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상시 약 5,500명을 사용하여 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입니다.
원고의 택배사업부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사업담당을 두고 있고, 각 사업담당 아래 전국에 68개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원고는 전국에 13개의 허브터미널과 약 270개의 서브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각 서브터미널당 평균 8개의 집배점을 두어 약 1,800개의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택배상품이 접수되면 택배기사가 고객으로부터 배송할 물품을 인수하여 해당 지역 서브터미널로 운송합니다. 서브터미널로 운송된 물품들은 간선차량을 통해 허브터미널로 운송됩니다. 허브터미널로 운송된 물품들은 다시 간선차량이 야간에 배달대상 지역의 서브터미널로 운송하고, 택배기사는 서브터미널에서 물품을 인수하여 고객에게 배송합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17년 8월 31일 택배기사 등 전국의 택배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5,500명입니다. 참가인에는 원고의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를 포함한 약 1,200명의 택배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대다수의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습니다. 택배기사들 중 5.5% 정도만 원고와 위수탁계약(직계약 택배기사) 혹은 근로계약(직영 택배기사)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4.5% 정도의 택배기사들은 원고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주와 계약을 체결합니다.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다. 참가인은 2020년 3월 12일 원고에 대하여 ‘1)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2) 서브터미널에서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3)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우천시 상품 보호 시설 설치), 4) 주 5일제 실시, 5) 급지수수료 인상ㆍ개선, 6) 사고부책 개선’의 6가지 의제(이하 총칭하여 ‘이 사건 의제’)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원고는 2020년 4월 2일 참가인에게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
참가인은 2020년 5월 8일 및 2020년 5월 18일 원고에 대하여 재차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2020년 5월 20일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와 같은 취지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참가인은 2020년 9월 29일 원고의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11월 30일 “원고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판정을 내렸습니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0. 11. 30.자 서울2020부노92 판정).
참가인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년 1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2일 ‘원고는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ㆍ구체적인 지배ㆍ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참가인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재심판정을 내렸습니다(중앙노동위원회 2021. 6. 2.자 중앙2021부노14 판정,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중복적인 구제신청이자 제척기간을 도과한 구제신청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참가인이 단체교섭요구사실 미공고에 따른 시정신청을 하였다가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심판정을 받고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것은 중복신청에 해당하여 노동위원회 규칙 제60조 제1항 제5호의 각하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단체교섭 거부 이후 3개월의 제척기간이 도과한 뒤에 구제신청을 하였기에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 제1호의 각하사유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제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ㆍ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후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집배점과 집배점 택배기사들은 원고가 택배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조직한 사업 중 일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 집배점은 직접 택배업무 수행을 위한 터미널이나 컨베이어벨트, 물류창고와 같은 독립적인 물적ㆍ인적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를 관리할 수 있는 소규모 사무실과 컴퓨터 정도의 시설만을 갖춘 채 택배기사들의 집화 및 배송업무 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계약조건이나 거래상 지위의 열위로 인해 집배점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은 한정적이다. 실제로도 참가인과 단체교섭을 한 집배점주 중 일부는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집배점이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갑 제2호증 87면).
이와 같이 집화 및 배송업무가 원고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비중, 원고와 집배점 간의 관계, 집배점의 역할, 택배업무에 종사하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수, 이 사건 택배사업의 규모, 통일적인 근로조건의 설정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원고의 지배는 원고가 형성한 사업특성 상 구조적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배력은 일시적이지 아니하고 지속적이고, 계속적이다.
다.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 존부
대상판결은,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였으나, 원고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가인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 [근거2] 다층적으로 형성된 노무관계(원청 사업주 – 원사업주 – … 등)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근로계약관계에 따른 사용종속적 지위에 있는 사용주로만 한정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한편 수급인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업주 범위를 근로계약관계로만 한정해야 할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그러한 제한이 기본권 제한 사유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3) [근거3] (원사업주가 아니라 그보다 상위에 있는) 원청 사업주가 경영상의 필요나 효율성을 위하여 사업이나 업무의 일부를 하도급 주는 것은 기업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하청 근로자의 노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ㆍ결정권을 보유하는 원청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ㆍ지배ㆍ결정의 범위는 원청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하청 근로자의 근로3권 행사 범위도 좌우된다. 그런데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근로조건의 범위가 넓을수록 하청 근로자가 원사업주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근로조건 향상의 범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하청 근로자의 근로3권 행사 범위가 원청 사업주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법률에 관하여는 합헌적 법률해석이 요구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4) [근거4]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ㆍ결정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 하청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원청 사업주는 사용자가 아니어서 노동조합법상 대체근로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대체근로를 사용하여 하청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5) [근거5]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 문제는 단결권과 관련한 지배ㆍ개입 행위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전반적인 근로3권의 보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제1조)의 실현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더욱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은 부당노동행위 유형별로 사용자 개념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현대중공업 사건의 해석론을 본 사안에 원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6) [근거6]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반드시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7)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 없는 사용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어긋하는 것은 아니고, 공동사용자 개념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어긋하는 것은 아니고, 형사처벌의 경우 고의가 필요하므로 노동조합법 위반죄의 가벌성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계약관계 없는 제3자를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상판결의 법리가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노사관계 실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아직 1심판결에 불과하여 그대로 확정될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상소심의 경과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원고는 2023년 1월 31일 항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