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관계
구 한국노동교육원법(1990. 8. 1. 법률 제4253호)에 따라 설립된 한국노동교육원(이하 '교육원')과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 교육원 지부(이하 '교육원 지부')는 2006년 10월 9일 '임금피크제 및 공모제 시행 노사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 근로자는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임금피크제 적용개시일이 이미 경과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교육원은 2006년 11월 24일 원고에게 2006년 11월 27일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정년퇴직일은 2008년 12월 31일이 되고, 1년차에는 연봉의 90%를, 2년차에는 연봉의 80%를 각 지급받게 된다고 통보했습니다.
구 한국노동교육원법(2003. 12. 31. 법률 제7044호) 제16조에는, "교육원은 매 사업연도의 사업계획과 예산 및 결산서를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예산 및 결산서에 대하여는 승인을 얻어야 하고,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같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교육원의 정관 제21조 제2항은 "교육원 직원의 임면, 보수 및 복무규정에 관한 세부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고 하고, 제31조 제1항은 "교육원의 운영상 필요한 직제규정 중 총정원, 직급별 정원, 소속(산하)기관의 신설, 변경, 폐지에 관한 사항, 인사관리규정 중 직원의 정년 등 인사기준에 관한 사항, 보수규정 등을 제정, 개정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각각 규정돼 있으며, 교육원의 보수규정 부칙에 "보수규정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취지로 규정됐습니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단체협약 내용인 임금피크제를 직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의결절차 및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육원의 취업규칙(보수규정, 복무규정)을 개정했어야 하므로, 교육원이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채 바로 임금피크제를 원고에게 적용한 것은 무효이다. 따라서 교육원은 원고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삭감된 2006년 12월 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의 임금(1년차 10%, 2년차 2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및 항소심
2002년 10월 31일자 단체협약서 제4조 제1항이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의 효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에 따라 근로기준법, 교육원의 제 규정 및 규칙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교육원이 임금피크제에 의해 신설된 선임교수(임금피크제 대상)의 직제규정 개정에 대해 2007년 5월 21일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사후 승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교육원의 정관이 보수규정 등의 개정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공공기관의 예산안 등에 관해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감독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지, 예산과 관련된 모든 경영관리제도 개선이 시행되기에 앞서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효력이 있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제시한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다24935 판결은 "농지개량조합이 노동부장관의 승인 없이 노동조 합과의 사이에 임직원의 보수를 종전보다 인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그 보수 인상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것으로, 이는 농지개량조합이 농민의 경제적 자립과 이익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인데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임직원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보수를 인상하는 등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한 판결로 농지개량조합의 성격이나 규모, 통제의 필요성이 교육원과 같다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보수의 인상이 아닌 임금이 삭감되는 구조로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통한 통제 목적에도 반하지 않는 점 등을 비춰볼 때, 교육원이 이사회의 의결절차 및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육원의 취업규칙(보수규정, 복무규정)을 개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고 해서 이를 무효라고는 볼 수 없다.
나. 대법원
교육원은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교육을 실시해 민주적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산업평화를 이룩하며 노동관계 제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제고함으로써, 노사공존공영이념을 구현하고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구 한국노동교육원법은 이러한 설립 목적을 위해, 정부가 교육원의 설립 및 매 사업연도의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출연하고(제13조), 교육원은 매 사업연도의 예산 및 결산서에 대해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제16조), 전국적 규모의 노동단체에서 추천한 근로자대표 4인,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사용자대표 4인 및 노동부장관이 추천한 공익대표가 이사로 참여한 이사회에서 정관의 변경, 중요규정의 제정 및 개폐, 사업계획 및 예산ㆍ결산, 기타 교육원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12조).
그런데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전까지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후 2년간 고용을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사규정의 변경과 예산 및 신규고용 규모 등의 변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 내용 확정이나 이행을 위해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교육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그런 단체협약의 내용은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4. 평석
가. 동일한 취지의 선행판결
대상판결은 참조판례를 특별히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농지개량조합(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다24935 판결), 대한석탄공사[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0170, 60187(병합) 판결],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2003. 4. 11. 선고 2002다69563 판결), 근로복지공단(2011. 4. 28. 선고 2010다86235 판결), 한국산업인력공단(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3269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110392 판결)에 대한 선행판결들과 유사한 논거를 기초로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해 공공기관의 설립근거가 된 법령2)에 '인사ㆍ보수에 관한 규정 및 예산안의 확정ㆍ변경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하' 협약체결권한 제한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그 공공기관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지 않은 이상 공공기관이나 소속 근로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 위 법리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의 범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은 제17조(이사회의 설치와 기능), 제40조(예산의 편성), 제51조(공기업ㆍ준정부기관에 대한 감독)등에서 공공기관의 예산안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하도록 하고, 기획재정부장관과 주무기관의 장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들에도 대상판결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40조 제3항은 "2항의 규정에 따라 편성ㆍ제출한 예산안은 이사회의 의결로 확정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준정부기관의 예산에 관하여 주무기관의 장의 승인을 거쳐 확정하도록 한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주무기관의 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했을 뿐, 예산이나 규정들에 대해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을 것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 가. 항에서 본 대부분의 판결들에서 당해 공공기관의 설립근거가 된 법령에 협약체결권한 제한규정이 존재하는 것을 판단의 근거로 설시했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사건에서만 한국산업인력공단법을 보충하는 논거로 공공기관운영법의 내용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2016년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기관은 총 323개3) 에 이릅니다.
