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112%의 음주상태에서 택시를 운전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주취상태로 인하여 전방주시를 게을리하였고, 피해자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각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게 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상)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경합범으로 기소하였습니다.
(2) 관련 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 11(위험운전치사상)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2007년 12월 21일 처음으로 신설된 것입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콜농도가 0.05%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 제150조 제1호는 제44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 1심 법원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
(1) 1심 법원의 판단과 검사의 항소요지
1심 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 11(이하 ‘이 사건 규정’)은 조문구조와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위 죄가 성립하는 경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는 위 죄에 흡수되어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4. 11. 선고 2008고단488 판결).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였는데, 항소의 요지는 “일반적으로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어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특별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의 경합범으로 보고 있고, 특가법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가중처벌규정이므로, 이 경우에도 두 죄는 경합범이 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2)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7. 22. 선고 2008노577 판결).
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벌하는 기본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제44조의 규정에 의한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ㆍ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50조 제3호는 이에 위반한 자를 벌하도록 함으로써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것보다 더 가벼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를 이미 벌하고 있다.
②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 제150조 제1호, 제44조 제1항에서 ‘술에 취한 상태’는 조문 체계상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상응하는 것으로, 이 사건 규정의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보다는 가벼운 상태이다.
③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도로교통법 제150조 제1호, 제44조 제1항, 제150조 제3호, 제45조 위반 중에서 특히 중한 형태(운전이 곤란한 상태 >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기본범죄로 상정한 특수한 결과적 가중범에 해당한다. 또한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이 사건 규정은 ‘개인의 생명, 신체’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 일반의 안전’이라는 법익까지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④ 요컨대 이 사건 규정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행위유형과 보호법익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따라서 ‘중한 형태’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을 기본범죄로 하는 결과적가중범이며, 그러므로 특가법위반(위험운전치사상)이 성립하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은 그에 흡수되어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의 상고를 인용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습니다.
① 도로교통법은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도로’에서의 자동차 운전 등의 통행행위만을 적용대상으로 삼고, ‘도로 이외의 장소’에서의 통행행위는 적용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 사건 규정은 입법취지와 문언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적용범위가 ‘도로’에서의 자동차 운전으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도로 외의 장소’에서의 자동차 운전으로 인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다(보호법익과 적용범위의 측면).
② 한편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는 혈중알콜농도의 최저기준치를 초과한 주취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이와 달리 이 사건 규정의 경우 ‘형식적으로 혈중알콜농도의 법정 최저기준치를 초과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
③ 따라서 특가법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는 입법취지, 보호법익 및 적용영역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로서, 양 죄가 모두 성립하는 경우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데, 원심은 전자가 후자의 결과적가중범이라는 전제 하에 후자가 전자에 흡수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죄수관계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두 개의 죄가 인정되는 경우 ‘그 중 한 개의 죄가 나머지에 흡수되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과, ‘두 개의 죄가 모두 성립하여 실체적 경합범이 된다’고 보는 것은 처벌의 범위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체적 경합범의 경우에는 “중한 죄에 정한 장기”에 1/2까지 가중하는 것으로부터 처단형의 범위에 대한 계산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이 2007년 12월 21일에 신설된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이 위 규정에 대한 견해를 밝힌 판결인데, 향후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위험한 운전 행위’에 대해 매우 엄정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향후 음주나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운전하다가 사람을 사상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과 같이 엄격하게 처벌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08년 11월 13일 선고 2008도714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