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정의규정은 불명확한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는 논란이 입법 당시부터 제기되어 왔고, 그 해석에 관한 다양한 이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영책임자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하급심 판결들이 잇달아 선고되고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 12. 19. 선고 2024고단1264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6. 2. 10. 선고 2023고단834 판결). 아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해석에 관한 입법 과정상의 논의와 여러 견해를 살펴보고, 최근 내려진 각 하급심 판결이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2.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정의와 해석상 쟁점
가. 규정 및 해석상 쟁점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9. “경영책임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나.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부터 제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
그중 제2조 제9호 가목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크게 (i)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범위, (ii) 가목 후단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범위, (iii) 가목 전단과 후단을 잇는 ‘또는’에 대한 해석의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가목 전단)에 대한 해석
가목 전단의 경우, ① 범죄 구성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대표이사 등 법률상 대표권한을 가진 자로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 ②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사실상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법률상 권한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대립해왔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당시 상정된 5개의 법률안을 살펴보면, 각 법률안은 ‘법인의 대표이사, 이사’ 등 법률상 회사의 의사결정권한 내지 대표권을 가진 자를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법률상 대표이사 또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으나, 해당 법인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 의안명 |
경영책임자등 정의 규정(제2조) |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강은미의원 대표발의안) |
7. “경영책임자등”이란 사업주가 법인이거나 기관인 경우에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
나. (생략)
다.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닌 자로서, 해당 법인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
(각 박범계안, 박주민, 이탄희의원 대표발의안) |
12. “경영책임자등”이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
나. (생략)
다.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닌 자로서, 해당 법인의 사업상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한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지위에 있는 자 |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
(임이자의원 대표발의안) |
6. “기업”이란 「상법」 제169조에 따른 회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 제2장ㆍ제3장 및 제4장에 따른 지방직영기업,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을 말한다.
7. “경영책임자”란 제6호의 대표이사 및 기관의 장을 말한다. |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과정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대표자는 법률상 대표권을 가진 대표이사 등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 대표자를 제외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중대재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입법안의 취지라는 점, 상법상 회사뿐 아니라 민법상 비영리법인 등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고려되었고, 대안에서는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로 수정되었습니다.
1)
다.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가목 후단)에 대한 해석
가목 후단의 경우,
회사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이른바 CSO가 이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쟁점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① 특정 사업 부문의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받아 대외적ㆍ대내적으로 대표이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만이 해당한다는 견해
2), ② 포괄적 대리권 수여 여부에 관계없이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자 중에서 사업의 대표자와 유사한 정도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해당한다는 견해
3), ③ 실질적인 관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4) 등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입법 과정에서의 논의를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5개의 법률안에는 가목 후단에 해당하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라는 표현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5) 이는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있다면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삽입되었으며,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에 준하는’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습니다.
6)
라. ‘또는’에 대한 해석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가목 전단과 후단을 ‘또는’으로 연결하고 있는데, 그 의미가 ① 전단이 없는 경우 잔여적으로 후단을 경영책임자등으로 보는 견해, ② 양자를 중첩적 내지 병렬적 관계로 보는 견해
7), ③ 양자를 선택적 내지 택일적 관계로 보는 견해
8), ④ 후단이 있는 경우 후단만을 경영책임자등으로 보는 견해(면책설) 등이 있습니다.
입법 과정에서의 논의를 살펴보면, ① 법률상 대표자와 실질적 대표자를 단순 나열하는 방식, ② 현행 법률과 같이 전단과 후단을 ‘또는’으로 연결하는 방식, ③ 전단과 후단을 ‘및’으로 연결하는 방식 등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논의 결과, 법률상 대표자와 실질적 대표자를 단순 나열하거나 ‘및’으로 연결할 경우 실질적인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이를 함께 처벌하게 되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현행 법률과 같이 전단과 후단을 ‘또는’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규정하였습니다.
