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특히 미ㆍ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은 전례 없는 법적ㆍ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며 경제 조치를 무기화하는 추세 속에서, 우리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은 종종 상충하는 법률 요건 사이에 놓이게 되는 ‘이중 컴플라이언스(Dual Compliance)’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중국은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명분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통제와 압박을 강화하는 법률적 ‘도구 상자(法律“工具箱”)’를 구축했습니다. 2021년 6월 10일 《중화인민공화국 반외국제재법》(이하 ‘《반외국제재법》’)이 공표ㆍ시행된 것은, 외국 기업의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법적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어 2025년 3월 23일, 국무원이 《〈중화인민공화국 반외국제재법〉 시행 규정》(이하 ‘《시행규정》’)을 공포함으로써, 반제재 조치의 적용 대상과 법적 책임이 세부적으로 명확화되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본국 법률 준수 행위조차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 수단을 확보했음을 시사하며, 외국인 투자자 및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 심각한 과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2. 외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중국의 다층적 제재 체계
가. ‘삼위일체’ 반제재 법률 구조의 위험성
외국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삼위일체’ 법률 구조는 각기 다른 측면에서 리스크를 부과합니다.
- 《반외국제재법》(AFSL):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외국 정부의 조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중국 내 자산을 동결하거나 거래를 전면 금지시킬 수 있는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 《외국 법률 및 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차단 방법》(차단 규정): 외국 기업이 모국(예: 미국)의 제재 법률을 준수하는 것을 ‘부당한 역외 적용’으로 간주하여, 중국 법인에 해당 법률의 준수를 금지하도록 요구합니다. 외국 기업 본사의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정책과 중국 자회사의 법적 의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야기합니다.
-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규정》(UEL): 정상적인 시장 원칙(예: 공급망 변경)에 따른 경영 판단조차, 중국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신뢰할 수 없는 실체’로 지정되어 수출입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구조는 중국 당국이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제재 카드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외국 기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법적 위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나. 기타 관련 목록 및 조치
- 《수출통제법》 하의 통제 명단 및 관심 명단: 중국의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며,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차질을 초래하는 요인이 됩니다.
- 《반테러리즘법》 하의 테러 활동 인원 명단: 자금 동결 의무를 부과하며, 관련자 식별 오류 시 심각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유엔 안보리 결의 명단: 국제적 기준에 따른 제재 의무입니다.
여러 목록 중, 《반외국제재법》의 반제재 명단(反制清单)은 외국 기업에 가장 심각한 위협입니다. 특정 거래(수출입 등)의 제한을 넘어, 중국 내 모든 조직ㆍ개인과의 ‘모든 거래 및 협력’을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3. 반제재 메커니즘: 외국 기업에 대한 5대 핵심 리스크
가. 리스크 1: 광범위하고 모호한 제재 발동 요건
외국 기업 입장에서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것은 제재 발동 요건의 모호성과 광범위성입니다.
- 외국 정부(예: 미국, EU)의 억제ㆍ압박 조치에 동참하는 경우
-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원’ 또는 ‘협조’하는 경우
특히 《시행규정》은 ‘소송 등의 수단을 통한... 침해’를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미국 법원의 증거 제출 요구에 응하거나, 중국 기업을 상대로 IP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통상적인 법적ㆍ경영적 행위조차 ‘중국 이익 침해’ 또는 ‘협조’ 행위로 간주되어 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 리스크 2: 무한 확장되는 ‘침투성 리스크’(연대 책임)
《반외국제재법》 제5조의 ‘연관 관계’ 규정은 외국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실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제재 대상이 다음과 같이 무한히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 제재 대상 개인의 배우자 및 직계 친족
- 제재 대상 조직의 고급 관리자 또는 실제 통제인
- 제재 대상 개인이 고급 관리자를 맡고 있는 조직
- 제재 대상자(개인ㆍ조직)가 실제 통제하거나 설립ㆍ운영에 참여한 조직
서방 제재의 ‘50% 규칙’을 넘어, 개인의 가족 관계나 실질적 운영 참여까지 문제 삼는 ‘침투성 리스크(穿透性风险)’입니다. 기업은 거래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개인과 조직의 복잡한 관계망을 파악해야 하는 기하급수적인 실사(Due Diligence) 부담을 안게 됩니다.
