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의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로부터 어느덧 만 9년이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간제근로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적지 않은데, 최근 들어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중요 판례들이 선고되어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2. 기간제법 상 기간제한의 예외사유와 갱신기대권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제4조 제1항, 제2항). 따라서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1) 업무의 성격상 일정 시점 이후에 계약만료가 예정되어 있거나, (2)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3) 대통령령이 정한 전문자격을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거나, (4) 대통령령이 정한 연구기관에서 연구업무 또는 연구에 직접 관여하여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등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가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정년이 도달한 근로자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3회 가량 근로계약을 갱신하다가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갱신을 거절한 사례에서 이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이들에 대한 갱신거절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서, 근로계약 기간만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위 판결은 갱신기대권의 인정 근거에 관하여 (1) 근로계약서에 기간만료 시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 점, (2) 기간제 근로계약을 3회 갱신하는 동안 객관적인 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도 명시적으로 작성하지 않았던 점, (3) 정년 도달 이전의 기간을 포함하여 과거 약 10년간 사용자의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해 왔던 점, (4)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또한 계약기간 만료 시 근무태도나 회사 기여도에 대한 평가를 거치지 않았는데, 일부 근로자들과만 계약을 갱신한 점을 들어 "그와 같은 갱신거절에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1)
기간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준법감시인에 대해 갱신기대권을 부정한 사례에서도, 그 근거로 최초 3년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매년 연봉계약은 따로 체결), 고용계약서에 "계약기간 만료 시 재계약에 대하여 상호 협의한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재계약 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었을 뿐,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2. 12. 6. 선고 2012누21613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3두123 판결로 심리불속행 기각).
그렇다면 기간제법 상 기간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곧바로 갱신기대권 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갱신기대권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참작사유들 중의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기간제법 상 기간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1)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요건이 규정되어 있거나, (2)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갱신거절의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상시성 등에 비추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간만료 시 갱신을 거절할 때 정당한 사유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합니다.
3.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한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과거 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2년을 초과하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해 왔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1. 8. 18. 선고 2011누9821 판결(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두23061 판결로 심리불속행 기각), 서울고등법원 2012. 2. 16. 선고 2011누29990 판결 등].
이에 반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에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곧이어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 규정들에 의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다만 위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정규직 전환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4. 소결
최근 대법원의 판례들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1) 2년 이상의 기간을 사용한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간주하고, (2) 2년 미만의 기간을 사용했거나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갱신기대권 법리를 통해 보호하는, 이중의 보호장치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보입니다.
기업은 이러한 법원의 동향을 고려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기간만료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때에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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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 판결에 의해 정년 도달한 근로자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근로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용자는 추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해당 근로자와의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을 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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