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TV 리얼리티 쇼 포맷 표절 소고◇

TV 프로그램의 포맷 차용

미국의 유명 요리프로그램 채널인 Food Network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Iron Chef America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표적인 요리의 달인(요리의 철인이라고 부른다)과 도전자가 60분 동안 주어진 재료를 바탕으로 요리를 만들어 3명의 요리비평가 패널로부터 최종판정을 받는데, 도전자가 이길 경우 새로운 요리의 철인으로 등극한다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 일종의 게임 쇼 프로그램이다. 이 요리프로그램은 미국 방송사가 독창적으로 창작한 것이 아니라 1990년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요리게임 쇼 <요리의 철인> (料理の鉄人)의 포맷 사용권을 일본 후지 텔레비전으로부터 사들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TV 프로그램의 포맷 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저작권법적으로는 해당 작품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미국 저작권법 개념으로는 adaptation right)을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게임 쇼와 같은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외국의 인기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로부터 소위 '포맷 판권'(format licensing)을 취득하여 이를 한국 버전으로 방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KBS의 퀴즈 쇼 <1 : 100>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24시간 생중계하는 <빅 브라더 쇼>로 세계적인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네덜란드 제작사 '엔데몰'의 작품으로 이 프로그램의 포맷 판권을 수입해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고, SBS의 <작렬! 정신통일>, <퀴즈! 육감대결> 등도 일본 후지TV와 포맷 판권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포맷 판권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방송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로, 주로 외국 TV 프로그램 저작물을 자국에 맞게 제작하여 동일한 프로그램 제목을 사용하여 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포맷 판권은 최근 국제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장에서 주요한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러한 포맷을 구매하는 이유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오리지널 창작물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 이미 다른 나라 시장에서 시청률이 검증되었으므로 그러한 포맷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 경우 자국에서도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TV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외국, 특히 일본의 인기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을 수 없이 받아왔다(일본 방송사를 대리하여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할만한 건수가 만만치 않게 많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저작권법 전문가 사이에 회자되기도 한다). 저작권 침해소송에 대비하여 위와 같이 포맷 판권을 미리 취득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향을 보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국내 제작사가 외국의 인기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모두 포맷 판권을 취득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경우 다른 인기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하면 무조건 불법으로 볼 수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저작권법의 측면에서만 보면 모든 카피가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차용해오는 대상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논의가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드라마/시트콤의 포맷의 침해

드라마 또는 시트콤과 같은 각본이 있는 극적 저작물(scripted dramatic works)의 경우 미국이나 한국에서 어느 정도 확립된 저작권 침해판단기준이 있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아이디어는 보호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만이 보호를 받는다(아이디어-표현 이분법);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그것이 일정한 주제, 소재 또는 장르에서 전형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장면은 보호받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scenes a faire doctrine);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있어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이 있거나 또는 하나 이상의 표현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또는 표현상의 한계가 있을 경우, 그러한 표현은 보호하지 않는다(merger theory); 양 작품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는 제외하고 보호받은 표현만을 비교대상으로 한다;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우선 양 작품의 플롯, 주제, 분위기, 배경, 속도, 등장인물, 사건의 전개과정, 대사 등에 관하여 분석적으로 유사성을 비교한다(extrinsic test); 다음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양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과 느낌이 유사한지를 판단한다(total concept and feel test, lay observer test); 사실적 저작물 또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저작물보다는 창작적인 저작물이 보호범위가 더 넓다 등의 판단기준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으로 확립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시트콤 <세 친구>과 위 시트콤이 아이디어 또는 영감을 받았으리라고 보여지는 미국 유명 시트콤 <Friends>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판단을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세 쌍의 친구가 한 집에서 모여 살며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시츄에이션 코미디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유사점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위 유사성은 단지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게임 쇼 포맷의 침해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소위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나 게임 쇼 프로그램의 경우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의 경우 미리 정해진 극본이 따로 없고, 게임 쇼 프로그램의 경우 등장인물들에게 개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제공되지만 세세한 각본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즉, 각본이 없는 리얼리티 쇼 또는 준 각본 형태의 게임 쇼의 경우(unscripted or quasi-scripted), 저작권 침해판단을 기존 드라마와 달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거의 논의가 없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에서도 리얼리티 쇼나 게임 쇼의 경우 어느 정도 논의가 진척되고 있기는 하나 완전히 정립된 이론이 나와 있지는 않다. 나아가 미국의 TV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소송과 관련하여 실제 저작권 침해 판단을 받은 사례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지만 대표적인 게임 쇼나 토크쇼 포맷과 관련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토크쇼 포맷과 관련하여, 오프닝 노래, 사회자, 관객 참여, 일정한 게스트 패널, 대화의 주제, 광고를 위한 일시 휴지 그리고 사회자의 클로징 멘트와 같은 포맷 요소에 대하여는 토크쇼에서 반복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저작권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일반적인 아이디어와 컨셉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사례( Pelt v. CBS Inc.).

