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변호사와 함께, 즐겁게 일하기◇

가끔 변호사 같지 않다는 얘기를 듣는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자화자찬을 하자면, 잘 웃고 편안한 인상이 변호사 같지 않단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변호사라고 하면 좀 권위적이고 딱딱하다고 여기나 보다. 변호사를 만날 기회가 없었거나 많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점점 여러 방면에서 변호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법과 규정, 그리고 이를 안내하는 변호사는 여러분 바로 곁까지 다가와 있다. 변호사는 비싸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려운 일을 같이 하는 이웃이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이 글에서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여러분의 이웃이 되어가는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문료는 어떻게 산정하는지, 어떻게 하면 변호사와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는 변호사 중에서도 소위 '자문변호사'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지켜야 할 법규나 절차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계약을 체결할 때나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 미리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변호사를 편의상 '소송변호사'에 대비하여 '자문변호사'라고 부른다. 취급하는 업무영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문변호사는 어떤 사업이나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사업이나 거래구조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지,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검토하면서 거래 당사자들과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된다. 자문변호사는 당사자가 예정한 거래가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도록 안내하는 안내자이자, 거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각각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주는 위험관리자이자,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자라 할 수 있다.

이런 법률자문에 대하여는 소송수임처럼 일정액의 수임료를 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거래의 경우에는 정액의 수임료를 정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의 진행 속도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Time Charge' 방식으로 법률자문 수수료를 산정한다. 'Time Charge'는 변호사가 해당 업무를 하면서 들인 시간에 변호사의 시간당 요율을 곱한 금액을 법률자문료로 청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에 대해서 맨 먼저 '자기가 청구한 금액을 자기가 정한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국의 법률회사들은 주요한 법률자문료 산정방식으로 'Time Charge'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농담 중에 이런 자문료 산정방식을 풍자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 중 한가지만 소개한다.

"어떤 젊은 변호사가 갑자기 죽어서 천국심사관한테 갔다. 그 앞에서 자기는 아직 올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천국심사관 왈, 당신은 이미 죽어도 오래 전에 죽어야 할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천국심사관이 뭘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들여다보았더니 그는 젊은 변호사의 Time Sheet(변호사들이 자기가 일한 시간과 내용을 적는 서류)을 들고 있었다"

사용하지도 않은 시간을 자유롭게 쓴 것처럼 기재할 수 있다면 'Time Charge'는 정말 불합리한 방식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변호사 자신의 도덕성이 사용한 시간을 정직하게 기재하는 가장 중요한 필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필터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평가다. 변호사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어떤 일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같은 수준의 일을 어느 정도의 시간에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경륜이 더 많은 변호사는 같은 일을 더 적은 시간에 소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자문료 금액으로 나타나겠지만, 자신과 일하는 변호사가 어떤 일을 어느 정도 시간 내에 처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이거 내 무덤을 내가 파는 것은 아닌지…).

변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상당히 비싼 서비스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실제 도움도 많이 받고 즐겁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다. 비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변호사에게 의뢰할 일의 범위와 주제를 잘 정리하는 것이 좋다. 우선 거래의 목표와 함께 전제로 삼아야 할 사실들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전제사실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결국 법률자문수수료가 너무 많이 나오게 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금액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제되는 사실이 많으면 많을수록 검토해야 할 범위가 줄어들고, 일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줄어든다. 물론 당사자들이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도와주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이다. 다만, 그 노력을 변호사와 당사자들이 함께 할 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변호사와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밀도가 변호사와 당사자 사이의 신뢰에 비례한다고 믿는다. 변호사와 당사자는 서로 업무 자체의 내용에 대하여 원활한 의사교환이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처리하면서 상호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간과했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도 많은 것이 좋다. 이러한 대화는 변호사를 더 이상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상대방이 아니라 즐거운 업무 파트너로 만들어줄 것이다. 변호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의 격려와 충고를 기다리며 오늘의 수다를 마친다.

이병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