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구조와 속성을 통해 바라 본 론스타 사건
검찰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적 로비에 의해 이루어진 불법적 수의계약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론스타 임원들과 금감위, 금감원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 결과와 향후 법원의 판단 및 이해관계자들의 태도 여하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쟁송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달 말 론스타는 국민은행과의 인수계약 파기의 책임을 검찰로 돌렸고, 뉴욕 현지의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 타임즈와 같은 언론들은 한국엔 보호주의 정서가 여전하다거나 론스타의 막대한 이익 실현에 대한 한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론스타에 화답했다. 그런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불법’으로 규정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 뉴욕 타임즈는 발표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고 추가적인 논평은 자제하고 있는 것같다. 아무리 사모펀드라 할지라도 투자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에 마침 “Private Investment Funds” 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수업을 통해 좀더 깊이 있게 알게 된 미국식 사모펀드의 구조와 속성이 론스타의 지난 행보를 이해하고 향후 행보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아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미국식 사모펀드를 도입한지는 이제 2년 정도 되었고, 아직 초창기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근대적 사모펀드 산업은 2차 대전 이후에 시작된 후 1980년도에 들어서는 본격적인 투자대상으로 인식되었다. 1980년도에 113개에 불과했던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Private Equity Firm)는 2005년 현재 1,600개가 넘었고, 펀드 운용규모도 45억 달러에서 771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올 한해 미국 내 최고가의 M&A 가운데 5건을 사모펀드가 주도할 정도로 미국 자본주의 경제의 활력소로 평가 받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과열 양상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하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미국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개인 연금(Private Pension Plan), 공공 연금(Public Pension Plan), 고액 자산가(High Net Worth Individual), 대학기금(University Endowment) 및 사적 재단(Private Foundation), 그 외 생명보험회사, 금융지주회사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사모펀드 투자는 전통적인 뮤추얼 펀드보다 높은 리스크(High Risk)를 가진 투자이고 또 높은 수익(High Return)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투자대상이 되었고 펀드 운용방법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 또한, 사모펀드는 아무런 실체가 없고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한 투자기구(Special Purpose Vehicle)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기업에게 요구될 수 있는 커뮤니티내에서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같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규(증권거래법, 투자회사법, 투자자문법 등)는 기본적으로 준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사모펀드의 구조와 속성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이해도도 매우 높은 편이어서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 GP)과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 사이에 운용보수(Management Fee)의 규모, 지급시기 및 방법과 성과보수(Carried Interest)의 산정 및 반환(GP Clawback)에 대해 매우 치열한 협상이 벌어진다.
한편, 외환은행 매각에 관한 론스타의 행보는 미국식 사모펀드의 수익 배분 구조를 이해할 경우 좀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같다. 미국식 사모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GP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LP의 투자액에 대하여 대개 연 8%의 우선적 배분권(Preferred Returns)을 인정하고, 이후 LP에 대한 우선적 배분액에 대해 사전에 정해진 분배비율(대체로 LP:GP=80%:20%) 만큼 우선 보전받은 후(Catch-Up), 남은 이익을 분배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구조(Waterfall)를 가진다. 따라서 GP 입장에서는 투자대상기업(Portfolio Company)으로부터 수익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경우 가능한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여 LP에게 배분해야 자신에게 배분되는 몫을 보장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LP에 대한 우선 배분액의 규모를 줄여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배분되는 금액의 규모를 늘릴 수 있다. 또한, 투자금의 조기 환급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운용능력 지표인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대상기업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수익이 충분하여 GP에게 최소한의 수익이 보전되고 향후 투자대상기업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GP 입장에서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규모가 투자액(약 1조 3천억원)의 3배 이상(국민은행에게 매각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약 4조 9천억원)임을 고려할 때, GP인 론스타는 LP들에게 우선 배분액을 지급하더라도 자신이 몫이 충분하다. 더욱이 론스타는 연 2%에 달하는 운용보수를 계속 향유할 수 있고, 향후 외환은행의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면 LP들에 대한 우선 배분액의 규모를 줄이고, IRR도 높일 수 있다.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파기한 것은 검찰 수사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수익성 계산에 근거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불법’ 규정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법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되어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할 경우 LP들에게 지급해야 할 우선 배분액이 증가하고 IRR도 악화될 것이어서 론스타로서는 배당금 수령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로 론스타가 당장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고 떠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이지만, 여타의 사정을 고려할 때 결국 일정한 이익을 실현하고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결말은 외환은행 정상화를 위해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한국의 금융자본이 다양한 형태로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고 있고,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의 사모펀드들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날도 머지 않았다. 한국의 사모펀드들이 동남아시아의 국영, 민영 기업들을 인수하여 구조조정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한 후 IPO를 하거나 이를 매각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경우 론스타와 유사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해 기업이 속한 커뮤니티의 정치, 사회, 문화, 법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식 사모펀드에서는 찾기 어려운, 커뮤니티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양적 운용 철학을 가진 사모펀드가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미국 Columbia University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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