다. 리스크 3: 사업 중단을 초래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 기업이 감수해야 할 조치는 중국 내 사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합니다.
| 조치 종류 |
외국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
| (1) 출입국 제한 |
본사 임직원, 경영진, 기술자의 중국 입국 및 체류가 금지되어 경영 관리 및 기술 지원이 마비됩니다. |
| (2) 재산 동결 |
중국 내 법인의 은행 계좌, 공장, 설비, 재고, 지식재산권 등 모든 자산이 동결되어 즉각적인 영업 중단을 초래합니다. |
| (3) 거래 및 협력 금지 |
중국 내 모든 기업(고객사, 협력사, 은행 포함)과의 거래가 금지됩니다. 매출 중단, 공급망 붕괴, 금융 서비스(대출, 송금) 차단을 의미합니다. |
| (4) 기타 필요 조치 |
수출입 금지, 투자 금지, 벌금 부과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불이익 처분이 가능합니다. |
라. 리스크 4: 방어권이 부재한 일방적 결정 절차
외국 기업에 가장 불합리한 절차적 리스크는 방어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 결정 및 공고: 제재 결정은 사전 예고나 의견 진술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공고되며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 최종 결정 원칙: 《반외국제재법》 제7조에 따라, 제재 결정은 ‘최종 결정’입니다. 국가 주권 행위로 간주되어, 행정소송 등 사법적 구제 절차를 통한 불복이 원천적으로 차단됨을 의미합니다.
- 제한적인 조정 절차: 《시행규정》이 ‘신청 변동’(정지ㆍ변경ㆍ취소 신청)이나 ‘특수 허가(Special License)’ 절차를 두고 있으나, 법적 권리가 아닌 중국 당국의 재량에 달린 ‘정치적 협상’의 영역입니다. 기업이 ‘행위를 시정’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므로 사실상 중국 정부의 요구에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할 수 있습니다.
4. 중국 당국의 집행 사례: 현실화된 기업 리스크
가. 한화오션 사례: ‘소극적 협조’도 제재 대상
2025년 10월 14일,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반제재 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들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301조 조사 활동을 협조(协助)하고 지원하여’ 중국의 이익을 해쳤다는 것입니다. 외국 기업이 자국(미국) 정부의 법적 절차(공청회 참석, 의견 제출 등)에 ‘소극적으로 응한’ 행위조차, 중국 당국에 의해 ‘중국 이익을 침해하는 적극적 협조’로 간주될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례입니다.
1) 기업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이후 미ㆍ중 협상 결과에 따라 조치가 유예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 제재가 법적 일관성보다는 ‘외교적ㆍ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됨을 보여줍니다.
나. 사법적 구제 경로의 함정: ‘사적 소송권’의 양면성
《반외국제재법》 제12조는 외국 기업에 또 다른 중대한 리스크를 야기합니다. 중국 공민/조직은, 외국 기업이 ‘외국 제재를 실행하거나 협조하여’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인민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최초 적용 사례(모 해양공정회사 사건): 외국 S 설비회사가 미국 OFAC 제재를 이유로 중국 기업에 잔금 지급을 거부하자, 중국 법원은 이를 ‘차별적 제한 조치 실행’으로 간주하여 ‘침권 책임 분쟁’으로 다루었습니다.
- 외국 기업 시사점: 외국 기업이 OFAC 등 모국 제재를 준수할 경우, 중국 파트너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미국법을 준수하면 중국에서 민사소송 리스크를, 중국법을 준수하면 미국에서 제재 리스크를 지게 되는 ‘법적 덫’에 걸리게 됩니다. 법원이 ‘경제적 실용주의’로 조정을 유도했으나, 소송 자체가 기업에 막대한 부담과 위협이 됨을 입증합니다.
5. 기업이 직면한 다층적 리스크와 이중 컴플라이언스 의무
가. 컴플라이언스 충돌과 법적 의무
외국 기업은 모국 법(예: 미국 제재) 준수 의무와 중국 법(반외국제재법) 준수 의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중 컴플라이언스’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1) 중국 법상 의무
- 실행 의무: 외국 기업의 중국 자회사(법적으로 중국 조직)는 중국 정부의 반제재 조치(예: 특정 기업과 거래 중단)를 반드시 실행해야 합니다.
- 금지 의무: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이라도’ 외국 제재를 실행ㆍ협조해서는 안 됩니다. 외국 기업 본사의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중국 자회사에 적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본사-자회사 간 법적 충돌을 야기합니다.
나. 침투적 리스크 심화와 실사(Due Diligence)의 범위
제5조의 ‘연관 대상’ 규정은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실사를 ‘거래 상대방’ 확인에서 ‘관계망 전체’ 심사로 확장시킵니다. 거래 상대방의 경영진, 가족, 그들이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까지 조사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식별 및 위험 관리 비용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합니다.
