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11년 7월부터 시행된 복수노조제도가 1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의 사업장이 되는 일반적인 모습은, 총연합단체가 다른 여러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 생산직 중심의 노조 대신 사무직들이 별도 노조를 설립한 경우, 기존의 노조들과 다른 활동을 표방하는, 이른바 MZ노조가 생긴 경우, 노조 있는 회사를 합병하는 경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근로기준법의 그것과 다르다고 인정한 학습지 교사 판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이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무제공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생겨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도급인(원청)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도급사 노조와 협력업체 노조 사이의 관계도 복수노조의 또 다른 유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질적인 집단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사관계 당사자는 누구라도 교섭단위 분리제도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이하에서는 교섭단위의 의미, 하청노조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조의 교섭단위 및 분리와 관련된 쟁점들, 그리고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교섭단위와 원하청 교섭
가. 교섭단위의 개념 및 의의
교섭단위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해야 하는 단위입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
즉,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복수노조가 있는 상황을 전제한 개념입니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단위에 포함된 다른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하기 때문에(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교섭단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교섭대표권 범위를 정하는 의미를 갖습니다.1)
나. 교섭단위의 원칙 :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원칙적 단위로 합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
하나의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한편, “사업장”은 개념상 장소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법적인 의미에서는 장소적 개념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업장”에 관하여 대법원 2011. 5. 6.자 2010마1193 결정은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사업장의 결정단위임을 전제합니다. 서울행정법원 2018. 11. 12. 선고 2018구합59533 판결도 ‘사업장’이란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즉 ‘사업’에 준할 정도의 운영상 독립성을 가진 조직체를 의미하므로, 재무와 회계, 인사와 노무관리가 분리 운영되는 등 운영상 독립성이 인정되는 사업장은 사업과 독립하여 별개의 교섭단위를 구성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교섭단위는 근로조건의 결정 내지 운영에 관하여 독립성이 있는 조직체(사업 또는 사업장)를 기준으로 설정됩니다.
교섭단위 분리는 위와 같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한 복수의 집단을 분리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교섭단위가 다르다면 교섭창구단일화나 교섭단위 분리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 수급인(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단체교섭 요구 시 교섭단위
최근 도급인(원청)의 하청노조 상대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부정했던 부산고등법원 2018. 11. 14. 선고 2018나53149 판결의 상고심(2018다296229)은 2024. 3.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다면, 교섭단위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쟁점이 된 중노위 2022. 3. 24.자 2021부노268 판정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가입 내지 조직한 노동조합의 교섭단위는 ‘하청 사업’으로서 도급인 노조가 속한 원청의 교섭단위와는 별개라고 보았습니다. 이어진 중노위 2022. 12. 7.자 2022교섭42 결정도 하청기업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면서,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 노동조합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뒤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청은 원청 노조를 고려함이 없이 하청 기업들의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개별 또는 공동 교섭을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에 하청기업이라고 하는 별개의 사업체가 포함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복수의 하청기업체들을 하나의 ‘하청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도 의문이고, 이를 별개의 교섭단위로 본다면 어느 범위의 하청기업들까지 포함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한 문제가 있습니다.
3. 교섭단위 분리제도와 노무제공자 노조
가. 예외로서 교섭단위 분리제도
1) 의의
동일한 교섭단위가 언제나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교섭단위 내에서도 분리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노동조합법 규정의 형식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보면, 제1항의 교섭단위 결정이 원칙이고 제2항의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예외라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노동조합법 규정의 내용과 형식,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일정한 경우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3)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 판단기준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교섭단위 분리 결정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그리고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분리를 주장하는 측이 그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주장ㆍ증명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두53716 판결).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신청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나. 노무제공자 직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노무제공자 노조와 근로자가 가입한 노조가 병존하는 경우 근로조건의 결정권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동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도 양자는 같은 교섭단위에 속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누39428 판결은 위탁계약을 체결한 학습지 교사와 일반직원 사이의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중노위 2022. 12. 29.자 2022단위16 결정은, 보험설계사들로 구성된 보험설계사직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로 구성된 일반직군은 채용 자격과 경로 · 절차, 고용형태, 임금(보수)체계 및 노무제공 조건, 인사 · 노무 · 관리 · 감독 체계, 제재와 상벌, 취업규칙 등 적용되는 규정, 인사교류 등 노무제공 관계 성립 전후 및 노무제공 과정 전반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어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정하였습니다. 서울지노위 2023. 11. 17.자 2023단위16 결정도 보험설계사직군을 일반직군과의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직군과 노무제공자 직군 사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가 비교적 용이하게 받아들여 지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1) 국제노동법연구원, “교섭단위분리제도에 관한 연구”, 중앙노동위원회, 2010, 93~94쪽.