게임 쇼 포맷과 관련하여, 양 작품 모두 3명의 선수들이 나오고, 반대편을 제거하기 위하여 여러 단계의 게임 라운드가 벌어지며, 사회자가 반대편에 질문을 던지고 상투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것 등은 서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한 사례(Sheehan v. MTV Networks).

게임 쇼 포맷과 관련하여, 도전자가 질문에 정답을 맞출 경우 그 가치가 알 수 없는 포상과 특정한 금액의 현금 중 어떤 것을 고를 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쇼에 관한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한 사례(Dick Clark Co. v. Alan Landsburg Productions Inc).

퀴즈 쇼 포맷과 관련하여, 도전자들의 질문 던지기, 마지막 대박(jackpot) 질문, 결론 및 관객 참여 등으로 이루어진 영화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퀴즈 쇼 포맷 자체는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Richards v. Columbia Broad Sys. Inc.).

위와 같은 사례를 종합하면, 일반적인 게임이나 퀴즈의 룰이나 진행형식의 유사성만 가지고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얼리티 쇼 포맷 침해와 <Survivor> 판결

저작권 이론의 적용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분야가 바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 쇼(reality show)란 전문적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출연하고, 의도적으로 사전각본 없는 극적이고 유머러스한 상황이나 서류 또는 실제 상황을 설정하여 진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장르의 하나이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그램은 특히 2000년경부터 보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리얼리티 쇼에 관해서는 방송사끼리 서로 유사한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분쟁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 법원에서 판단을 받은 경우는 1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송외적으로 합의를 보거나 취하를 하였다고 한다.¹   실제 판단을 받은 1건의 사례가 CBS의 <Survivor>라는 프로그램과 ABC의 <I'm a Celebrity, Get Me Out of Here>라는 프로그램 사이의 분쟁이다.²   CBS는 ABC가 <Survivor>의 필수적인 요소, 즉 엿보기 묘사 기법(voyeur verite), 적대적인 환경설정, 사회적 연대 구축, 도전 및 연속적인 구성원 탈락 등과 같은 구성요소들의 포맷을 복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Celebrity>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1  이를테면 <Race around the World>를 제작 방영하고 있는 Fox Family 방송사는 비슷한 포맷의 게임 쇼 프로그램인 <The Amazing Race>를 제작 방영한 CB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제작금지소송을 제기하였다. 두 작품은 모두 다수의 참가팀이 여러 나라를 여행한 후 뉴욕시에 가장 빨리 돌아오는 것을 경쟁하는 포맷으로 되어 있다. 위 소송과 관련하여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Fox는 본 소송을 취하하였다고 한다. Fox Family Prop. Inc. v. CBS Inc., No. 00-CV-11482 (CD. Cal. Oct. 27, 2000); Brett Sporich, "Fox Can't Stop CBS 'Race", THE HOLLYWOOD REPORTER, Nov. 27, 2000.

2  CBS v. ABC, 2003 U.S. Dist. LEXIS 20258. CBS가 이미 2001년에도 <Survivor> 유사 프로그램인 <Boot Camp>를 방영하는 Fox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CBS는 <Boot Camp>가 <Survivor>의 기본 전제와 포맷, 즉 가혹한 환경에 비배우 참가자를 떨어뜨려 놓는 설정, 그들에게 팀을 이루어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설정, 탈락이 예정되어 있다는 설정 등을 복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Fox는 CBS가 탈락경쟁에 관한 리얼리티 TV쇼 포맷에 관하여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였는데, 결국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 양 사는 화해로 사건을 종결하였다고 한다. Cynthia Littleton, "CBS Drops Suit vs 'Boot Camp'", THE HOLLYWOOD REPORTER, Sept. 10, 2001.

