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를 받던 피해자의 처의 요청에 의하여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조치한 경우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의사의 형사책임◇
1.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되는 것인바(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3도949 판결 등 참조), 경막하 출혈상을 입고 응급후송되어 9시간 동안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던 피해자에 대하여 수술 후 불과 하루 남짓이 경과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종국에는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피고인들 또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로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피고인들이 비록 피해자 처의 요청에 의하여 마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미필적 인식 내지 예견마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고, 작위에 의하여 악화된 법익 상황을 다시 되돌이키지 아니한 점에 주목하여 이를 부작위범으로 볼 것은 아니며, 나아가 악화되기 이전의 법익 상황이, 그 행위자가 과거에 행한 또 다른 작위의 결과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었다 하여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의사인 피고인들이 그 지시를 받는 인턴에게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통하여 피해자 처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도운 이상 이는 작위에 의한 방조범으로 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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