다. 교차 리스트 연동 위험
한 목록(예: 반제재 명단)에 등재되면 다른 목록(예: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도 교차 등재될 위험이 큽니다. 2024년 미국 군공 기업 제재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은 다중 목록을 적용하여 제재 강도를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목록에 모두 오를 경우 중국 내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라. 금융 기관 및 거래처의 과잉 준수(Over-Compliance) 리스크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더라도, ‘제재 대상 기업의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내 은행이나 거래처들이 거래를 기피하는 ‘과잉 준수’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은행들은 내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계좌 개설, 대출, 위안화 결제를 선제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의 사업 연속성에 치명적입니다.
6. 외국 기업의 리스크 관리 및 방어 전략
불확실하고 충돌하는 법률 환경 속에서, 외국 기업은 생존을 위해 다음과 같은 동적이고 다층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가. 사전적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및 강화
- 침투성 리스크 배제 메커니즘: 전통적 거래 상대방 실사를 넘어, ‘목록 침투식 배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합니다. 제재 명단 인물의 관계망(가족, 임원, 관련 기업)까지 추적하는 내부 스크리닝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 실시간 모니터링: 국무원 및 관련 부처의 제재 명단 업데이트, 정책 해설, 집행 동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정기적인 내부 감사를 통해 중국 내 협력사의 자격, 자금 흐름, 계약 조항을 점검해야 합니다.
-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문서 재검토: 본사의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매뉴얼이 《반외국제재법》과 충돌하는지 전면 검토하고, 중국법 준수 의무를 반영하여 ‘중립적’이거나 ‘현지 법률 우선’ 원칙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나. 국제 거래 계약 조항을 통한 리스크 분산
- 중국법 우선 적용 명문화: 중국 내 계약의 경우, 법률 충돌 시 중국 법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을 삽입하여 중국 내 법적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미국/EU법 위반 리스크를 감수하는 전략적 결정임).
-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 강화: ‘제재’로 인한 계약 불이행을 불가항력 사유로 명시하되, ‘미국 제재’와 ‘중국 반제재’를 모두 포함하여 양방향 리스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 제재 보증 조항: 거래 상대방이 중국의 반제재 리스트나 UEL 등에 등재되지 않았음을 보증하고, 등재 시 계약을 즉시 정지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해야 합니다.
다. 행정 및 사법적 구제 경로의 실효적 활용
(1) 행정적 구제(정치적 협상)
제재 대상 지정 시, 법적 다툼이 아닌 ‘정치적 협상’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행위 시정(중국 정부 요구 수용) 의사를 밝히며 조치 정지ㆍ변경ㆍ취소를 신청하거나, ‘특수 허가(면제)’를 신청하는 경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2) 사법적 구제(방어 전략)
《반외국제재법》 제12조에 따른 민사 소송을 당할 경우, 즉각 전문 로펌을 선임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해양공정 사례처럼, 법원의 조정을 통해 ‘반담보금’을 공탁하고 핵심 자산(선박 등)의 운영을 재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실용적ㆍ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라. 그룹 구조 및 거버넌스 분리(Firewall 전략)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 완화 전략은 ‘방화벽(Firewall)’ 구축입니다.
- 법인 분리: 미ㆍ중 갈등에 직접 노출된 사업(예: 미국 정부 납품 사업)과 중국 비즈니스를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분리 운영해야 합니다.
- 지배구조 재편: 지배 구조를 지역별ㆍ기능별로 재편하여, 한 부문(예: 중국 법인)의 제재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 정보 차단: 중국 내 법인과 본사 간 민감 기술, 데이터, 정보 접근을 차단하여, 중국 당국에 ‘협조’할 정보가 없음을 보이는 것도 방어 논리가 될 수 있습니다.
마. 규제 당국과의 소통 및 외교적 채널 활용
민감한 이슈일수록 ‘정무적 대응’이 중요합니다. 평소 중국 규제 당국(상무부, 외교부 등)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모국 정부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조사에 협력해야 한다면, 이를 사전에 중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설명하여 오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국 정부(대사관 등)와 긴밀히 협력하여 통상 채널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지원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법무법인(유) 지평의 중국팀 및 글로벌 리스크 대응 센터는 중국 관련 위기 상황 발생 시 해외 네트워크 활용을 포함한 현장 대응 지원이나 사후적인 분쟁 해결은 물론, 사전 예방을 위한 제재ㆍ수출 통제 규정 준수 실사 및 관리/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선제적 재구축 등 영역에서도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수출통제 준수 컨설팅과 인허가 신청 대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