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D(매도인) 및 피고 주식회사 E(위탁자)와 사이에 대상판결건물 중 각 1개 호실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분양계약서에는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매수인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약정해제조항(이하 ‘
이 사건 해제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피고 D는 대상판결건물의 분양광고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위 시정명령이 분양계약상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D 및 피고 E에게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
2. 쟁점
위 사안의 쟁점은
분양계약에서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해제사유로 명시한 경우, 해당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행위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저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약정해제권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있었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1) 분양계약상 해제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정명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거나, 원고들이 이를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위와 같은 해석을 전제로, 원심은 대상판결 사안의 시정명령은 분양광고 기재사항 누락이라는 비교적 경미한 위반에 따른 것이므로,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약정해제권 해석에 관한 기존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반의 경중을 기준으로 약정해제권의 발생을 제한한 것은, 분양계약상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계약에서 해제ㆍ해지 사유를 약정한 경우에 그 약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ㆍ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효력은 그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된다(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다14972, 14989, 14996, 15005 판결 등 참조).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그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14436 판결 참조).
계약당사자 사이에 약정해제 사유를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해제조항의 성격은 약정해제사유라는 점
이 사건 해제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분양법 및 그 시행령에서 분양계약서에 포함하도록 강제한 사항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서 분양계약에 특유한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해제조항은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대법원은 이 사건 해제조항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라고 정하여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문언상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사항이 당사자의 계약체결 의사, 계약의 목적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해제권의 발생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5. 시사점
1) 약정해제조항의 문언에 따른 해석 원칙을 명확히 확인한 판결입니다
기존에는 원심판결 외에도 ‘벌금형 이상의 형 선고 등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그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에 한하여 해제권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분양계약에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해제사유로 명시한 경우, 해당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행위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계약서 문언에 따라 약정해제권이 발생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2) 분양사업자로서는 분양 초기 단계에서의 법령 준수 여부를 보다 엄격히 점검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향후 동일ㆍ유사 사안에서 원심판결과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상판결은 분양광고 단계에서의 형식적ㆍ절차적 위반이라 하더라도, 시정명령이 내려질 경우 설령 계약의 목적 달성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곧바로 계약해제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므로, 분양사업자로서는 분양광고 및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의 법령 준수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다운로드: 대법원 2025. 12. 24. 선고 2025다21524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