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필터링소트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는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2조 등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는 2004년 1월
29일(목)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필터링소트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는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2조 및 같은법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항 및 정보통신부고시 제2001-89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7.
6.부터 '엑스존'이라는 동성애 관련 웹사이트(http://exzone.com)를
개설하여 운용하여 왔는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2000. 8. 25. 엑스존을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가학성음란증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00.
9. 27. 엑스존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하였다.
그 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2001. 11.
9. 청구인에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2조, 동법시행령 제21조 제1항에 따라
"19세 미만의 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를 표시하고, 동법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항 및 정보통신부고시 제2001-89호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방법'에 따라
"청소년유해매체물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전자적 표시를 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동법 제64조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통보하였다.
청구인은 2001. 12.
29. 위 법령들(밑줄)이 죄형법정주의,
포괄위임입법금지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2.
판단
가. 이 사건 조항의 의의
및 이 사건의 쟁점
청소년보호법은
각종 매체물 중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청소년유해매체물)을
심의·결정하도록 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것은 청소년에게 판매, 대여, 배포하거나
시청·관람·이용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며(제17조
제1항), 그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였다(제50조 제1호).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전자적 표시방법은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하여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으로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의 연장선상에서 동법상의 표시의무를
보완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고시가 규정한 전자적 표시방법은 인터넷사이트나
디렉토리 혹은 인터넷페이지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도록 PICS 기술표준,
즉 '인터넷 내용선별을 위한 기술표준'에
의한 전자적 방법으로 특정 표시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고시에 따라 PICS
기술표준 방식으로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
전자적 표시를 하였을 경우, 정보이용자가
해당 차단소프트웨어(통상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youth.rat 파일)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한다면 그러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자동적으로 차단되어 화면상 나타나지
않게 된다. 다만 해당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그러한 차단효과가
없으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작에 의하여 차단을 제거할 수 있다.
나. 법 제42조에 관한 판단
(1)
법 제42조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정보'('전기통신역무'
개념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참조)로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정보제공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표시방법"에 따라 당해 정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도록 한다. 우선 법
제42조가 청소년유해매체물 제공자에게
일정한 의무(표시의무)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으나,
앞서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를 합헌으로 전제한 이상, 그 논리적
귀결로써 법 제42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의무도,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과다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 한, 합헌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위 조항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표시방법에 따라"라고
한 것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법
제42조의 위임입법 규정은 전기통신역무
내지 인터넷 정보에 관련된 것인데, 일반적으로
오늘날 전기통신이나 인터넷 기술의 빠른
발전추세를 감안할 때 그러한 정보의 표시방법에
관한 내용은 법률에서 직접 모두 규정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기준 및 개요를 법률에 정한
뒤 세부적인 사항은 변동 상황에 따른
탄력적 혹은 기술적 대응을 위하여 하위법에서
정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법
제42조의 표시의무는 청소년보호법상의
표시의무의 연장선상에서 컴퓨터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유해정보에 대한 특수한 것인데,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제도는
청소년들을 유해매체물로부터 차단하기
위한 것이며, 법 제41조는 정보통신부장관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음란·폭력정보등의
유해한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용선별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보급, 청소년보호를 위한 기술의 개발
및 보급 등의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면,
법 제42조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여
질 표시방법은 청소년을 해당 유해정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청소년의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이거나 그밖에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특성에 맞춰 해당 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표시가
될 것이라는 점이 예측될 수 있다.
다.
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항 중 '제2항'
부분, 이 사건 고시의 위헌 여부
(1)
시행령 제21조 제2항이 법 제42조의 위임범위
내인지 여부
시행령 제21조 제2항이
추가적으로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한 것은
인터넷의 경우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다는
표시를 화면에 띄우는 것만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차단 효과가 약하므로, 프로그램의 전자적
장치에 의해 소프트웨어가 선별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접근을 못하도록 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한 전자적 표시는
인터넷 매체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청소년을 유해매체물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표시방법의 하나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므로
시행령 제21조 제2항상의 '전자적 표시'는
법 제42조의 위임범위 내에 속하는 내용이다.
