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상하이 통신(1)

안녕하세요, 중국 상해에 있는 명한석 변호사 입니다.

상해에서 첫 설 맞이를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설을 “춘지에(春節)”라고 하는데, 중국 최대의 명절입니다.

보통 설을 전후해서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직장을 쉬고,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서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아내랑 자주 찾는 발맛사지집들이나 식당에도 상당수의 종업원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가서 일손이 부족한 모습들입니다. 뉴스에서도 연일 설맞이 귀향인파가 최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오더군요.

이때 가장 신나는 사람들 중 하나가 폭죽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일 겁니다.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섣달 그믐날과 설날, 그리고 정월 5일 전후에는 폭죽 터지는 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정월 대보름(중국에서는 위엔소지에라고 합니다)에 다시 한번 절정을 이룬다고 하네요.

이렇듯 상해에서는 긴 설 연휴를 맞아 소비가 한창 피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이런 연휴가 일년에 두 번 더 있습니다. 바로 노동절(5월 1일) 연휴와 국경절(건국기념일, 10월 1일) 연휴입니다. 즉, 중국에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에 이르는 연휴가 1년에 3번이 있고, 그때마다 귀향하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이러한 중국의 연휴 제도를 보면 중국 사람들은 언제 일하며, 제대로 경제가 돌아가기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황금연휴들이 정부에서 오히려 권장하는 사항이라고 합니다. 즉, 이러한 연휴들은 중국 정부가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조장한 것이지요. 이를 “쨔르징지(假日經濟)”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케인즈식 유효수효 진작 정책입니다.

이렇듯 어느새 중국 경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산 또는 수출 지향적인 경제가 아니라 소비 또는 내수 지향적인 경제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흔히 13억에게 속옷 한벌씩만 팔아도 그 매출액이 얼마가 되겠느냐고 하던 농담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죠.

제가 상해에 오기 전에 가졌던 피상적인 인식으로는 중국에 외국 다국적/초국적 기업들이 진출하는 이유는 싼 임금을 찾아 생산/수출 기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다국적/초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중국은 비록 1인당 GNI는 낮더라도 국가 전체의 GDP 규모는 세계 3~4위권(1위는 미국, 2위는 일본이고 중국과 독일 중 어디가 3위인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중국은 해외투자를 선별해서 받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이 심한 산업이나, 싼 임금을 찾아 단순한 가공무역만 하고자 하는 경우는 중국투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에 이미 중국은 성장해 있었던 거죠. 흔히 “중국에 6개월 있으면 책 한권을 쓰고, 1년 있으면 글 한편을 쓰고, 3년 있으면 입을 다문다”고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되는대로 제가 느끼고 알게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여러분께 소개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느끼고 소개해드리는 중국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겸손(?)의 말씀도 미리 드리구요.

3월 1일 저녁에는 중국 남경시 인민정부가 주최하고 남경시초상복무중심(南京市招商服務中心- 우리로 치면 지방자치단체인 남경시 산하의 외국인투자유치센터에 해당합니다)이 주관한 “2007年 投資促進機構(上海) 聯誼酒會”(우리 말로 번역하면 ‘2000년 투자자문기관(상해) 친목의 밤 또는 친목연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에 다녀왔습니다. 위 행사는 남경시 인민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상하이 주재 외국영사관, KOTRA 같은 외국정부의 투자관련기관, 외국상회, 외국법률사무소, 외국회계사무소, 투자자문 및 컨설팅업체 및 투자은행의 책임자 등을 초청하여 남경시의 투자환경 등을 설명하고, 서로 친교를 다지는 행사였습니다. 행사는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 – 남경시가 주최한 행사라 일부러 이곳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에 있는 메리엇호텔(JW Marriott Hotel) 대연회장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우리로 치면 명동쯤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에서 파티가 열린거죠).

제가 행사에 가게 된 건 우리 사무실이 국제적으로 내지는 중국내에서 유명해져서인지(^^) 남경시초상복무중심이 상하이에 주재하는 경염동 변호사님께 참석의사를 타진한 후 그 기관에서 저희를 초청한 것입니다. 원래는 저와 경염동 변호사님이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경변호사님이 심천 출장을 갔다 날씨가 나빠 비행기가 못떠서 저만 가게 되었습니다. 중국어 제대로 배운지 7개월 정도 밖에 안되는 제가 혼자 행사에 참석하려니 좀 긴장(?)이 되더군요. 참석자들은 위에서 소개한 대로 미국, 일본, 인도 등 각국의 영사관 관계자들 및 회계사무소, 투자자문사들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진흥공단과 KOTRA의 관계자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싱가폴계 회계사무소와 법률사무소가 상당히 많이 참석했더군요.

