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사건)을 통해, “사용자가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에게 계속적ㆍ정기적으로 배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로써 과거 논란이 되었던 복지포인트의 임금성 및 통상임금성에 관한 법적 평가가 일단락되었습니다. [법무법인(유) 지평 노동 뉴스레터 2019년 8월호 참조] 그 이후로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대법원 2019. 9. 9. 선고 2017다230079 판결), 울산광역시(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다261084 판결)와 같은 공법인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LG전자 주식회사(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5다30886ㆍ30893 판결), 유한킴벌리 주식회사(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7다247602 판결)와 같은 사기업들에 대해서까지,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한 시내버스 운송회사가 제공한 구내매점용 물품구입권에 대하여 이 역시 임금 및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7647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과 앞서 본 복지포인트 관련 판결들은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1) 시내버스 운송회사인 A사는 1998년 3월 운행버스에 CCTV를 설치하면서 당일 출근하는 모든 운전직 근로자들에게 연초(담배), 장갑, 음료수, 기타 잡비 명목으로 일비 10,000원을 지급하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하였습니다. 2) 이후 노후한 CCTV를 철거하고 새로운 CCTV를 설치하면서 노사가 2012년 1월경 합의한 협약서에는, CCTV 교체기간에는 음료대금 명목으로 일비 5,000원을 지급하고, 위 교체작업이 완료되는 2012년 1월 19일 이후에는 실비변상조로 장갑, 음료수, 담배, 기타 잡비 명목으로 일비 10,000원에 상당하는 A사 발행의 구내매점용 물품구입권을 지급한다고 정하였습니다. 3) A사는 위 각 합의에 따라 실제 경비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근로를 제공한 소속 운전직 근로자 모두에게 2012년 1월 18일까지는 통화를, 2012년 1월 19일부터는 물품 구입권을 각 지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경비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사가 위 수당 내지 물품구입권을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었습니다. 4) 2012년 1월 19일 이후 출근하는 운전직 근로자들은 일률적으로 10,000원 상당의 물품구입권을 지급받았습니다. 나. 항소심 판결 위와 같이 지급된 일비 내지 물품구입권 상당액에 관하여, 항소심은 (1) 2011년 2월 1일부터 2012년 1월 18일까지 지급한 일비를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 반면, (2) 2012년 1월 19일 이후 지급된 물품구입권 상당액에 대해서는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으며, 장갑, 음료수, 담배 등의 물품이 버스운행에 필요하므로 근로자의 후생복지나 근로제공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대법원 판결 이에 반해 대법원은 “2012년 1월 19일 이후 지급된 물품구입권 상당액(대법원은 ‘이 사건 CCTV 수당’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은 운전직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관련하여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소정근로의 대가이고,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근무일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이 사건 CCTV 수당을 지급받는 것이 확정되어 있었으며,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비록 그것이 실비변상 명목으로 지급되었고 A사 발행의 물품구입권으로 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라고 하여 원심판결 중 근로자 패소 부분(물품구입권 상당의 CCTV 수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 분석 가.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의 공통점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A사의 물품구입권은 사용처(구내 매점)와 용도(매점 내 물품 구입)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복지포인트의 경우(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 내에서, 제한된 물품 구입)와 차이가 없습니다. 2)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은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현금으로 환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3)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 모두 근로자의 후생복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에 차이가 없습니다. 나.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의 차이점 그에 반해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1) 복지포인트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나 임금 보전을 위해 시작된 것이 전혀 아니고, 기업 내 임금 아닌 복리후생제도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기업복지체계를 구축한 것입니다(위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반면, A사의 물품구입권은 CCTV 설치에 따른 위로금 성격을 갖고 있고, 과거 현금으로 지급되던 일비를 대체하였다는 점에서, 도입 경위 및 연혁에 차이가 있습니다. 2)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에 일괄하여 배정되는 복지포인트와 달리, 물품구입권은 실제 출근한 날만 지급되었고, 출근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었습니다. 3) 타인에 대한 양도 가능성이 없는 복지포인트와 달리, 물품구입권은 양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4) 1년의 사용기한이 있는 복지포인트와는 달리, 물품구입권은 사용기한에 대한 정함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대법원 판결문상 사용기한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다. 시사점 1)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은 현금이 아닙니다. 그러나 임금성이 인정된 대상판결에서 보듯이, 현금이 아닌 방식으로 지급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현금만이 임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대법원은, 일정한 가치를 지닌 상품권(구판장 이용쿠폰)이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였고(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0316 판결), 1년에 2회씩 각 10만 원 상당의 여러 생활용품을 전시한 후 근로자로 하여금 필요한 생활용품을 선택하게 한 다음 만일 선택한 상품이 1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 금액 상당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현물을 지급한 사례에서, 10만 원의 후생용품비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54322, 54339 판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공한 혜택이 현금이 아니라고 해서 곧바로 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2) 근로자가, 임금이 아니라 포인트 내지 물품구입권을 가지고 제한된 장소(인터넷 또는 구내 매점)에서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선택하여 구입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사용자가 사후에 지급한다는 점만 놓고 보면, 복지포인트와 물품구입권이 통용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선택권을 가지고 사용자가 사후적으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만으로 그러한 복지혜택의 임금성이 부정되거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상판결은 ① 비현금성 혜택의 도입 연혁, ② 혜택 발생의 조건(현실 근로를 해야 지급되는지, 근로자 지위만으로 지급되는지) 등을 고려하여 임금성을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3) 물품구입권 또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의 포인트 지급과 같은 방식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는, 그러한 복지혜택의 임금성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퇴직금, 법정수당에 관한 잠재적 분쟁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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