(2)
시행령 제21조 제3항의 재위임 허용 여부
시행령
제21조 제3항은 전자적 표시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정보통신부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 제21조 제3항에서
위임한 '전자적 표시'의 내용는 인터넷
매체를 통한 청소년유해 정보가 청소년에게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자적, 기술적
표시방법을 지칭한다고 볼 것이므로, 그
대강을 정하고 보다 구체적인 특정 사항을
다시 범위를 정하여 정보통신부장관고시에
다시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시행령 제21조 제3항이 재위임의 헌법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3)
시행령 제21조 제2항 및 이 사건 고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가)
현행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인터넷
정보라 하더라도 당연히 불법적인 것은
아니며, 청소년에게 차단되어야 하는 것일
뿐 성인에게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이 사건 고시는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된
인터넷 정보제공자에 대하여 일정한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인정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고시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에
대해서는 종전의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방법만으로는 청소년을 해당 유해정보로는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고시는 인터넷 매체의 특성에 맞추어
특정 전자적 표시를 하게 함으로써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경우 청소년을 음란·폭력성 등을
지닌 유해한 정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입법목적을 갖고 있다.
청소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이므로
사회공동체 내에서 책임 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입법자로서는
범람하는 음란성 인터넷 정보 혹은 폭력이나
반사회적 내용 등을 담고 있는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을 청소년으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고안해낼
필요성이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입법자가
청소년보호를 목적으로 이 사건 고시를
제정하여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공자에게 차단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게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서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 이 사건
고시에 따라 전자적 표시가 행해지면 해당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인정된 해당 인터넷 사이트나 페이지가
차단되게 되므로, 이러한 수단은 청소년을
인터넷상의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나름대로
효과적이고 적절한 것이다.
(라)
이 사건 고시는 인터넷을 통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는 경우 그 제공자에게 PICS 기술표준에
의한 특정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그러한 방법 외에 보다 덜 제약적인
방법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인터넷상의
유해 정보는 익명성과 전파성이 강하므로
단순히 "19세 미만 이용불가"
표시만으로는 청소년으로부터 차단하는
효과가 미약하며, 한편 인터넷상의 매체물에
대해서는 일반 유체물과 달리 기술적,
전자적 조작이 가능하므로 이를 통하여
보다 효과적인 청소년 보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유해매체물에
대하여 종전의 "19세 미만 이용금지"
표시만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청소년을 인터넷 유해매체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고시의 전자적 표시
외에 다른 방법이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것이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통하거나,
공인인증서에 의한 전자서명제도(전자서명법)를
이용하여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은
타인의 신상정보를 도용할 우려가 있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는 신용카드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위험이 있고 신용카드가
없는 성인은 이용할 수 없으며, 공인인증서에
의한 전자서명은 아직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한편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인터넷 환경에서 국가가
PICS와 같은 특정 기술표준과 특정 메타테그를
지정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즉 그러한 차단 기술을 벗어나는
새로운 기술이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고
또 국가가 새로운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달리 다른 방식으로 이 사건 고시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고시가 정하는 전자적 표시방법이
다른 덜 제약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고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인터넷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공익적
목적의 중요성이 인정된다. 반면 이 사건
고시에 의한 전자적 표시의무는 해당 정보의
내용에 관하여 통제하는 것이기보다는
그 사후조치로서 그러한 유해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차단될 수 있는 기술적 방법만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고시에
의한 전자적 표시의 효과는 부모나 성인이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했을 때에만 나타나고
설치된 차단소프트웨어도 임의로 제거될
수 있을 것이므로, 전자적 표시를 하였다고
해서 미성년 자녀를 둔 모든 성인들에게
해당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며 정보의
차단 여부는 결국 각 성인이 스스로 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본권 제한의 효과와
내용면에서 볼 때 이 사건 고시가 추구하는
공익은 사익에 비하여 균형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기타 청구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동성애에 관한 알권리
및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우선
청구인이 자신의 동성애 사이트가 왜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청소년에게 차단되어야 하느냐는 것을
다투는 취지라면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과
무관하다. 즉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결정은
청소년보호법 및 그에 따른 구체적, 개별적인
행정처분(고시)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나
청구인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처분
자체는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청구인이 '전자적 표시'
자체가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라 해도, '전자적
표시' 의무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의
후속적인 방법적 제약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전자적 표시를 강요한다고 해서 청구인의
여하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2) 청구인은 청소년의
알권리 침해를 주장하나, 엑스존과 같은
동성애사이트를 볼 권리의 제한은 이미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결정제도 및 구체적인
고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전자적
표시의무'는 그 후속적인 표현 방법상의
제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고시 자체가
청소년의 알권리를 새로이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은 성인의
알권리 침해를 주장하나, 이 사건 고시에
의한 전자적 표시제도는 통상 성인이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하였을 경우에만 작동되는 것이므로
성인의 알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조항은 인터넷
매체가 가지는 특징에 기인하여 일반적인
표시의무에 부가하여 기술적,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다른 매체와의 차별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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