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주민투표권을 인정함으로써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주민투표권을 박탈하는 주민투표법 제5조 제1항은 위헌이라고 한 사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李東洽 재판관)는 2007년 6월 28일 주민투표법(2004. 1. 29 법률 7124호로 제정된 것) 제5조 제1항 중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면서, 2008.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 부분들의 잠정적용을 명하였다.(일부는 각하됨)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주문 표시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일본 영주권자들로서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들이다. 청구인들은 주민투표법 제5조가 국민인 주민 중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와 일정요건을 갖춘 외국인에 대해서만 주민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청구인들과 같이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신고만을 할 수 있고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주민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 8.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5. 11. 16. 청구취지 변경을 통해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에 대한 청구를 추가하였으나 각하되었으므로, 이 부분은 생략함.)
2. 심판의 대상 및 관련규정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주민투표법(2004. 1. 29. 법률 7124호로 제정된 것; 이하에서 이를 '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중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에 관한 부분이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민투표법(2004. 1. 29. 법률 7124호로 제정된 것)
제5조 (주민투표권) ① 20세 이상의 주민으로서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인명부작성기준일 현재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권이 없는 자를 제외한다.)는 주민투표권이 있다.
② 20세 이상의 외국인으로서 출입국관리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체류자격변경허가 또는 체류기간연장허가를 통하여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갖춘 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자는 주민투표권이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 국내거주 재외국민은 주민등록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해외이주를 포기한 후가 아니면 주민등록을 할 수 없고 재외동포법에 의한 국내거소신고만을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주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 국내거주 재외국민은 소득활동이 있을 경우 납세의무를 부담하며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이행의 길도 열려 있다. 나아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내에서 '주민등록이 된 국민인 주민'과 같은 환경 하에서 생활하면서 동등한 책임을 부담하고 또 권리를 향유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으로서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법 제7조 제1항)의 결과는 주민등록이 가능한 국민인 주민은 물론 이 사건 청구인들과 같이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에게도 그 미치는 영향에 있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 즉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구역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는 단순히 행정단위나 행정구역의 개편 차원을 넘어 폐치·분합 또는 구역변경의 대상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시설의 설치와 관련하여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법 제5조 제2항은 출입국관리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외국인'에게 주민투표권을 부여하고 있고,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민투표조례는 20세 이상의 자로서 투표인명부 작성기준일 현재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주소를 두고 있고, 영주의 체류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 주민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인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나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주민투표의 결과가 그 법적 및 사실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국내거주 재외국민과 외국인간에 본질적으로 달리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사항과의 관련성 내지 이해관계의 밀접성이라는 점에서 양자간에 본질적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입국한 외국국적동포에 대해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2년 상한의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계속 체류하고자 할 경우 체류기간연장허가를 받아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은 재외동포체류자격외의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국적동포의 경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변경허가를 받은 때에는 국내거소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법 제5조 제2항의 문언에 의하면, 외국인으로서 출입국관리 관계법령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자에게 주민투표권을 인정하되, 그와 같이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에 '체류자격변경허가 또는 체류기간연장허가를 통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경우'도 포함시키고 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기에 따라서는' 외국국적동포의 경우에도 주민투표권이 인정될 수 있다.
○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주민등록만을 요건으로 주민투표권의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을 '주민등록이 된 국민인 주민'에 비해 차별하고 있고, 더 나아가 '주민투표권이 인정되는 외국인'과 '주민투표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외국국적동포'와의 관계에서도 차별을 행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차별에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국내거주 재외국민인 이 사건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4.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 명령
○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 원칙적으로 주민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 하더라도 주민투표권 행사의 요건으로서 일정기간의 거주요건을 부과할 것인지, 부과한다면 그 최소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그와 같은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입법형성의 권한을 가진 입법자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에 속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단순위헌으로 선언되어 즉시 효력을 상실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주민투표를 제대로 실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혼란상태가 초래될 것임이 명백하다.
○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는 늦어도 2008. 12. 31.까지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2009.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 주문 표시에 대한 별개의견(재판관 曺大鉉)
○ 법 제5조 제1항의 위헌성은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국민을 주민투표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점에 있는 것이므로, 그 점을 특정하여 "법 제5조 제1항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국민을 주민투표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 다수의견이 법 제5조 제1항이 주민등록자로 "한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라면, 주문에 그러한 취지를 명시하여야 하고, "한정한 것"에 대한 위헌 선언은 바로 이미 규정되어 있는 주민등록자 외에 다른 내용을 추가로 입법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존의 규정 내용에 대하여 잠정적용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5. 결정의 의의
○ 이 사건 결정은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주민투표권을 인정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주민투표권을 박탈하고 있는 주민투표법 제5조 제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결정이다. 이 결정은 헌법불합치결정으로서 입법자로 하여금 개선입법을 통해 재외국민으로서 국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주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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