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석에 다툼이 있는 건산법 조문
문언의 뜻이 문제된 건산법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된다(건산법 제38조의 2).” 건산법은 위 규정에 위반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한 자”에 대하여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건산법 제95조의2).
건산법은 양벌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ㆍ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5조의2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당해 법인이나 개인에 대하여도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합니다(건산법 제98조 제2항).
(2)
쟁점이 된 기초사실 요지
이 사건에서 각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 규정에 위반되었는지가 논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6인입니다. A건설회사, A건설회사의 상무ⓐ, B건설회사, B건설회사의 차장 ⓑ, C건설회사의 팀장 ⓒ, 안전진단평가위원으로 위촉된 모대학교 교수 D입니다.
공소사실은 이러합니다. A 및 B 건설회사의 “사용인 기타 종업원”인 피고인 ⓐ 및 ⓑ, 그리고 건산법 제38조의 2의 “수급인”인 C회사의 “사용인 기타 종업원”인 피고인 ⓒ가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수급인을 정하는 평가위원 피고인 D에게 각자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을 공여하였고, 피고인 D는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을 취득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 ⓑ, ⓒ가 D에게 각자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을 공여하고 D는 이를 취득한 사건입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건산법위반의 논점에 대하여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① 건산법 제38조의 2 문언상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는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이하 ‘발주자 등’)이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스스로 영득하기로 하는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그와 같은 명목으로 이를 공여하는 행위에 한정되고, 발주자 등의 사용인 기타 종업원 등이 개인적으로 영득하기 위하여 배임수증재적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그와 같은 명목으로 이를 공여하는 행위는 처벌되는 행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② 양벌조항에 의하여 발주자 등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하 ‘사용인 등’)도 건산법 제38조의2와 제95조의2에 의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산법 제38조의2와 제95조의2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는 발주자 등이 스스로 영득하기로 하는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를 공여하는 행위에 한정되므로, 양벌조항이 적용되는 사용인 등의 행위 역시 객관적으로 보아 발주자 등이 스스로 영득하기로 하는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를 공여하는 행위로 평가 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되고, 그와 달리 사용인 등이 개인적으로 영득하기 위하여 배임수증재적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그와 같은 명목으로 이를 공여하는 행위는 이에 포함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건산법위반죄 부분에 대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심 및 2심 판결과 함께 살펴봅니다.
(1) 1심 판결의 요지
건산법위반죄로 공소제기된 부분에 대하여 1심 법원도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전혀 다른 논리를 취하였습니다. 돈을 받은 피고인 D는 건산법 제38조의2가 규정하는 “발주자” 또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물론 공사를 낙찰받은 C건설회사가 “수급인”에 해당한다거나 응찰하였다가 낙찰을 받지 못한 A 및 B 건설회사가 건산법 제38조의 2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 D가 발주자 또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1심 판결은 이와 같은 문언의 모호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하였습니다.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건설산업기본법이 제정된 점, 건설업자의 건설공사 수주와 관련한 뇌물수수 등의 부패행위를 근절하고 부실시공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38조의 2가 신설된 점, 위 조항 자체의 구조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등 행위주체를 열거한 다음 “이해관계인”이라는 행위주체를 설시한 점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과 같은 정도로 건설산업에 관련이 있는 자로 제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의 “이해관계인”이라 함은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으로 인하여 자신의 일정한 법률적ㆍ경제적 이해가 엇갈리는 자로서 최소한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교수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피고인 D를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자’로 볼 수는 없고, 단순히 하루 정도 설계적격 심의위원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한 후 수당 등을 수령한 것에 불과한 피고인 D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으로 인하여 일정한 법률적ㆍ경제적 이해가 엇갈리는’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없다. 결국 평가위원인 피고인 D는 위 법 제38조의 2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결국, ① 피고인 D에 대하여는 법 제38조의 2의 발주자 및 이해관계인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② 피고인 ⓐ, ⓑ에 대하여는 그들이 재물을 제공한 대상이 발주자 및 이해관계인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서, ③ 피고인 A, B회사에 대하여는 그 사용인 기타 종업원들인 피고인 ⓐ, ⓑ가 발주자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재물을 제공한 것이 아닌 까닭으로, 각 건산법 제38조의 2, 제95조의 2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2심 판결의 요지
2심 법원은 이런 1심 판결을 파기하여 자판하였습니다. 2심 도중 검사는 2차례에 걸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고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는데, 그 중 건산법위반의 점과 관련된 부분은 피고인 D에 대하여 건산법 제98조 제2항(양벌규정)에 의율하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건산법위반의 점에 대한 심판대상이 1심과 2심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법 제98조 제2항은 법 제38조의2 금지규정 위반을 전제로 하므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2심의 쟁점에 대하여 1심도 방론으로 설시한 바 있습니다. 먼저 2심 판결의 요지를 봅니다.
