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분쟁에 있어서 증거의 중요성◇

소송에 참가하다보면 재판과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 중의 하나가  증거의 중요성과 가치에 관한 것이다. 자신과 당사자에게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어서  소를 제기만 하면 현명하신 판사님이 정의로운 판단을 해 줄 것이라 믿고 법원에 가지만,  결과는 패소이다. 그 이유는 뭘까? 증거가 부족하여 원고의 주장을 쉽게 신뢰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분쟁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분쟁을 당사자들간의 힘에 의한 주먹다짐이 아니라 국가제도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가 바로 소송절차이다. 따라서 재판은 가능하면 참가한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판은 공정성, 객관성, 합리성을 지녀야 한다. 독립된 신분을 가지고, 전문적인 소양을 쌓은 법관에 의하여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재판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다. 또한 재판의 객관성, 합리성의 보장을 위하여 그 소송에서 다툼이 되고 있는  사실은 법관의 자의가 아닌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사소송은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사실의 주장, 증거의 수집 및 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당사자가 수집,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기초로 하여 판단을 할 뿐이다. 따라서 소송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장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자신이 직접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증거서류든 증인이든 상관없다.

분쟁이 있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주장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소송의 대부분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주장 중에서 누구의 말이 더 진실한가를 따지는 일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어서 그 사실을 경험하지 못한 법관을 설득하는 것은 말로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비록 그 사람의 말이 아무리 진실하다고 하더라도 법관은 그 사실을 알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주장이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을 때만이 그  주장사실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증거는 분쟁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상대방과 거래시 상황을 잘 정리한 계약서나 서류가 있다면 그 거래당사자들은 사후에 다른 주장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일상은 이런 서류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원인으로 인하여 사후 분쟁이 발생하면 낭패를 겪게 되는 것이다.

분쟁으로 인하여 사람을 잃지 않고, 시간을 잃지 않고, 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업무는 반드시 서류로 처리해 두는 것이 좋다. 매매계약, 돈을 지급해 달라는 청구, 하자를 보수해 달라는 요청,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 등도 반드시 서류로 처리하도록 하자. 또한 그 계약서 등 서류의 내용도 가능하면 자세하게 작성하도록 하자. 자세하게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을 성가신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분쟁을 예방하고 사후 분쟁이 발생할 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반드시 증거를 남기며, 그 증거서류 또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태도를 자신의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용대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