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금융 위기 - 자산 유동화의 함정
비우량담보대출이라고 알려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신용 경색 및 금융 위기가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 위기는 신용 위기, 자산가격 위기 및 유동성 위기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 위기의 원인은 (i) 부동산 가격 거품을 배경으로 이뤄진 대출자들의 재융자 및 재융자금 소비와 뒤이은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 및 재융자 단절, (ii) 유동화증권인 주택저당유동화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 자산담보부증권(Collateral Debt Obligation, CDO)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투자 열기 및 위험 분산에 따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iii) mortgage broker들의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한 무분별한 중개, (iv) 자동화된 대출자 심사 과정(automated underwriting)이 초래한 허술한 심사, (v) 신용평가사가 유동화증권에 대해 관행적으로 부여하는 높은 신용등급 및 이해의 상충, (vi)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에게 대출할 것을 강제하고 도산에 직면한 금융기관을 구제해 온 정부, 연방준비은행 및 관련 법률(Community Reinvestment Act) 등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자산 유동화(securitization)라는 금융 기법을 통해 전 세계 금융 기관 및 펀드들에게 팔려 나갔고,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비율이 적고, 국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분류될 수 있는 저축은행 담보대출의 규모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하여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위축과 달러 약세로 인해 대미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외환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 위기의 원인 및 그 확산에 자산 유동화라는 금융 기법이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자산 유동화는 자산 양도자(originator)에게는 은행으로부터 담보 융자를 받기 어려운 자산을 분리, 양도(담보제공)하여 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해 주고, 투자자에게는 자산 양도자의 전체적인 신용도와 분리된 별도의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 SPV)의 확정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주게 되어 보다 안정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 금융기법이다. 또한, SPV가 각종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채권 또는 Commercial Paper(CP)를 다양한 투자자에게 매각함으로써 금융 거래의 위험을 자본시장에 광범위하게 분산시키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 유동화는 전통적인 담보대출이나 사채 매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실사나 거래상대방의 신용도에 대한 엄격한 조사에 대한 동기를 상실시키고 무분별한 대출이 발생하는 것을 조장하는 도덕적 해이의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그러한 자산을 기초로 SPV가 발행하는 각종 유동화증권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중립적이고 엄격해야 할 신용평가기관이 이해 상충의 지위에 있고(신용평가기관도 자신의 고객인 자산양도자로부터 신용평가 및 등급 부여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받게 됨) 기초자산에 대한 엄격한 실사나 평가를 거치지 않고 형식적으로 자산 양도자로부터 분리된 점만을 근거로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경향도 한 몫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건설금융이 ABS 또는 ABCP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오토론, 신용카드 채권 등도 유동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산 유동화 과정에서 신용평가 기관이 기초자산에 대한 제대로 된 실사와 평가를 거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기초자산을 생성하는 당해 사업의 조건 또는 관련 산업 및 거시 경제 지표의 변동이 있을 경우 기존에 부여한 신용등급을 새로이 조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금융거래의 위험을 전체 자본시장을 통해 분산, 흡수하여 보다 원활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도록 고안된 자산 유동화 금융기법이 그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용평가회사의 객관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달리 생래적으로 궁극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가 모호한 자산 유동화거래 구조하에서 투자자의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회사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현재 미국 뉴욕소재 White & Case에서 International Lawyer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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