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全孝淑 재판관)는 2005년 5월 26일 재판관 6:2의 의견으로 누진과세제도 하에서 혼인한 부부에게 조세부담의 증가를 초래하는 부부자산소득합산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구 소득세법 제80조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1998. 10. 14. 제주세무서장이 제청신청인의 처 김정순의 1994년도 이자소득 9,000만원을 제청신청인의 근로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을 하자 위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항소 역시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함과 아울러 그 소송계속 중 위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구 소득세법(1974. 12. 24. 법률 제2705호로 전문개정된 후 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8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고,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소득세법(1974. 12. 24. 법률 제2705호로 전문개정된 후 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80조 (자산소득합산과세) ① 생계를 같이하는 동거가족으로서 다음 각호에 게기하는 거주자(이하 "자산합산대상가족"이라 한다) 중 이자소득(분리과세이자소득을 제외한다)·배당소득(분리과세배당소득을 제외한다)과 부동산소득이 있는 자가 있는 때에는 그 자산합산대상가족의 그 소득(이하 "자산소득"이라 한다)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된 소득자(이하 "주된 소득자"라 한다)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주된 소득자의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세액을 계산한다.
2. 주된 소득자의 배우자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자산소득합산대상배우자의 자산소득이 주된 소득자의 연간 종합소득에 합산되면 합산전의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소득세액이 더 증가하게 되어 합산대상소득을 가진 부부는 자산소득이 개인과세되는 독신자 또는 사실혼관계의 부부보다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바, 특정한 조세법률조항이 혼인을 근거로 혼인한 부부를 혼인하지 아니한 자에 비해 차별취급하는 것이라면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나.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산하여 과세하는 취지는 자산소득을 부부간에 분산하여 종합소득세의 누진세 체계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단위별 생활실태에 부합하는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며,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하여 중과세하여 소득의 재분배를 기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자산소득의 인위적인 분산에 의한 조세회피행위 방지라는 목적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증여추정규정 또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상 조세포탈 목적으로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한 경우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는 규정 등에 의해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여 부부의 일방이 혼인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부부가 각자 관리, 사용, 수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에서 발생한 자산소득까지 배우자(주된 소득자)의 종합소득으로 보아 이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자산소득이 불로소득으로서 근로소득 등에 비해 담세력이 높기 때문에 중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자산소득이 있는 모든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누진세율의 적용에 의한 소득세부과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소득이 있는 모든 납세의무자 가운데 혼인한 부부에 대하여만 사실혼관계의 부부나 독신자에 비하여 더 많은 조세부담을 가하여 소득을 재분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 볼 수 없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여 맞벌이 부부의 수가 늘어나고 법률혼 외에 사실혼관계의 남녀가 증가하는 등 전통적인 생활양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혼인한 부부가 사실혼관계의 부부나 독신자에 비하여 조세부담에 관하여 불리한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실혼관계의 부부와 혼인한 부부는 소비단위라는 면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인한 부부에게만 자산소득을 합산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부부의 자산소득을 단순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부 중 소득이 적은 일방의 경제적 활동을 저해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입법정책적 법익에 불과한 반면,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것은 헌법이 강도 높게 보호하고자 하는 혼인을 근거로 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이다. 그러므로 법익의 일반적·추상적 비교차원에서 보거나, 차별취급으로 인한 부작용의 면에서 보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산의 특성, 부부 경제생활관계의 실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부의 자산소득을 무조건 단순합산하여 과세하도록 하는 것은 혼인한 부부를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사실혼관계의 부부나 독신자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 반대의견(재판관 權誠, 宋寅準)
가. 부부간의 자산소득에 대하여 과세함에 있어서 그 과세단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각 나라의 정치·경제적 여건, 조세관련법령 및 제도, 조세행정의 효율성, 국민들의 법감정, 자산소득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고, 공평과세와 혼인제도 사이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정이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라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
나. 부부가 된 남녀는 각자의 소비단위로서의 개별성을 자산소득과 같은 일정분야에서 상당부분 상실하므로 소비단위로서의 개별성을 온존하고 있는 미혼의 남녀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사실혼관계의 부부는 이들을 공동체적인 소비단위로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명백히 부각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해서도 자산소득을 합산과세하기 위해서는 사실조사와 증거수집에 다대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고 소비공동체인지 아닌지를 인정함에 있어 자의가 개입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에 대하여 합산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리고, 자산소득은 그 소득의 원천이 근로나 사업 등의 노력 없이 부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불로소득으로서 근로소득 등에 비하여 담세력이 높기 때문에 중과세하는 것이 오히려 조세공평의 원칙에 합당하다.
이와 같이, 소비단위에 있어서 혼인한 부부를 독신자나 사실혼관계의 부부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의 누진세제 체계로 인하여 자산소득합산제도의 적용을 받는 부부가 그 대상이 되지 않는 독신자나 사실혼관계의 부부보다 불이익한 취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생활실태와 자산소득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비단위별 담세력에 부합하는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 근거가 있다 할 것이다.
4. 관련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 8. 29. 부부자산소득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된 후 2002. 12. 18. 법률 제67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결정(2001헌바82)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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