다. 단체협약 효력 제한의 근거
대상판결은 "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이라고 판단요소들만을 열거했을 뿐, 단체협약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4) 아마도 대법원은 이사회의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요건으로 정한 관계 법령 조항을, 공공기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제한 규정으로 보는 듯합니다. 주식회사는 물론 비법인사단의 경우에도,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거래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거래행위는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법리인데, 공공기관의 대표자에게는 인사ㆍ보수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 법률상 제한돼 있고, 노동조합으로서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그 부분에 관해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있어 이사회나 총회의 결의 등 사용자 내부의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 반드시 이러한 사용자 내부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야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9702 판결)"고 판시해 사용자의 대표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라. 무효가 되는 단체협약의 내용적 범위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단체협약의 내용은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을 뿐, "그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춰볼 때 공공기관에서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지 않고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전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인사ㆍ보수와 관계되는 부분에 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 여부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에 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마.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경우와의 구별
공기업 등에서 임직원의 근로조건에 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인사ㆍ보수에 관한 규정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까지 거쳐야 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2007. 1. 19. 공공기관운영법 제정과 동시에 폐지된 법률)이 정한 정부투자기관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정부투자기관이 이사회를 개최하여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하고,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어 퇴직금지급률을 하향조정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집단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으므로, 개정된 퇴직금지급규정은 종전의 퇴직금지급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던 직원들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1742 판결)"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5. 마치며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기획재정부의 경영지침 제시 및 경영실적 평가, 감사원의 감사 및 감사결과 처분요구 등으로 이미 적지 않은 사전적ㆍ사후적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대상판결의 법리에 따라 이사회 의결 및 주무장관 승인이라는 사후적 통제를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후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법리적 근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히지 않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구 한국노동교육원법(1990. 8. 1. 법률 제4253호)에 따라 설립된 한국노동교육원(이하 '교육원')과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 교육원 지부(이하 '교육원 지부')는 2006년 10월 9일 '임금피크제 및 공모제 시행 노사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 근로자는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임금피크제 적용개시일이 이미 경과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교육원은 2006년 11월 24일 원고에게 2006년 11월 27일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정년퇴직일은 2008년 12월 31일이 되고, 1년차에는 연봉의 90%를, 2년차에는 연봉의 80%를 각 지급받게 된다고 통보했습니다.
구 한국노동교육원법(2003. 12. 31. 법률 제7044호) 제16조에는, "교육원은 매 사업연도의 사업계획과 예산 및 결산서를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예산 및 결산서에 대하여는 승인을 얻어야 하고,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같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교육원의 정관 제21조 제2항은 "교육원 직원의 임면, 보수 및 복무규정에 관한 세부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고 하고, 제31조 제1항은 "교육원의 운영상 필요한 직제규정 중 총정원, 직급별 정원, 소속(산하)기관의 신설, 변경, 폐지에 관한 사항, 인사관리규정 중 직원의 정년 등 인사기준에 관한 사항, 보수규정 등을 제정, 개정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각각 규정돼 있으며, 교육원의 보수규정 부칙에 "보수규정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취지로 규정됐습니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단체협약 내용인 임금피크제를 직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의결절차 및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육원의 취업규칙(보수규정, 복무규정)을 개정했어야 하므로, 교육원이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채 바로 임금피크제를 원고에게 적용한 것은 무효이다. 따라서 교육원은 원고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삭감된 2006년 12월 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의 임금(1년차 10%, 2년차 2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및 항소심
2002년 10월 31일자 단체협약서 제4조 제1항이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의 효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에 따라 근로기준법, 교육원의 제 규정 및 규칙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교육원이 임금피크제에 의해 신설된 선임교수(임금피크제 대상)의 직제규정 개정에 대해 2007년 5월 21일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사후 승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교육원의 정관이 보수규정 등의 개정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공공기관의 예산안 등에 관해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감독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지, 예산과 관련된 모든 경영관리제도 개선이 시행되기에 앞서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효력이 있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제시한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다24935 판결은 "농지개량조합이 노동부장관의 승인 없이 노동조 합과의 사이에 임직원의 보수를 종전보다 인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그 보수 인상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것으로, 이는 농지개량조합이 농민의 경제적 자립과 이익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인데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임직원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보수를 인상하는 등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한 판결로 농지개량조합의 성격이나 규모, 통제의 필요성이 교육원과 같다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보수의 인상이 아닌 임금이 삭감되는 구조로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통한 통제 목적에도 반하지 않는 점 등을 비춰볼 때, 교육원이 이사회의 의결절차 및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육원의 취업규칙(보수규정, 복무규정)을 개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고 해서 이를 무효라고는 볼 수 없다.
