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A사는 시멘트 제조 및 판매 회사인 피고 또는 피고의 자회사로부터 채광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던 회사입니다. 원고는 2012년 3월 1일 A사에 입사하여 2015년 2월 17일 부당해고될 때까지 근무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2013년 10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개시결정을, 2014년 3월 18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고, 피고의 관리인은 원고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으며, 원고가 피고의 위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피고의 회생절차는 2015년 3월 6일 종결되었습니다.
피고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A사로부터 원고를 포함한 A사 소속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들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는 범죄 사실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위 형이 확정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따른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21조의 차별금지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먼저, 직접고용의무이행청구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이 실권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부분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직접고용청구권과 회생절차개시결정의 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나.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외규정을 둔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2012년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별적 처우 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하여서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 온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것이지, 회생채권이나 개시후기타채권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차별적 처우 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가 적용되는데,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는 시점에 원고가 차별적 처우의 불법행위를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원심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 1. 12. 선고 2020나30474 판결).
소속 근로자들 중 일부가 2015. 3. 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원인으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 청구는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따른 차별금지위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는 상이할 뿐만 아니라 원고로서는 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노동조합 위원장의 진정서 제출일인 2014. 6. 14. 또는 이 사건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는 시점인 2015. 1. 18. 당시 원고가 피고가 자신의 사용사업주로서 원고에 대하여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적은 금액의 임금을 지급하는 차별적 처우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직접고용청구권과 회생절차개시결정의 관계에 관하여 처음 판단하였다는 점, ‘파견법 제21조 위반의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가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사업주가 증명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과거 고용노동청에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하고, 원고 아닌 다른 근로자들이 묵시적 근로관계 성립을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실이 있었더라도 이 사건 원고가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는 시점에 차별적 처우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만큼,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