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曉鍾 재판관)는 2005년 5월 26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령에 정하는 바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유가증권의 시세고정·안정 목적의 매매거래등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증권거래법(1997. 1. 13. 법률 제5254호로 개정되고, 2002. 4. 27. 법률 제66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7조의2 제2호 중 제188조의4 제3항에 관한 부분 및 같은 법 제188조의4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위헌제청신청인은 2000. 3. 경부터 2002. 4. 12. 까지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의 임직원들이나 퇴직한 임직원들에게 자금을 대여하여 그 자금으로 자사주식을 매수하게 한 후 회사에서 일괄 관리하면서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유통물량을 줄여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주가를 적정수준으로 안정시켰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고, 2002. 10. 16. 위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자 항소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계속 중 구 증권거래법(1997. 1. 13. 법률 제5254호로 개정되고, 2002. 4. 27. 법률 제66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07조의2 제2호 중 제188조의4 제3항에 관한 부분 및 제188조의4 제3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바,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3. 8. 7.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 제207조의2 제2호 중 법 제188조의4 제3항에 관한 부분 및 법 제188조의4 제3항의 위헌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07조의2(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생략
2. 제188조의4의 규정에 위반한 자
법 제188조의4(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의 금지)
③누구든지 단독 또는 공동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위반하여 유가증권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의 매매거래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지 못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 제188조의4 제3항
○ 위 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위반하여 유가증권의 시세 고정·안정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바에 위반하여"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과 "대통령령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 모두 가능한데, 전자의 경우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일반적인 시세의 고정·안정행위는 허용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에서 허용하는 시세의 고정·안정행위 외에는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 된다.
한편, 위 조항의 수권을 받은 증권거래법시행령 제83조의8 제1항은 법 제188조의4 제3항이 금지하고 있는 유가증권 시세의 고정·안정행위의 범위를 유가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과 관련된 안정조작 또는 시장조성에 한정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안정조작 또는 시장조성이 법 제188조의4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구체적 대상인지 아니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인지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 제188조의4 제3항의 불명확성은 시행령 제83조의8 제1항에 의하더라도 해결되지 않고, 관련 법률조항들을 고려하여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의 의미가 일의적으로 파악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법 제188조의4 제3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 일반적으로 증권시장에 관하여는 법률로서는 기본적인 사항만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 등에 위임함으로써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위 조항의 위임을 받은 시행령 제83조의8 제1항은, 1974. 12. 31. 최초로 해당조항이 신설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조문의 위치 및 일부 사소한 부분의 표현만이 변경되었을 뿐 기본적인 내용에 있어서 동일성을 유지하여 왔으므로, 위 조항이 형벌법규의 위임 요건인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
유가증권 시세의 고정·안정행위 전반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의 안정조작행위에는 유가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협의의 안정조작 및 시장조성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포함되므로 법 제188조의4 제3항은 거래소 및 협회중개시장에서의 안정조작행위 전체를 광범위하게 규율 대상으로 삼게 되는바, 법 제188조의4 제3항은 규율대상인 안정조작행위에 관하여 아무런 위임기준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위와 같이 광의의 안정조작행위 중 어떠한 형태의 행위가 대통령령에서 허용되고 금지될 것인지를 위 조항 자체로부터 예측하기 어렵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더라도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범위가 곧바로 도출되지 아니한다.
결국, 법 제188조의4 제3항 자체에서 안정조작행위와 유가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과의 관계에 대한 기준을 규정하지 않는 한 대통령령에서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도 일탈한 것이다.
○ 그러므로, 법 제188조의4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 제207조의2 제2호 중 법 제188조의4 제3항에 관한 부분
법 제207조의2 제2호와 관련하여 형벌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법 제188조의4 제3항이 위헌으로 판단되는 이상 처벌조항인 법 제207조의2 제2호 중 법 제188조의4 제3항에 관한 부분 또한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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