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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임금피크제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의 의미
2022.06.21
1. 들어가며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 7월경 최초로 도입한 이래 금융기관, 공기업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되어 온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의 시행과 함께 민간 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도입ㆍ시행되어 왔습니다(2019. 6.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 도입 비율이 54.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구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감액된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던 사안에서,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하면서 해당 회사가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던 바(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대상 판결’) 대상 판결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의 내용 및 의미, 그에 따른 대응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상 판결의 내용

가. 사안의 개요

A회사는 2008년 6월 10일 노동조합과 신인사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러한 노사 합의에 따라 시행된 신인사제도에 의하면 A회사 소속 직원 중 만 55세 이상이 된 직원에게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었는데, 2011년 1월 1일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는 수석 5 역량등급 이상, 2013년 4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는 수석 8 역량등급 이상인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의 급여가 성과와 관계없이 삭감되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다만, A회사 직원들의 정년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61세였으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따라 정년이 연장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A회사에서 명예퇴직한 근로자 B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회사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위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는 연령차별로서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던 제1심 및 제2심의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강행규정이므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하는 조항은 무효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령자고용법이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의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래 4가지 요소를 포함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i)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ii)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iii)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iv)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회사가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원고를 차별하는 것으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아,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실적 달성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ii)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업무감축 등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  피고가 대상조치라고 주장하는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서 근로를 계속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로 볼 수도 없다. 

(iii)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후하여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2. 대상 판결의 의미 및 파장

가. 대상 판결 선고 전까지의 하급심 판례의 태도

기존에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그것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근거하여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하여 도입한 것이라면,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가 아닌 한 대체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던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2. 14. 선고 2019나202939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12. 8. 선고 2020나2021662 판결, 인천지방법원 2022. 2. 23. 선고 2019가합61600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20가합238 판결 등).

특히 대상 판결이 선고되기 직전인 2022. 5. 12. 대법원 2022다206841호로 심리불속행 기각된 서울고등법원 2021. 12. 14. 선고 2019나2029394 판결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급 이하 직원들에 대하여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던 사안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등에서 이미 예정하고 있던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에 해당하므로 그 시행에 법적 근거가 있는바, 근로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강행규정에 위반하는 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 

(ii) 사업주가 정년 연장을 위하여 임금피크제나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안정에 기여하였다면, 이러한 조치는 모두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iii)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으므로, 정년 연장과 이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불이익만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 

(ⅳ)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의 내용은 권고적인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ⅴ) 근로시간을 단축하지는 않았으나,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에게 월 20시간의 교육시간을 부여하고 교육훈련비용 명목으로 4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다하였다.

‘정년유지형(또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비록 정년연장형에 비해 임금의 감축 등 근로조건의 불이익 정도가 크기는 하지만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 대상조치의 존재 등을 고려하여 그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0가단10612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8. 18. 선고 2020나2027769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2. 5. 선고 2019가단14560 판결, 대구고등법원 2021. 7. 21. 선고 2019나25043 판결 등).

나. 대상 판결의 의미

대상 판결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대상 판결의 판단기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상 판결이 선고된 바로 다음 날인 2022년 5월 2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을 만 58세(일반 직원), 만 56세(별정직)에서 각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연장된 기간에 대하여 연장 직전 임금의 60%를 지급한 한국전력거래소의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판단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  그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i) 기존 정년 구간까지는 종전의 임금을 그대로 지급받고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인 바,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ii) 회사가 적용대상 직원에 대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에 대하여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다.

(iii)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와 그 취지를 같이하고 있다. 

(ⅳ)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정년보장ㆍ연장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는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 등을 상정하여 신설된 규정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하는 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다. 대상 판결의 파장

그러나 대상 판결이 제시한 판단요소들은 개념필수적으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만 한정하여 적용될 수 있는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이미 기존 하급심 판결례에서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 일부 이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향후 법원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대상 판결이 제시한 판단요소를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더구나 개정 고령자고용법의 시행에 따라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경우 직접적으로 회사의 정년 연장 조치에 따라 정년 연장의 수혜를 입은 근로자들과 달리,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당연히 60세의 정년이 적용된 근로자들의 경우 정년연장에 따른 혜택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정년의 연장은 임금피크제에 따른 대상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 해당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이 아니라 ‘정년유지형’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3. 마치며

위와 같이 대상 판결의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뿐 아니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 이후에 종전 정년에 도달하여 임금피크제에 수반된 정년 연장의 혜택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판결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겠으나, 각 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유효한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한 후,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평가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년유지형’ 뿐 아니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감액된 임금에 상응하는 대상조치(예컨대 근로시간의 단축, 업무강도의 경감, 별도 직무 개발 및 부여 등) 등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