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급인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진행하던 중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면 하도급인은 하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하수급인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도급인이 하도급계약을 해지하면 통상 보증보험사에 계약보증금 상당의 보험금청구를 하는데, 이때 보증보험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아 보험금을 무조건 지급해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은 계약이행보증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의미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판결을 했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하도급인과 하수급인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하도급계약의 특약조건에는 “회생절차개시신청 등 사업경영상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면 하도급인은 최고 등 사전절차 없이 하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편 하수급인은 하도급계약 체결 후 보증보험사와 하도급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이행보증보험계약의 약관에는 “하수급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하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후 하수급인은 하도급계약 기간 중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하도급인은 하수급인에게 특약조건상 해지 조항에 따른 해지 통보를 했고, 이어서 보증보험사에 계약보증금 상당의 보험금 청구를 했습니다. 위 사안에 대해 원심(서울서부지방법원)은 “보증보험사는 하도급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사회통념상 하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도급인이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이유로 하도급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증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6다225308 판결). 계약이행보증보험계약의 약관에는 ‘하수급인의 정당한 사유없는 하도급계약상 채무의 불이행’이 보험사고로 명시돼 있는데,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을 보험사고인 ‘하도급계약상 채무의 불이행’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즉,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하도급인이 하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하지만, 계약이행보증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사유(보험사고)인 ‘하도급계약상 채무불이행’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후의 하도급계약 이행 정도, 하수급인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된 원인,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하수급인의 영업 계속 혹은 재개 여부, 하도급계약을 이행할 자금 사정 등을 하도급계약상 채무불이행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이유로 하도급계약을 해지하더라도, 하수급인이 공사 수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보증보험금 청구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 본 칼럼은 대한전문건설신문 2020년 4월 13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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