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權誠재판관)는 2005년 5월 26일(목)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검사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수용자에 대한 계구사용을 원칙으로 정한 계호근무준칙은 위헌이며, 이 사건 청구인이 검사 조사실에 소환되어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도주 등의 구체적 위험이 없음에도 포승과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조사를 받도록 한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재독 사회학자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입국한 다음 수사를 받다가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었다. 청구인은 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았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동안 포승과 수갑으로 결박된 채 조사를 받았다.
청구인은 2004. 1. 16. 위와 같은 계구사용으로 인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피청구인의 위 계구사용행위 및 검사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수용자를 계구로 결박해서 계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계호근무준칙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심판대상은 다음 두 가지이다.
① 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청구인이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수갑과 포승으로 계속 청구인의 신체를 결박해 둔 피청구인 산하 교도관의 행위의 위헌 여부
② 계호근무준칙(2000. 3. 29. 법무부 훈령 제422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 제1, 2호의 위헌 여부
위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호근무준칙 제298조(검사조사실 근무자 유의사항) 검사조사실 계호근무자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야 한다.
1. 계구를 사용한 채 조사실 안에서 근접계호를 하여야 한다.
2. 검사로부터 조사상 필요에 따라 계호근무자의 퇴실 또는 계구의 해제를 요청받았을 때에는 이를 거절하여야 한다. 다만,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계호근무준칙의 위헌성
수형자나 미결수용자에 대한 계호의 필요에 따라 수갑, 포승 등의 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구금된 자라는 이유만으로 계구사용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계구사용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의 추가적 제한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계구사용은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절차에서는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하므로 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검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심지어는 검사의 계구해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준칙조항은 원칙과 예외를 바꾼 것으로서 기본권은 원칙으로 최대한 보장하고 예외로 최소한도로만 제한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기본권보장원칙에 어긋나게 신체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여 이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계구사용의 위헌성
검사 조사실은 도주 등의 위험도가 교도소나 구치소에 비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없지 않지만 이러한 위험 요소는 출입문을 일시적으로 시정하고 다른 사람의 출입을 일시 금하며 검사 조사실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적절히 선택하고 비치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상당 정도 제거가 가능하다. 그리고 계구의 해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도주나 자해 등의 위험이 다른 경우에 비하여 높다고 인정되는 피의자에 대하여 사전에 계호를 강화하는 조치(계구의 사용을 포함한다)를 예외적으로 강구하는 것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청구인은 2003. 10. 24.경부터 11. 6.까지 사이에 10일 동안은 피의자 신문을 받는 동안 거의 계속하여 계구로 결박된 채 있었고 그 중 3시간 이상 계속 결박상태에서 피의자 신문에 응한 날을 가려보아도 5일 이상이나 된다. 청구인이 도주를 하거나 소요, 폭행 또는 자해를 할 위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며, 청구인의 충동적인 자해의 위험에 관하여도 이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예견되었다는 사정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수일간, 장시간에 걸쳐 피의자 신문을 하는 동안 계속 계구를 사용한 것은 막연한 도주나 자해의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한 대응으로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준수되어야 할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심리적 긴장과 위축으로 실질적으로 열등한 지위에서 신문에 응해야 하는 피의자의 방어권행사에도 지장을 주었다는 점에서 법익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반한다.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검사 조사실은 일반적으로 도주나 폭행.자해.자살방지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고, 계호인력도 부족하며,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미결수용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계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조사를 하는 동안 계구를 사용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청구인은 당시 북한의 해외공작원인가의 여부와 관련하여 비상한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와중에서 구금되었고, 국가보안법위반등 혐의사실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이 조사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막아 청구인과 타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지키고 시설내의 질서유지를 확보하는 것은 구체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긴절한 것이어서 계구사용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 준칙조항은 행형법 및 동법시행령을 근거로 검사조사실 내에서의 계구사용에 관하여 필요한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고 본다.
4. 결정의 효력
이 결정은 신체가 구금된 수용자라 하더라도 계구사용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도주, 폭행, 자해 등의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필요한 한도내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판례(2004. 12. 18. 2001헌마163) 취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특히 검사 조사실에서의 피의자 신문에 대해서는, 계구사용으로 인하여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를 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도주, 폭행, 자해 등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 사건 준칙조항은 이러한 원칙과 예외를 전도하였다는 점에서 위헌으로 판단된 것이고,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당시 피의자로서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응하였던 청구인에게 구체적인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보이지 않았음에도 위와 같이 여러 날, 장시간에 걸쳐 계구를 사용한 것은 그 필요성에 상응하지 않는 과도한 사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검사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수용자, 특히 미결수용자인 피의자에 대한 계구사용은 위와 같이 개별적으로 도주 등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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