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 요지와 일본의 2006년 의료법 개정 내용 소개◇

보건복지부에서는 2007년 초에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편의 증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가지고 기존 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려고 하였다.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료수요자의 권익증진 및 안전관리 강화를 위하여 의사의 질병과 진료방법 설명의무 부과, 비보험 고가 진료비용 고지, 거동불편자의 처방전 대리수령 허용, 병원감염 관리 강화, 당직의료인 기준 강화, 환자의 진료정보 보호, 조산원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확보, 의료인 보수교육을 강화한다. 또한 의료기관의 다양한 운영형태를 허용하는 등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고자 의료법인의 합병절차 신설 및 부대사업 확대,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의 부분적 허용, 의료기관 종별구분 개선, 비전속진료 허용, 양한방 협진체계 구축, 병원내 의원개설을 허용하고,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자 외국어 명칭표시(예를 들어 clinic)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개정안에 간호진단이 명시된 점, 의료행위에서 투약이 빠진 점, 유사의료행위가 양성화된다는 점, 표준진료지침 문제 등으로 인하여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대가 심하였다. 나아가 의료소비자단체등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지나치게 의료의 상업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결국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다만, 법제처에서 기존 법률들의 문구 중 한자어를 알기 쉬운 한글체로 바꾸고, 조문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 의료법을 포함시킴으로써, 현행 의료법은 기존의 골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이 된 상태이다.)

그에 비하여 2006년에 이루어진 일본의 의료법 개정은 상당히 큰 규모로 이루어졌고, 개정 법률의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까지 완료되어 개정법률의 시행이 개시되었다. 아래에서는 일본의 의료법의 개정경위와 요지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의료법은 우리나라의 의료법과 그 체계가 비슷하며 다만, 의료인의 자격과 수급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의료법 내에 포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법과 달리, 별도의 의사법, 치과의사법,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등 의료인관련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의 의료법은 1948년 제정된 이래 1985년(1차), 1992년(2차), 1997년(3차), 2000년(4차)등 4차에 걸쳐 대개정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정부여당내 의료개혁협의회에서 2005. 12. 1.에 정리하였던 “의료개혁 대강”에 따라 2006. 6. 21. 법률 제84호로 제5차 개정(이하 ‘2006년 개정안’)이 이루어져 시행되고 있다. 2006년 개정안의 명칭은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체제의 확립을 도모하기 위한 의료법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이다. 2006년 개정안의 목표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적절히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환자등에게 의료에 관한 정보제공을 추진하고, 의료계획 제도의 재검토등을 통하여 의료기능의 분화.제휴를 추진하며 지역이나 진료과에 따른 의사부족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는데 있다. 구체적인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환자등에 대한 의료정보 제공의 추진
환자나 그 가족이 의료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어 적절한 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지방자치단체(우리나라의 시도와 유사한 일본의 도도부현)가 의료인력의 현황과 의료안전대책내용 등 의료기관등에 관한 정보를 집약해 알기쉽게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주민의 상담 요청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한다(법 제6조의 3, 시행규칙 제1조의 2 내지 4, 별표 1). 환자가 의료기관에 입원이나 퇴원을 할 경우에는 질병명이나 증세, 입원중의 각종 검사나 치료에 관한 계획 등을 기재한 ‘입원진료계획서’를 작성하여 환자나 그 가족에게 제공하도록 한다(법 제6조의 4, 시행규칙 제1조의 5).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 대한 광고의 허용범위를 확대한다(법 제6조의 5).

   2) 의료계획제도의 재검토등을 통한 의료기능의 분화제휴의 추진
의료계획제도를 재검토해 의료계획에 뇌졸중, 암, 소아구급의료등 사업별 구체적인 의료제휴 체제를 규정한다(법 제30조의 4, 시행규칙 제30조의 28). 의료계획에 알기 쉬운 지표와 수치로 된 목표를 명시해 사후 평가를 할 수 있는 구조로 한다(법 제30조의 6). 퇴원시 재택의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정등을 하는 규정을 정비한다(법 제30조의 4)

   3) 지역이나 진료과에 따른 의사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
벽지등의 특정지역, 소아과나 산부인과등 특정 진료과에 있어서 의사의 부족이 심각해지는 것에 대응해 지방자치단체에 ‘의료대책협의회’ 제도를 신설해 관계자 협의에 의한 대책을 추진한다(법 제30조의 12). 의사 등 의료종사자에게는 지역의료확보에 협력하도록 한다(법 제30조의 13).

   4) 의료안전의 확보와 의료종사자의 자질 향상
지방자치단체에 ‘의료안전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게 하는등 의료안전확보 체제를 관리할 의무를 부여한다(법 제6조의 11).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약사 및 간호사등에 대한 재교육을 의무화한다(의사법등 개별법의 개정). 간호사, 조산사등에 대해서 기존의 업무독점 규정에 더하여 명칭독점 규정을 추가한다(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 외국인 간호사, 구급구명사등에 대하여 임상수련 제도의 대상으로 한다(외국의사등의 임상수련법)

   5) 의료법인 제도의 개혁
의료업 경영의 투명성이나 효율성의 향상을 목표로, 의료법인 해산시의 잔여재산의 귀속처를 정관등으로 정한 경우 외에는 국고로 제한하는 등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철저히 한다(법 제56조). 의료계획에 규정된 벽지의료, 소아 구급의료등을 담당해야 할 ‘사회의료법인’ 등 새로운 유형의 의료법인 제도를 신설하여 기존의 공립병원의 업무를 대체하도록 한다(법 제42조의 2).

이상의 내용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의 제5차 의료법 개정은 기존의 의료시설에 관한 규제 중심의 법에서 환자의 편의증진을 위한 의료기관 및 국가등의 정보제공 의무, 의료계획 제도의 재검토를 통한 의료공백영역의 최소화, 의료안전체제의 확보를 위한 관련 제도의 신설 등을 도모하는 의료소비자 중심의 법으로의 변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높아진 의료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국내의 의료법 개정에서도 이런 점을 참고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의료소비자들의 편의가 증진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