9) 결국 입법자의 취지는 경영책임자등으로 규정된 모든 자를 처벌한다는 것이라기보다, 실질적 관점에서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을 처벌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사업을 대표ㆍ총괄하는 자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자의 분리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 소결
앞선 입법과정에서의 논의와 해석상 쟁점에 관한 견해들을 종합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범위와 수범자의 확정에 관한 문제는
규범적 관점에서 법률상 책임과 권한이 부여된 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중대산업재해 등으로부터 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강조하여 수범자의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 대립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앞서 살펴본 입법취지와 견해들을 토대로 경영책임자성에 관한 판단기준을 설시한 두 하급심 판결례의 법리적 판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 12. 19. 선고 2024고단1264 판결
경기 이천시 창고시설 신축 공사에서 작업하던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고소작업대에 탑승하여 다음 작업 구간으로 이동하던 중, 하지철물 구조물과 고소작업대의 안전난간 사이에 협착되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은 도급업체의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등으로 특정하여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도급업체의 CSO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CSO의 경영책임자성이 인정될 경우 도급업체의 대표이사가 면책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과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 8. 21. 선고 2023고단95, 2023고단1448 판결은 CSO가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경영책임자등’에 추가로 해당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경영책임자등’의 지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는 등,
CSO를 선임하더라도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의 전단과 후단을 병렬적 내지 중첩적 관계로 해석하였습니다. 반면 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2025고합24(병합), 529(병합) 판결은 “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는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면책되고, 안전보건업무책임자만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여 면책설의 입장을 취한 바 있어, 경영책임자등에 관한 규정 중 ‘또는’의 해석에 관하여 하급심 판결의 입장이 엇갈리던 상황이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위 수원지방법원 판결과 동일한 법리를 설시하며 CSO가 ‘사업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으므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대표이사인 CEO의 경영책임자성은 부정된다고 보아
가목 후단의 자가 있는 경우 가목 전단의 자가 면책된다는 면책설의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재판부가 이와 같은 입장을 채택한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CSO 선임되어 있음에도 언제나 CEO 함께 처벌하는 것은 기업운영 현실에 반할 수 있는 점
- 대기업의 특성상 사업 부문마다 안전ㆍ보건에 관한 총괄책임자를 선임하는 것이 종사자의 생명ㆍ신체 보호에 더 충실한 결과가 될 수 있는 점
-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안전보건업무에 한하여 사업총괄책임자와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하는 자로 한하여 해석한다면 임원급이 아닌 실무자만 처벌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하는 구체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조치의 내용들이 모두 반드시 대표이사가 결정권을 행사하여야만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아니고 상당 부분 위임될 수 있는 성격의 업무에 해당하는데, 위임된 안전보건업무가 부실하게 이루어져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만을 경영책임자등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다만 재판부는 ‘CSO가 상당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결국 대표이사와 같은 사업총괄책임자가 행사하여야 하는 등 특정한 개별적 사안에서는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도 상정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개별적인 사안들에 있어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였고 중대재해가 그 의사결정 사안과 관련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로 하여금 경영책임자등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CSO가 존재하더라도
안전보건에 관하여 최종적인 권한이 없다면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설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여주지원은 ① 회사가 2022. 1. 안전보건전담조직인 SEQ실을 만들어 SEQ실장인 CSO를 중심으로 안전ㆍ보건 업무 총괄 체계를 구축한 점, ② CEO는 회사의 영업부문 중 하나인 건설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반면 CSO는 30년 건설업무 경험을 가진 사내이사에 해당하는 점, ③ CSO가 안전ㆍ보건 업무에 관한 전결권을 보유한 점, ④ 회사가 복수의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고, 근로자수 및 업무조직 등에 비추어 대표이사의 업무 중 안전ㆍ보건에 관한 업무를 분리하여 CSO를 임명할 필요성도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CSO의 경영책임자성을 인정하고 CEO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4. 의정부지방법원 2026. 2. 10. 선고 2023고단834 판결
2022. 1. 양주시 채석장에서 20m 높이의 토사가 무너져 일하던 근로자 세 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은 회사가 소속된 그룹의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으로 특정하여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로 기소하였습니다. 당시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여 2021년도 말부터 안전보건 조직을 개편하고, 2022. 1. 자로 안전업무에 관한 전결권을 가진 ‘안전보건 경영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하였으며, 생산담당 임원 중 1인을 안전보건 경영책임자로 지정하여 안전업무에 관한 전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수범자인 경영책임자등은 기본적으로 대표이사에 해당하고,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아닌 자에게 실질적ㆍ구체적으로 법인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점 및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는 점 등이 입증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① 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의 정례보고 및 각종 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그러한 각종 보고 및 회의가 그룹 회장이 경영책임자로서 경영상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안전보건업무를 포함한 사업을 총괄하여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② 그룹 회장으로부터 각 부문별 대표자 또는 담당 임원 등에게 일부 지시가 이루어진 사정만으로는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수범자로 판단하기 위한 예외적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였습니다.
5. 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위에서 본 1심 판결 2건은 회장, 대표이사, CSO가 존재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인 경영책임자등을 누구로 보아야 할지에 관해 판단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평가하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전결권한을 실질적으로 위임받은 CSO가 있는 경우 또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을 불가능할 정도로 권한을 가진 회장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CSO를 선임하는 기업의 경우, 사업의 규모나 사업부문간 관계, 의사결정구조의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CSO에게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CSO가 실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