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A사 취업규칙에는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으나 탄력적 근로시간에 관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편, A사가 근로자들과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적용할 단위기간을 포함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에 필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A사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였고, 연장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사의 대표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은 아래와 같이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51조(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1)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이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었다고 보이고, 2)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형식과 내용이 미흡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통하여 장기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왔으며,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근로자들의 이의제기나 노사 간 의견대립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이를 도입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게다가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어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야 함은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고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단위기간 등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그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 사건 회사가 수행하는 항공기 기내 청소 용역업은 탄력적인 인력 활용이 요청될 수 있는 업종이고, 이 사건 사업장 및 이 사건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피고인은 유효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었으므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설령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란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하는 것이라며, 50여 명에 이르는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대상판결의 원심 역시 같은 법리에 기초해 개별 근로계약서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0. 11. 5. 선고 2019노3882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개별적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개별적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1643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