나. 대법원
교육원은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교육을 실시해 민주적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산업평화를 이룩하며 노동관계 제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제고함으로써, 노사공존공영이념을 구현하고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구 한국노동교육원법은 이러한 설립 목적을 위해, 정부가 교육원의 설립 및 매 사업연도의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출연하고(제13조), 교육원은 매 사업연도의 예산 및 결산서에 대해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제16조), 전국적 규모의 노동단체에서 추천한 근로자대표 4인,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사용자대표 4인 및 노동부장관이 추천한 공익대표가 이사로 참여한 이사회에서 정관의 변경, 중요규정의 제정 및 개폐, 사업계획 및 예산ㆍ결산, 기타 교육원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12조).
그런데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전까지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후 2년간 고용을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사규정의 변경과 예산 및 신규고용 규모 등의 변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 내용 확정이나 이행을 위해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교육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그런 단체협약의 내용은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4. 평석
가. 동일한 취지의 선행판결
대상판결은 참조판례를 특별히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농지개량조합(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다24935 판결), 대한석탄공사[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0170, 60187(병합) 판결],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2003. 4. 11. 선고 2002다69563 판결), 근로복지공단(2011. 4. 28. 선고 2010다86235 판결), 한국산업인력공단(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3269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110392 판결)에 대한 선행판결들과 유사한 논거를 기초로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해 공공기관의 설립근거가 된 법령2)에 '인사ㆍ보수에 관한 규정 및 예산안의 확정ㆍ변경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하' 협약체결권한 제한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그 공공기관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지 않은 이상 공공기관이나 소속 근로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 위 법리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의 범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은 제17조(이사회의 설치와 기능), 제40조(예산의 편성), 제51조(공기업ㆍ준정부기관에 대한 감독)등에서 공공기관의 예산안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하도록 하고, 기획재정부장관과 주무기관의 장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들에도 대상판결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40조 제3항은 "2항의 규정에 따라 편성ㆍ제출한 예산안은 이사회의 의결로 확정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준정부기관의 예산에 관하여 주무기관의 장의 승인을 거쳐 확정하도록 한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주무기관의 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했을 뿐, 예산이나 규정들에 대해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을 것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 가. 항에서 본 대부분의 판결들에서 당해 공공기관의 설립근거가 된 법령에 협약체결권한 제한규정이 존재하는 것을 판단의 근거로 설시했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사건에서만 한국산업인력공단법을 보충하는 논거로 공공기관운영법의 내용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2016년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기관은 총 323개3) 에 이릅니다.
다. 단체협약 효력 제한의 근거
대상판결은 "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ㆍ감독 및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회 의결에 관한 여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이라고 판단요소들만을 열거했을 뿐, 단체협약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4) 아마도 대법원은 이사회의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요건으로 정한 관계 법령 조항을, 공공기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제한 규정으로 보는 듯합니다. 주식회사는 물론 비법인사단의 경우에도,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거래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거래행위는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법리인데, 공공기관의 대표자에게는 인사ㆍ보수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 법률상 제한돼 있고, 노동조합으로서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그 부분에 관해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있어 이사회나 총회의 결의 등 사용자 내부의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 반드시 이러한 사용자 내부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야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9702 판결)"고 판시해 사용자의 대표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라. 무효가 되는 단체협약의 내용적 범위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단체협약의 내용은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을 뿐, "그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춰볼 때 공공기관에서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지 않고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전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인사ㆍ보수와 관계되는 부분에 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사회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 여부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에 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마.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경우와의 구별
공기업 등에서 임직원의 근로조건에 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인사ㆍ보수에 관한 규정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까지 거쳐야 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2007. 1. 19. 공공기관운영법 제정과 동시에 폐지된 법률)이 정한 정부투자기관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정부투자기관이 이사회를 개최하여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하고,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어 퇴직금지급률을 하향조정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집단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으므로, 개정된 퇴직금지급규정은 종전의 퇴직금지급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던 직원들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1742 판결)"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5. 마치며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기획재정부의 경영지침 제시 및 경영실적 평가, 감사원의 감사 및 감사결과 처분요구 등으로 이미 적지 않은 사전적ㆍ사후적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대상판결의 법리에 따라 이사회 의결 및 주무장관 승인이라는 사후적 통제를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후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법리적 근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히지 않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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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월간 노동법률 2016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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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법 제29조[(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직ㆍ인사ㆍ보수 및 회계에 관한 규정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정한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34조[(국민연금)공단은 그 내부조직, 직원의 인사, 임직원의 보수, 감사 및 기금의 관리ㆍ운용 등에 관한 제규정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6조[(근로복지) 공단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연공원법 제64조[(국립공원관리) 공단은 그 조직ㆍ회계ㆍ인사 및 보수 등에 관한 규정(規程)을 정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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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한국가스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 14개, 한국조폐공사 등 준시장형 공기업 16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6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 74개, 서울대학교병원 등 기타 공공기관이 20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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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이에 대해서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법리 또는 최소한 노조법 제33조와 근기법 제96조와 관련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언급했어야 하는데 그 언급이 일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김인재, '공공기관의 취업규칙에 저촉되는 단체협약은 무효이다?', 월간 2015년 5월호,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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