2011년 7월부터 시행된 복수노조제도가 1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의 사업장이 되는 일반적인 모습은, 총연합단체가 다른 여러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 생산직 중심의 노조 대신 사무직들이 별도 노조를 설립한 경우, 기존의 노조들과 다른 활동을 표방하는, 이른바 MZ노조가 생긴 경우, 노조 있는 회사를 합병하는 경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근로기준법의 그것과 다르다고 인정한 학습지 교사 판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이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무제공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생겨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도급인(원청)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도급사 노조와 협력업체 노조 사이의 관계도 복수노조의 또 다른 유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질적인 집단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사관계 당사자는 누구라도 교섭단위 분리제도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이하에서는 교섭단위의 의미, 하청노조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조의 교섭단위 및 분리와 관련된 쟁점들, 그리고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교섭단위와 원하청 교섭
가. 교섭단위의 개념 및 의의
교섭단위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해야 하는 단위입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
즉,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복수노조가 있는 상황을 전제한 개념입니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단위에 포함된 다른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하기 때문에(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교섭단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교섭대표권 범위를 정하는 의미를 갖습니다.1)
나. 교섭단위의 원칙 :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원칙적 단위로 합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
하나의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한편, “사업장”은 개념상 장소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법적인 의미에서는 장소적 개념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업장”에 관하여 대법원 2011. 5. 6.자 2010마1193 결정은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사업장의 결정단위임을 전제합니다. 서울행정법원 2018. 11. 12. 선고 2018구합59533 판결도 ‘사업장’이란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즉 ‘사업’에 준할 정도의 운영상 독립성을 가진 조직체를 의미하므로, 재무와 회계, 인사와 노무관리가 분리 운영되는 등 운영상 독립성이 인정되는 사업장은 사업과 독립하여 별개의 교섭단위를 구성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교섭단위는 근로조건의 결정 내지 운영에 관하여 독립성이 있는 조직체(사업 또는 사업장)를 기준으로 설정됩니다.
교섭단위 분리는 위와 같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한 복수의 집단을 분리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교섭단위가 다르다면 교섭창구단일화나 교섭단위 분리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 수급인(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단체교섭 요구 시 교섭단위
최근 도급인(원청)의 하청노조 상대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부정했던 부산고등법원 2018. 11. 14. 선고 2018나53149 판결의 상고심(2018다296229)은 2024. 3.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다면, 교섭단위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쟁점이 된 중노위 2022. 3. 24.자 2021부노268 판정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가입 내지 조직한 노동조합의 교섭단위는 ‘하청 사업’으로서 도급인 노조가 속한 원청의 교섭단위와는 별개라고 보았습니다. 이어진 중노위 2022. 12. 7.자 2022교섭42 결정도 하청기업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면서,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 노동조합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뒤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청은 원청 노조를 고려함이 없이 하청 기업들의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개별 또는 공동 교섭을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에 하청기업이라고 하는 별개의 사업체가 포함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복수의 하청기업체들을 하나의 ‘하청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도 의문이고, 이를 별개의 교섭단위로 본다면 어느 범위의 하청기업들까지 포함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한 문제가 있습니다.
3. 교섭단위 분리제도와 노무제공자 노조
가. 예외로서 교섭단위 분리제도
1) 의의
동일한 교섭단위가 언제나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교섭단위 내에서도 분리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노동조합법 규정의 형식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보면, 제1항의 교섭단위 결정이 원칙이고 제2항의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예외라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노동조합법 규정의 내용과 형식,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일정한 경우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3)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 판단기준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교섭단위 분리 결정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그리고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분리를 주장하는 측이 그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주장ㆍ증명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두53716 판결).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신청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나. 노무제공자 직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노무제공자 노조와 근로자가 가입한 노조가 병존하는 경우 근로조건의 결정권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동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도 양자는 같은 교섭단위에 속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누39428 판결은 위탁계약을 체결한 학습지 교사와 일반직원 사이의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중노위 2022. 12. 29.자 2022단위16 결정은, 보험설계사들로 구성된 보험설계사직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로 구성된 일반직군은 채용 자격과 경로 · 절차, 고용형태, 임금(보수)체계 및 노무제공 조건, 인사 · 노무 · 관리 · 감독 체계, 제재와 상벌, 취업규칙 등 적용되는 규정, 인사교류 등 노무제공 관계 성립 전후 및 노무제공 과정 전반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어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정하였습니다. 서울지노위 2023. 11. 17.자 2023단위16 결정도 보험설계사직군을 일반직군과의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직군과 노무제공자 직군 사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가 비교적 용이하게 받아들여 지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1) 국제노동법연구원, “교섭단위분리제도에 관한 연구”, 중앙노동위원회, 2010, 9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