법 제38조의2, 제95조의2의 벌칙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 등 일정한 업무주로 한정한 경우에 있어서, 법 제98조의 양벌규정은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위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사용인'에는 발주자 등 업무주와 정식 고용계약이 체결되어 근무하는 자뿐만 아니라 그 법인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행하면서 법인의 통제ㆍ감독하에 있는 자도 포함되고(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3도4966 판결), 이와 같이 법인의 통제ㆍ감독 하에 있으며 그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이상 비록 타인과 근로계약관계를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주의 '사용인'에 해당한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3도3509 판결 참조).
피고인 D가 비록 서울시에 의하여 평가위원으로 위촉되었고 그 기간도 단 하루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발주자의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것은 분명하고 또한 평가위원의 평가업무 자체는 그 특성상 자신의 전문지식 및 식견에 의하여 자유로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는 발주자 및 서울시의 통제ㆍ감독 하에 일정한 제한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평가위원인 피고인 이석하는 발주자의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2심 법원은 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법 제98조 제2항(양벌규정)을 근거로 건산법위반죄를 인정하였습니다.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서 문언해석과 관련해 드러난 쟁점은 피고인 D가 법 제38조의 2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법 제98조 제2항의 사용인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또한 그 이면에는 법 98조의 적용범위를 정하는 데에 제38조의2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라는 논점이 숨어 있습니다. 쟁점별로 봅니다.
(2) 피고인 D가 법 제38조의 2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에 대하여는 법 제2조에서 모두 정의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해관계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의규정이 없습니다. 검사는 애초 평가위원인 피고인 D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 자체에서 개념을 규정하지 않고 있으면, 그 법의 제정목적, 보호법익,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그 개념을 도출하여야 할 것입니다.
1심 법원도 이러한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이해관계인”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과 같은 정도로 건설산업에 관련이 있는 자로 제한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선 피고인 D에게는 이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점에서는 2심 법원도 동일하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해관계인의 예를 들어보면 A, B회사가 될 것입니다. 도급계약 체결을 하기 위해 낙찰된 자와 함께 입찰하였다가 탈락된 A, B회사는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업자’인 수급인에는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도급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자신의 일정한 법률적ㆍ경제적 이해가 엇갈리는 자로서 최소한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법 제38조의 2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만약 낙찰받은 C회사가 자신의 낙찰을 위하여 이해관계인인 낙찰 탈락자 A, B회사에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금품을 제공했다면 법 제95조의 2, 제38조의 2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는 것입니다.
(3) 피고인 D가 법 제98조의 사용인에 해당하는지
2심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건산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 D를 사용인으로 보았습니다. 피고인 D의 업무가 발주자로부터 통제ㆍ감독을 받므면서 일정한 제한 내에서 이루어지는 이상 평가위원인 피고인 D는 발주자의 ‘사용인’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2심의 판단은 의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사용인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법인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행하면서 법인의 통제ㆍ감독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평가위원인 피고인 D는 발주자의 통제ㆍ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었다기보다 개인적 식견ㆍ전문지식에 따라 자유로이 위임받은 평가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평가위원이 선정된 후 오히려 발주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하여 평가위원들에게 적격업체 선정업무를 완전히 위임함으로써 평가업무에 대한 지휘ㆍ통제 가능성을 배제하였습니다.
또한 만일 평가위원인 피고인 D를 발주자의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논리적으로 볼 때 법 제98조 제2항에 의하여 발주자도 처벌하여야 하는데, 이런 결론이 타당한지는 의문입니다.
(4) 재물 취득자 및 공여자에게 모두 자격요건이 필요한지
법 제38조의 2를 해석할 때에, 행위주체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상대방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위 조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등법원 판결 중에는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상대방이 위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를 제공한 주체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위 조항에 의하여 처벌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는 견해를 취한 사례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7. 6. 28.선고, 2006노2571 판결).