행사는 개회선언 – 내빈 소개 – 남경시 부시장의 남경시 투자환경 소개 – 남경시초상복무중심 부소장(중국용어로는 副主任)의 기관소개 – 교류행사의 순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연회는 주최측인 남경시의 간단한 소개 이후 참석자들끼리 스탠딩으로 식사를 하면서 자율적으로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는 교류행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즉, 주최측인 남경시는 간단히 소개하고 자리를 깔아줄 테니 손님들인 자문기관들끼리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참석자들이 그들의 Client에게 남경시 투자환경이 좋다는 점을 설명해서 남경시에 투자유치 좀 해달라는 것이죠. 상당히 고차원적인 마케팅 활동이었습니다.

진다오치앙(靳道强) 남경시 부시장님은 남경시의 일반적인 현황 및 자연/경제 환경, 외국인투자 현황, 기타 생활환경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부시장님의 소개에 의하면 남경은 중국 4개 고도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도시로서 경제성장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남경하면 역사 도시로서 관광지로만 생각하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공업과 서비스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적인 도시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으며 양면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자랑하더군요. 특히 외국인투자환경이 좋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현재 1000개가 넘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있으며 특히 제조업종으로는 자동차, 석유화학, IT/통신업체 등이 많이 있으며 특히 국제적인 R&D센터가 많다고 합니다. 부시장님의 소개 중 인상적인 것으로는 남경시의 교육환경이 매우 좋다 – 좋은 대학이 많아 고급인력을 구하기 쉽고 또한 국제학교가 많아 외국인이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점 모두 강조를 하더군요 – 는 점과 중국에서 가장 안전한 – 치안이 좋은 - 도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가오시앙(高翔) 남경시초상복무중심 부소장님은 기관소개를 하면서 동 기관이 외국인투자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기관과 관계가 좋아 외국인투자기업들이 투자초기부터 사업활동을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자 하니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이유는 바로 밥값 때문(?)입니다. 부시장님이나 부소장님 모두 연설 말미에 남경시를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를 하던데, 고급호텔에서 저녁을 얻어먹었으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지요. 한편 또 그래도 제가 두 분이 중국말로 한 연설을 대부분 알아들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도 입니다.

그 행사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 역시 많습니다.

첫째는 중국 지방정부들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 입니다. 시정부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를 펴고 있다는 점(다 아시겠지만 중국은 투자유치치관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물론 관련 공무원에게도 외국인투자유치실적에 따라 상당한 Incentive를 준다고 합니다), 남경시 정부가 남경이 아닌 상해에서 마케팅활동을 한다는 점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상당히 세련된 마케팅 활동을 한다는 거죠. 즉, 오늘 참석자들은 투자를 직접하는 기업들이 아니라 컨설팅 업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러나 광범위하게 network을 구축하겠다는 착상이 참 신선하고 놀라웠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 공무원이나 기업관계자들 중 고위직에 있는 분들은 모두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이를 상당히 세련되고 유창하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남경시 부시장님이나 복무중심 부소장님이 두 분다 원고없이 각종 통계수치(예컨대 2006년 남경시 개인소득이 5,100불을 초과했다든지, 외국인투자규모 등을 그냥 줄줄 말합니다)를 들어가면서 유창하게 연설을 합니다. 만일 통계수치만 나열했다면 그냥 외워서 한 거려니 하면서 지겨워 할텐데 중간 중간 이러 저런 유머나 기타 적절한 예를 들어가면서 아주 친화력있고 힘있는 연설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행사나 모임에 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작년에 상해 서회구 화경진에서 주최한 송년 모임(납세 실적이 많은 기업에게 표창도 하고 각종 공연도 한 행사였습니다)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서회구 당서기는 물론 각기업관계자들 중 연설을 하는 분은 모두 정말 원고없이 유창하게 말을 잘하더군요. 그런 연설을 들으면 그냥 말만 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연설자는 자기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고 연설자를 믿고 의지할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톰 피터스에 의하면 21세기 리더쉽의 핵심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중국의 리더들은 리더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재미있고 유익했던 일을 제가 말씀드리다 보니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리더가 되는 건 포기해야죠 뭐^^). 양해해 주시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명한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중국 상해 화동정법대학 유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