<Survivor>는 먼 오지에 떨어뜨려진 16명의 표류자가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리얼리티 쇼이다. 참가자들은 2개 팀으로 나뉘어 경쟁하는데 이기는 팀은 음식 및 쇼 탈락 면제특권을 받고, 지는 팀은 부족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한 사람을 탈락시킨다. 위와 같은 보상, 면제특권 및 부족회의 투표는 3일 단위로 이루어지고 쇼는 약 2개월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의 수가 8명으로 줄어들게 되면 2팀은 다시 하나로 합쳐져 서로 개인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최후의 생존자는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한편 <Celebrity>는 8명의 B급 연예인이 각자 화려한 삶을 뒤로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 떨어져 기본적인 음식만 제공된 채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데, 보다 좋은 음식을 차지하기 위하여 주어진 다소 유머러스한 과제를 수행한다는 포맷으로 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5일간의 정글에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주 동안에는 매일 시청자들이 전화 또는 인터넷을 통해 "Bushtucker 시험"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한 명의 연예인을 뽑아 그로 하여금 나머지 구성원들을 위한 음식을 획득하기 위하여 코믹하고 재미있으나 다소 엉뚱한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 두 번째 주에는 시청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잔류시키기 위하여 투표를 하게 하는데, 당일 밤 가장 적은 득표를 한 연예인을 캠프를 떠나야 한다. 15일 째 되는 날 최종적으로 남게 된 1명의 연예인은 상당한 돈을 획득하고 그 돈은 그가 지정한 곳에 자선자금으로 쓰이게 하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각본이 있는 일반 드라마 등 극적 저작물에 적용되는 저작권 이론을 적용하여, 전체적인 컨셉과 느낌(total concept and feel), 주제(theme), 등장인물(character), 플롯(plot), 사건 전개과정(sequence of events), 속도(pace), 배경(setting) 등의 판단요소를 열거한 후 각 요소들의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각본이 있는 저작물과 각본이 없는 저작물 사이의 차이점에 관하여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전체적인 컨셉과 느낌' 요소와 관련하여, <Survivor>는 심각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Celebrity>의 경우 코믹한 톤을 가지고 있어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

'배경' 요소와 관련하여, 단순히 멀리 떨어진 열악한 장소라는 배경은 너무 일반적인 요소라서 저작권 보호를 부여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그러한 일반적인 장소적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에 있어 양 작품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즉 <Survivor>의 건조한 관목 숲 오지인데 반하여, <Celebrity>의 경우 밀림지역이었다는 점에 있어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였다.

'등장인물' 요소에서 보면, <Survivor>의 경우 등장인물들이 서로 투표를 하여 구성원을 탈락시키고, 각 구성원들은 서로 연합을 하고 다른 무리와 떨어져 있을 경우 끊임 없이 모의를 하는 등 매우 경쟁적인데 반하여, <Celebrity>의 경우 그러한 치열한 경쟁요소가 없고 백만 달러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Celebrity>의 경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하여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등장인물의 성격은 미리 작가에 의하여 설정된 것은 아니고 다만 실제 인물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극본 저작물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기는 하다. 법원도 각본이 있는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들의 대사나 등장인물들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미리 각본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는 특별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작품의 등장인물 축이 크게 호스트와 도전자로 나뉘어지는데, 호스트의 성격에 있어 < Survivor>의 호스트는 비교적 드물게 프로그램에 출현하면서 매우 진지할 뿐만 아니라 판관 역할과 집단 치료사의 역할(judge and group therapist)을 함께 수행하는 반면, <Celebrity>의 호스트는 프로그램에 자주 출현하면서 코믹한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어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였다. 나아가 도전자들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Survivor>의 도전자들은 시청자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으로 수백만 달러를 획득하기 위하여 경쟁을 하는 사람들인 반면에, <Celebrity>의 참가자들은 정글의 왕이나 여왕이 되거나 자선기금을 확보한다는 명예를 위하여 경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였다.

다음 '플롯' 요소에 관하여 살펴보면, 법원은 플롯 유사성을 개별 에피소드의 사건 전개과정 측면에서 살펴본 것이 아니라 각 쇼의 게임규칙에 근거하여 플롯의 유사성을 판단하였다. <Survivor>의 경우 도전은 강제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인데 반하여 <Celebrity>의 경우 도전은 자발적이고 육체적으로 어렵다기 보다는 다소 엉뚱하고 코믹하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타 양 작품의 배경음악의 톤도 다르게 표현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야생의 화면의 성격이나 파노라마적인 풍경사진도 전혀 느낌이 다르다고 보았다.

위와 같은 제반 요소 분석결과 법원은 양 작품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Survivor> 판결의 의의

위와 같은 <Survivor> 판결에 대하여 미국 내에서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사전 각본이 없는 리얼리티 쇼를 마치 각본이 있는 극적 저작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가공의 요소를 바탕으로 한 각본이 있는 프로그램에 관한 실질적 유사성 판단요소(특히 등장인물이나 플롯)를 그대로 각본 없는 리얼리티 쇼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위 법원에서 굳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표현이라고 열거하는 요소들 중 상당부분은 보호받지 못하는 일반적인 개념 또는 아이디어, scenes a faire 또는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로 합체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정책적 고려에서 보아도 특정 리얼리티 쇼의 포맷을 특정인이 독점한다는 것은 시청자의 볼 권리나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국의 유명한 자니카슨쇼, 제이 르노쇼, 데이비드 레터멘쇼나 한국의 자니윤쇼가 거의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러한 포맷을 특정 방송사가 독점한다는 것은 다소 끔찍하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Survivor>법원의 결론에는 수긍이 간다. 포맷을 베끼는 것이 무조건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적 컨셉이나 그러한 컨셉의 조합만으로는 포맷의 독점권을 주장할 수는 없고, 더 구체적인 표현 요소(미흡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위 <Survivor>법원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표현요소들)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승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