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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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미키 마우스’가 80회 생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연보를 보니 체게바라, 엔리오 모리코네, 노엄 촘스키, 앤디 워홀, 중국의 이붕,주룽지 총리 등이 같은 1928년생으로 동갑입니다.
타임(Time)지는 생일날 80회 생일을 맞은 미키 마우스의 약사(略史)를 실었습니다(Claire Suddath). 약사에서 80살이 되었어도 ‘흰 머리 하나 없고’, ‘쾌활한 얼굴’의 미키 마우스가 산타클로스보다 더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해리 트루먼 이후 역대 미국대통령들이 1명을 빼고 모두 미키 마우스와 기념사진을 찍었다고도 합니다. 80살이 되는 동안 미키 마우스는 수 많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아카데미 영화상도 탔고, 타임이나 뉴스위크지 등의 커버 스토리의 주인공도 되었습니다. 3-11세의 어린이의 98%가 미키 마우스를 안다는 것이 디즈니사의 주장이라고 합니다(Time, 2008. 11. 18.).
큰 동그라미 한 개와 작은 동그라미 두 개로 누구든지 쉽게 얼굴을 그릴 수 있다는 미키 마우스는 역사 이래 가장 대중적인 캐릭터 중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애완견 플루토를 기르는 낙천적인 성격의 미키 마우스는 ‘할 수 있다’는 정신의 상징이라고도 합니다.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꺾이지 않는 용기를 가졌고, 그 것이 아주 인간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쾌활한 미키 마우스는 포브스(Forbes)지에 의해 2003년에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캐릭터로도 뽑혔는데, 당시 1년간 약 58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타임지의 보도를 보면 오늘날도 미키 마우스 관련 상품은 디즈니사의 소비자 상품 판매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Time, 2008. 11. 18.).
그래서일까요, 미국에서 미키 마우스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 당시 미국에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The Copyright Term Extension Act 또는 Sony Bono법)이 통과되었는데, 이 법은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법인 저작물의 경우 75년에서 95년으로 20년을 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법은 2003년 저작권 소멸을 5년 앞두고 있던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을 연장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어쨌든 이로써 미키 마우스에 대한 디즈니사의 저작권은 2023년까지로 연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에 대해서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L.A. Times, 2008. 8. 22.) 미국의 1909년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물에 저작권 표시를 하지 않으면 저작권 보호를 해 주지 않았었는데, 1928년에 발표된 디즈니사의 미키 마우스 영화에 저작권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928년생인 미키 마우스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한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입니다. 미키 마우스는 미국에서도 법인 저작물(단체 명의 저작물)로 보는데, 우리 저작권법의 경우 1987년 개정법 이전에는 법인저작물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공표일로부터 30년이었는데(1987년 개정으로 공표일로부터 50년으로 연장), 1987년 당시 이미 미키 마우스는 공표일로부터 59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미키 마우스가 1928년의 발표 당시로부터 계속 변경되어 왔기 때문에 변경된 미키 마우스가 2차적 저작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1928년의 최초의 출연작인 흑백단편영화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를 보면 그 모습이 오늘날의 미키 마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보호의 기산점을 1928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미키 마우스를 똑같게나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면, 그 캐릭터에는 대중들에 의해 숨결이 불어 넣어지고, 추억이 덧붙여지게 됩니다. 그래서 누구나 로보트 태권브이나 이소룡, 주윤발을 떠올리면 그와 함께 ‘그 시절 그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캐릭터가 때가 되어 ‘만인 공유의 영역’(public domain)으로 들어가면, 오랜 세월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대중의 추억과 어울려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줍니다. 대중의 사랑과 추억이 깃든 캐릭터를 저작권자가 계속 독점하기만 한다면, 대중은 그만큼 추억을 공유할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 미키 마우스의 80회 생일상이 미키 마우스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디즈니사의 담장 안에서 디즈니사에 의해서 차려졌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미키 마우스는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전국민의 것으로 국민 캐릭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키 마우스(Mickey Mouse)의 문자나 그림을 문자상표나 도형상표, 또는 상표와 같이 사용하는 것은 그에 관해 상표권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을 것이고, 미키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마치 디즈니사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도 부정경쟁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어쨋든 멀리서나마, 며칠 늦었지만 미키 마우스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글은 80회의 생일을 맞은 미키 마우스의 생일을 축하하며 쓴 글입니다. 법률 의견서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IP·IT팀은 Inews24에 [지평지성 법률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정기 기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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