이러한 해석론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비록 평가위원 피고인 D가 이해관계인 또는 발주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물을 제공한 ⓐ, ⓑ, ⓒ가 수급인이나 이해관계인의 사용인 기타 종업원에 해당하므로 법 제95조의 2, 제38조의 2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심 법원은 이런 논점에 대하여도 판단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위 해석론을 비판하였습니다.
첫째, 위 조항이 신설될 때 제안된 개정법률안 제22조의 2는 “건설업자는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제95조의 2는 “제22조의 2의 규정에 따른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에 있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부정한 청탁을 받고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 2. 부정한 청탁을 하고 발주자나 수급인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행위주체 및 객체가 명확히 특정되어 있던 개정법률안은 2005. 4. 20., 같은 달 21. 및 22. 3차례에 걸쳐 열린 법안심사위원회에서 개정법률안 중 행정처분의 소급적용조항(안 부칙 제2항)은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고, 나머지 조항은 별다른 언급 없이 체계(제22조의 2를 제38조의 2로 변경)와 자구만을 수정하여 그대로 통과되었습니다. 따라서 법 제95조의 2, 제38조의 2를 해석할 때에도 행위주체 및 객체를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으로 한정하여서 해석해야만 위 조항의 입법취지 및 연혁에 부합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둘째, 만약 위 고등법원 판결이 취한 해석론처럼 행위의 주체 및 객체 어느 일방만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에 해당해도 처벌할 수 있다고 풀이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수급인이 건설공사의 도급을 받기 위하여 발주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 처에게 재물 등을 공여한 경우에, 위 해석론에 의하면 도급을 받기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한 수급인을 처벌하여야 하는 등, 수급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상대방이 무한정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위 해석론은 ‘가벌성이 인정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에 대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행위주체, 객체를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으로 특정하고 여기에 흡수되지 않는 나머지 행위 주체, 객체들을 “이해관계인”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흡수시킨 뒤 그 범위는 법관의 합리적 해석에 맡기려는 것이 법 제38조의 2의 근본취지라고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행위의 주체 및 객체 양쪽 모두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만 법 제95조의 2, 제38조의 2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심 법원의 위와 같은 논리는 합리적인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5) 발주자를 위한다는 주관적 의사가 필요하거나 이익귀속주체가 발주자일 필요가 있는지
검사는 법 제98조 제2항의 양벌규정으로 행위자인 ‘사용인’을 처벌할 때에 에 ‘사용인’이 업무주의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으로 족하고 ‘업무주를 위하여’ 수수한다거나 금품수수의 이익귀속주체가 업무주일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사용인’에게 ‘업무주를 위하여’ 금품을 수수한다는 주관적 의사를 요구한다는 전제 하에, 피고인 D가 발주자를 위한다는 의사없이 피고인 D개인을 위하여 금품을 수수한 것에 불과하므로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 양벌규정의 문언상 업무주의 ‘업무에 관하여’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 나아가 법 제38조의2의 금지규정은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의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이는 통상의 행정벌에 관한 양벌규정이 기본적 업무에 부수하는 금지의무를 위반한 범칙행위 등을 규율하는 것과 달리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이라는 기본적 업무와는 전혀 별개인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는 형사벌적 범죄행위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사용인’이 재물을 취득할 당시에 업무주를 위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거나 재물 취득의 이익귀속 주체가 업무주인 경우에 한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피고인 D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취득하여 배임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건산법위반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과 견해를 달리 하였습니다. 이 부분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핵심 요지입니다. 법 제38조의2에 근거하여 처벌되는 행위는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이해관계인이 스스로 영득하려고 취득 또는 공여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법 제98조에 의하여 처벌하는 때에도 마찬가지로 사용인이 개인적으로 배임수증재적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같은 명목으로 공여하는 행위는 이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발주자 등이 스스로 영득하려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그와 같은 명목으로 이를 공여하는 행위(①행위)”와 “사용인 등이 배임수증재적 명목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그와 같은 명목으로 이를 공여하는 행위(②행위)”는 그 본질, 성격과 내용을 전혀 달리하는 별개 행위라는 판단입니다. 만약 양벌조항을 매개로 삼아 ①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위 ②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면 양벌조항은 단순히 처벌조항주체를 확장시키는 정도를 넘어 전혀 다른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출하는 셈이 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