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고정성을 가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 아래에서는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서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최근 판례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2. 재직자 조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정근로제공과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재직 중이라는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적인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 최근까지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서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해 왔습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4638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7다247602 판결 등). 3.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고 보고 통상임금성을 긍정한 하급심 판례 가. 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은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정기 고정급의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에 자신이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정기 고정급에 대하여는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성과급은 성과조건의 성취에 따라 비로소 발생하는 급여로 처음부터 약정된 것이지만, 재직자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은 그 발생에 대한 약정이 있고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으로 인하여 그 몫의 임금인 정기상여금이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의 경우 재직자조건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이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③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도 일정한 금액이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어 근로자의 생활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급과 다를 바가 없다. 기본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④ 정기상여금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목적 내지 필요성으로 일반적으로 주장되는 것은 근로자의 계속근로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후불임금인 정기상여금의 부지급이라는 경제적 구속을 통하여 근로자의 계속근로를 확보하는 것은, 계속근로의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7조 및 임금보호를 위한 각종 관계 법령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위 서울고등법원 2017나2025282 판결은 ‘재직자조건이 무효인 이상 피고 회사의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으로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 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상태입니다(대법원 2019다204876). 나.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은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되는 고정급 내지 최소보장 부분이 있는 정기 고정급에 부가된 지급일 기준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재직자조건이 무효인 이상,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 중 최소보장 부분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확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정기적 ·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서울고등법원 2016나2087702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2019다244942). 다. 부산고등법원 2019. 9. 18. 선고 2018나55282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9. 9. 18. 선고 2018나55282 판결은 ‘내부평가성과급 중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되는 최소보장 성과급에 부가된 지급일 기준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최소보장 성과급은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이 인정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부산고등법원 2018나55282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2019다289525). 4. 재직자 조건이 유효라고 보면서도 통상임금성을 긍정한 하급심 판례 가. 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정기상여금이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위 3항의 하급심 판결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위 서울고등법원 2016나2032917 판결에서의 재직자 조건의 효력 및 고정성에 관한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나. 이 사건 재직자조건이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재직자 조건으로 인해 원고들이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일부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재직자조건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 사건 상여금은 1년에 월 기본급의 8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되 이를 8회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연간 상여금을 해당 근로기간에 대한 임금의 후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② 원고들이 중도 퇴직할 경우에 이 사건 재직자조건으로 인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인 임금으로서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부분은 연간 상여금의 전부가 아님은 물론 퇴직일이 포함된 분할지급기간의 해당 분할지급금액 가운데에서도 일부, 즉 직전 분할지급일부터 퇴직일까지 기간의 소정근로의 대가에 불과하다. ③ 근로자들이 중도 퇴직하는 시기에 따라서는 근로기간에 비례하는 상여금을 초과하는 상여금을 지급받은 상태인 경우도 있게 되는데, 이 사건 재직자 조건에 따르면 중도 퇴직하는 근로자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미지급 상여금이 있더라도 이를 지급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초과 지급받은 상여금이 있더라도 이를 반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④ 그렇다면 이 사건 재직자조건은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퇴직 시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리한 시기에 퇴직하더라도 그 불이익이 크다고 하기는 어려운 바, 근로자가 중도 퇴직하는 경우에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미지급 또는 초과지급 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 상여금의 고정성에 관한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 사건 상여금은 연간 지급액이 월 기본급의 800%로 확정되어 있고, 그 지급액은 모두 연간 소정근로의 대가일 뿐이므로, 연간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되는 임금이다. ②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자조건이 부가되어 있으나, 이 사건 상여금의 지급조건인 1년의 소정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채 중도 퇴직하는 경우에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일할 계산하여 정산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미지급 또는 초과지급 금액이 있더라도 추가로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이어서, 이 사건 상여금이 연간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는 임금이라는 성질에는 변함이 없다. ③ ‘퇴직’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였다고 해서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퇴직)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유동적’인 임금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이 사건 재직자조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하는 그 임금 지급의 고정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5.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하급심 판례에서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소정근로제공과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배치됩니다. 위와 같은 하급심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에서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의 불일치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현장의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하급심 판결은 모두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므로 상고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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