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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ㆍ부동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9의 명암(明暗)

2022.03.23

상가건물 임대료가 3개월치 이상 연체된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도 일정 부분 제한됩니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8, 제10조 제1항 단서 제1호, 제10조의4).  그런데 전례 없는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워진 임차인들을 보호하고자 제10조의9가 신설되어 2020년 9월 29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본 조항 시행 이후 6개월 동안(즉 2020년 9월 29일부터 2021년 3월 29일까지) 연체된 임대료는 위 조항들과 관련해서는 연체된 것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10조의9의 시행으로 인해 사안에 따라서는 9개월치가 연체될 때까지는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고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으며 권리금 회수기회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입법 이후 1년 반이 흐른 현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제10조의9는 임차인 보호라는 당초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였겠지만,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과 법해석에 관한 시장의 혼선을 초래한 측면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민법상 변제충당 조항과의 관계설정 문제가 있습니다.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여러 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 채무자는 어느 채무의 변제에 먼저 충당할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76조 제1항).  물론 당사자 간에 변제충당 순서에 관한 별도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위 지정충당에 관한 조항을 배제하고 그러한 합의에 따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의충당은 민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인정되고 있습니다.  
 
민법상 변제충당 법리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수개월의 임대료를 연체한 임차인이 그중 일부만 지급하는 경우, 당사자 간에 충당순서에 관한 별도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면 되겠지만,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충당순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10조의9가 시행된 이후 임차인들은 지정충당 조항을 적극 활용하여 2021년 4월 이전의 임대료는 지급하지 않고 그 이후의 임대료만 지급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제10조의9는 시행 당시 이미 존속 중인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는데, 해당 임대차계약에서 합의충당 조항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임대인은 차별적 취급을 받게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합의충당 조항을 두지 않았던 임대인은 제10조의9 시행으로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제10조의9로 인해 보증금의 임대료 지급 담보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9개월치 임대료가 연체될 때까지는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계약을 실제 해지하는 시점에는 9개월치 이상의 연체 임대료를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할 수 있습니다.  연체 임대료에 대한 연체이자까지 고려했을 때 보증금으로 이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제10조의9의 존속기간의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조항은 코로나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응급조치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일몰조항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10조의9에 의하면 시행 후 6개월 기간 동안의 연체는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연체가 아닌 셈이 되는데, 그 사이 코로나 상황이 정상화되었을 때 제10조의9를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인지, 개정 또는 폐지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또다른 사회적인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제한적이긴 하나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계약을 갱신할 때 지급기일이 먼저 도래한 연체 임대료부터 먼저 충당하도록 합의충당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는 제10조의9의 강행규정적 성격에 반하는 합의여서 무효라는 주장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임대인은 신규로 계약을 체결할 때 합의충당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계약의 경우 그 시기상 제10조의9가 직접 문제되는 경우는 없겠지만, 이는 제10조의9와 유사한 내용의 추가 입법이 있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실제 유사한 개정법률안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증금 규모의 적정성에 대하여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10조의9로 인해 9개월치 이상의 연체 임대료 및 이에 대한 연체이자를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하는 상황도 가정하여 보증금을 책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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