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을 제한하거나 국외거주자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2항 등은 위헌이라고 한 사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鍾大 재판관)는 2007년 6월 28일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3항, 제37조 제1항 중 각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에 관한 부분, 제38조 제1항 중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관한 부분과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중 "그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면서, 2008.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부분들의 잠정적용을 명하였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일본 영주권자들이거나 미국 또는 캐나다 영주권자들인데, 위 조항들이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선거권 및 피선거권, 국민투표권의 행사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또 공직선거법 제38조 제1항이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하여만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및 관련규정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3항, 제37조 제1항, 제38조 제1항과 국민투표법(1994. 12. 22. 법률 제4796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중 주민등록을 참정권 행사의 요건으로 하고 있는 부분들(별지 중 밑줄 친 부분들)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국정선거권')의 경우
(1)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국민주권의 원리의 현실적 행사수단으로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하며, 주기적 선거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국정선거권을 비롯한 국민의 참정권이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지만, 이것은 선거권을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의해서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2) 헌법재판소는 1999. 1. 28. 선고 97헌마253등 결정에서 구법 제37조 제1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지만, 다음과 같이 종전 결정의 논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① 재외국민에게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더라도 우리의 특수한 상황 하에서는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행사에 대한 제한은 허용될 수 있으며, 재외국민등록제도 및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제도를 활용하여 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위험성을 예방하는 것이 선거기술상 불가능하지 않고, 재외국민은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와는 달리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양자의 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②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과제이므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민주국가의 기능적 전제인 선거권 행사를 특정 국민들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다. 예상되는 부정선거가능성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방법의 적절한 제한, 투표자 본인의 신분확인방법의 도입, 선거운동비용 지출에 대한 사전 사후의 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하여 차단하는 방법이 있으며, 법원의 재판 등을 통한 사후적 통제도 가능하다.
③ 선거기술상의 어려움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재외국민의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으며, 나아가 오늘날의 선거는 인물투표로서의 성격보다 정당투표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재외국민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선거운동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국내에서와 같은 정도로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재외국민의 입장에서 감수해야 할 사정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선거기술상의 어려움 역시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합당한 사유라 보기 어렵다.
④ 납세와 국방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부인할 수 없다.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납세나 국방의 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에게도 병역의무 이행의 길이 열려 있는 점, 재외국민 중에는 병역의무와 무관한 여자들도 있는 점, 청구인들 중 이미 국내에서 병역의무를 필한 사람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러하다.
⑤ 선거권의 제한은 그 제한을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개별적, 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막연하고 추상적 위험이라든지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의 사유로는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다. 단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하여 그에 따라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법 제37조 제1항은 그에 대한 정당한 목적을 찾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된다.
(3) 헌법재판소는 1999. 3. 25. 선고 97헌마99 결정에서, 부재자 투표에 관한 법 제38조 제1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법 제3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으나, 법 제37조 제1항에 대한 판단과 마찬가지의 관점 및 다음의 점에서 재외국민의 부재자투표에 관한 위 결정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① 선거기간의 연장에 따른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증가 및 국가적 부담증가가 예상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고, 선거비용의 부담 우려만으로 민주국가에서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참조하면 재외국민의 부재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직업이나 학문 등의 사유로 자진출국한 자들이라고 해서 선거권 행사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해외체류자의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며,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자발적 계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가 부인되는 것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③ 따라서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재외국민과 단기해외체류자 등 국외거주자 전부에 대해 국정선거권의 행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법 제38조 제1항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국외거주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된다.
나. 지방선거 참여권(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경우
(1) ①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재외국민은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을 할 수 없을 뿐이지, '국민인 주민'이라는 점에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인 주민'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그가 속한 자치단체 구역 내의 동질적 환경 속에서 동등한 책임을 부담하고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인 주민'과 '주민등록을 하지 못하는 재외국민인 주민'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차이만 존재할 뿐, 국민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라는 점에서는 양자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지방선거 선거권 부여에 있어 양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어떠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② 또한 법 제15조 제2항 제2호는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 하에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에 의하면 지방의회 선거권에 관한 한, 헌법상의 권리인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단순한 '법률상의 권리'인 외국인의 선거권에 못 미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명백히 부당하다.
③ 따라서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서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그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전면적, 획일적으로 지방선거권을 박탈하는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37조 제1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평등권과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을 침해한다.
(2)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과 같이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 법령의 규정상 아예 불가능한 자들이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으로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얼마든지 밀접한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주민등록이 아니더라도 그와 같은 거주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나아가 법 제16조 제2항이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만2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피선거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내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재외국민도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지방선거에서의 피선거권에 대해서만 주민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의 피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오로지 일정 기간 이상의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지방선거 피선거권 자격을 결정함으로써, 일정 기간 이상 주민으로 생활하면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이라도 주민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법 제16조 제3항은 이를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다. 국민투표권의 경우
국민투표는 국가의 중요정책이나 헌법개정안에 대해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인데,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민등록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국정선거권의 제한에 대한 판단에서와 동일한 이유에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4.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 명령
(1) 이상의 이유로 재외국민에 대해 원칙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적 요청이라 하더라도, 선거기술적인 측면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해외체류자를 포함하여 국외거주 재외국민에게 국정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할 경우 선거관리를 담당할 기구와 투표소의 설치, 재외국민 등에 대한 신분확인절차, 투표의 방식, 선거운동방법, 나아가 기타 공정선거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 지방선거 참여권을 부여하는 경우에, 거주요건을 부과할 것인지, 부과한다면 그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또한 사건 법률조항들이 단순위헌으로 선언되어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하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게 되어 다가올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등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혼란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명백해 보인다.
(2)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는 늦어도 2008.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2009.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 별개의견(재판관 李恭炫)
이미 상당기간 대한민국과는 문화적·사회적·경제적으로 상이한 환경의 외국에 생활의 기반을 잡고 그 곳에 영주할 의사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 재외국민이나 국외거주자들과는 대한민국의 선거나 정치에의 참여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의 진지성, 밀접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통일체로서의 국민을 넘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국가구성원으로서의 대의기관을 구성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국외영주권자들에 대한 선거권제한은 언제나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이는 국민투표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별개의견(재판관 曺大鉉)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은 선거권의 행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주민등록자만 규정하고 국내거소신고나 재외공관에 재외국민등록을 한 재외국민을 포함시켜 규정하지 아니한 점에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주민등록자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정당하고 헌법에 합치되며, 일정한 재외국민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될 뿐이다. 따라서 주문형식도 거기에 맞춰서 나와야 한다.
5.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을 제한하거나 국외거주자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종래의 헌재 결정을 8년만에 변경했다. 이 결정에 따르면, 앞으로는 국외체류자를 포함하여 외국영주권자인 재외국민에 대해서도 주민등록이 안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권행사를 불가능하게 해서는 안되고 원칙적으로 국정선거권과 지방선거 참여권(선거권 및 피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부재자투표도 인정해야 함을 국가의 헌법적 의무로 선언하면서, 다만 선거관리의 혼란을 피하고 철저한 준비를 위해 2008. 말까지 종전 법의 잠정적용을 명했다.
이러한 시한을 둔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해당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할 최대한의 기간을 고려한 것이고, 이 결정의 취지는 가능한 한 위헌상태를 개선할 입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 결정이 제17대 대통령 선거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헌법불합치 상태가 제거되는 개선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