상되는 위험을 판별한 후 그에 맞는 위기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을 통해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나. 위기대응팀 위기상황에서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별도 위기관리 조직이 필요합니다. 해당 조직의 지시에 따라 기업의 각 부문은 위기대응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기업이나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방지하고,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 각 부문 책임자에 더하여 법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참여도 필수적입니다. 다. 커뮤니케이션 관리 위기상황에서는 단일한 창구를 통해 직원, 공급자, 고객 및 대중에게 미리 조율된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추후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메시지, 구성원에 의한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기업 이미지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기업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신속히 정확한 정보 및 후속 정보를 전달하여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대로 기업의 성공적인 대처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기업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라.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의 조화 위기상황에서는 여러 책임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 기업의 책임문제뿐 아니라 상대방의 책임문제도 검토하게 됩니다. 법적 검토를 면밀히 하여 법적 책임의 존부 및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여야 합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법적 책임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해지므로, 법적 책임에 더하여 사회적 책임의 관점을 가지고 거시적으로 사안을 보아야 합니다. 4. 감염병 위기 맞춤 전략 감염병으로 촉발된 위기에서 경영진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임직원 및 고객의 안전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이나 비용 관리입니다. 이를 위해 임직원 및 고객의 안전, 원격회의나 재택근무로 인한 2차 리스크, 법령 준수, 계약 및 보험 조건 검토, 상장사 공시의무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 임직원 및 고객 안전 종업원이나 고객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기본적인 감염예방도 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입혀짐과 동시에 안전 및 불확실성 관리를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미지가 더해짐으로서 기업의 신뢰가 상실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대적인 보도나 여론 재판, 당국의 조사 등으로 추가적인 손실과 제재 등이 연속해서 이루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철저한 위생 지침과 감염예방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임직원 및 고객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위생 정책을 실시하고, 원격 회의, 재택근무나 근무 인력 감축 등 예방조치를 빠른 시간 내에 능동적이고 적극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확진자 발생 시 그 발생 이유와 동선 등을 투명하게 알리고 업무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대체 인력 계획도 수립하는 조치도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 사이버 보안 급격한 재택근무 전환이나 근무 인력 감축으로 인해 개인정보나 기밀정보 보안에 빈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병 관련 피싱 범죄가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 긴급 입법 대응 감염병이 유행하면 국회나 정부가 감염 예방이나 피해 지원,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위한 긴급 입법이나 조치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원 치료나 격리 거부 등 지침 위반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것과 같이 긴급 법령이나 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은 이례적으로 무거울 수 있습니다. 이를 모니터링하고, 기업 어느 부분에서도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관련된 여러 정책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므로 관련 정책 변동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라. 계약 관리 감염병이나 그에 따른 정부 조치로 인해 기업이나 계약 상대방의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지연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불가항력, 통지, 해지, 손해배상, 면책, 최소구매량 등 관련 조항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여 손실 및 비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계약 해지나 연장, 수정 협상도 시작해야 합니다. 마. 보험 감염병으로 인한 손실이나 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만일 해당 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일정 기간 내의 통지나 요건 충족을 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통지 시기 및 기타 요건을 적절히 충족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바. 공시 의무 상장회사의 경우 중요 위험, 사업 중단 또는 사업 운영 및 전망에 대한 장애, 사업 계획 및 거래의 주요 변경과 관련된 추가 공개 의무가 있는지 확인하여 준수해야 합니다. 5. 팬데믹 위기 맞춤 대응 전략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발전한 경우, 위기 기간이 장기화되고 범위가 전 세계에 미침으로 인해 기업의 사업 연속성 및 존속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업에 필수적인 공급망 및 유통망 관리, 현금 유동성 관리, 주주들의 집단행동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 공급망, 유통망 관리 영향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특정 지역에 소재한 사업장, 생산공장, 원자재 조달 채널의 활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신속히 작업 가능한 지역에서 원료가 공급되거나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생산, 조달, 유통 중단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나. 현금 유동성 관리 기간이 장기간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요인들이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이행이 불가능한 금융 계약이 있다면 지급을 연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정부 지원을 포함하여 새로운 원천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지 검토하고, 기업 등급 하락 등으로 인한 추가 자금 확보 어려움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다. 주주 관리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의 배당금 지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들이 불만을 표시할 수 있고,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대항하여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여지가 있습니다. 적절한 정보 수집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감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6. 시사점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이야말로 모든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실 및 비용을 발생시킬수 있는 도전임에 분명합니다. 이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지만, 대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수 하나가 기업의 실적 하락은 물론 이미지 추락이나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맞춤형 위기관리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코로나19 응전 사례를 만들어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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