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나이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말을 한 후보가 제명되었다.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장애인 체육관 건립을 놓고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이어서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하는 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관련 막말을 한 후보는 법원에서 구제되었지만 그의 가처분신청은 기각되었다. 그는 노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탄받았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말을 듣고 불쾌할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는 말에는 불쾌하다. 표가 떨어진다. 장애인은 그만큼 되고 싶지 않은 혐오의 존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사람은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죽는다. 사람은 태어난 뒤 한 동안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며 걷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 다시 잘 안 들리고, 잘 보이지 않으며, 잘 걷지 못하게 된다.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는 70만이 넘었고, 치매유병률은 10%가 되었다. 장애는 병도 아니고 결함도 아니다. 과거에는 장애를 '손상'의 개념으로 접근하였으나(이른바 '병신'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이젠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에 있는 섬, 마서즈 비니어드(Martha’s Vineyard). 이 섬은 '수화'를 공통의 언어로 사용한다. 이 마을에서는 들리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만일 모든 건물에 경사로와 승강기가 있다면. 저상버스가 어디에나 다닌다면. 점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큰 글자나 쉬운 설명을 붙인 그림카드로 절차를 안내하는 관공서가 있다면. 영화관에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다면. 이런 세상에서 '장애'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이런 세상에선 노인의 삶도 불편하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노인은 장애인보다 더 차별을 받고 있다. 예컨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제도를 통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 활동지원인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나 65세가 되면 시설에 가야한다.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노인을 위한 활동지원은 장애인 활동지원보다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계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을 개정해서 장애노인의 경우 특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노인요양제도를 개선해서 노인에 대한 활동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에서도 노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재가급여를 우선 제공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는 자립생활이 불가능한 요양급여만 책정하고 있다. 가난하거나 가족 돌봄이 어려운 노인은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시설보호가 아닌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탈시설정책으로 가고 있지만, 노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설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노인이 되고,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복지는 모두의 인권문제이다. 장애인과 노인이 연대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 본 칼럼은 법률신문 2020년 4월 23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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