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송년회 지평 노래자랑에 대한 단상 - 김금선 변호사◇
그러니까 벌써 지금으로부터 3개월전이다. 처음 지평 송년회에서 팀별 노래자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지평의 정식 식구로서는 처음 보내는 송년회였고, 예비 식구의 신분이었던 2003년의 송별회는 늦게 참석하여 지평의 노래자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로 인하여 나는 결국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프로들은 층별로 대표를 뽑아 참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나는 1년차라는 이유로, 그리고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푸하하~~^^) 6층의 대표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어느 층에서는 층별 예선을 통하여 대표를 뽑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약간은 걱정도 되었으나, 노래자랑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6층 회의에서도 별로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아 계속 고민만 하였다. 그때는 괜찮은 노래 하나 선정해서 잘 부르면 되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기도 하다.
결국 일을 핑계로 시간만 보내다 금방 송년회 바로 전날이 되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집에서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노래들을 따라 흥얼거리면서 대충 준비를 하였지만 왠지 불안하였다. 그리고 송년회 당일. 아침에 연경씨가 노래 선곡을 하라고 해서 왁스의 ‘부탁해요’를 주문했다. 그 때 연경씨가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었는데, 그 때 이미 연경씨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지평 식구들의 엄청난 노래실력과 준비성을 말이다. 그래도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대로 그 노래를 하기로 하였다. 막상 점심 때가 되니까 모 층에서 노래방에 가서 노래연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결국 불안해진 나는 점심을 먹고 모 변호사님과 노래방에서 연습을 해보자고 하면서 노래방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선릉역 주변을 20여분간 방황하면서 헤매고 다녀도 그 시간에 문을 연 노래방은 없었다(정장입은 멀쩡한 사람들이 대낮에 노래방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누가 봤다면 참 어이없어 했을 것이다). 허탕을 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무대의상은 준비됐냐고 물어오는 분이 있었다. 헉!! 그런 것도 준비하는 것인가…나는 갈수록 좌불안석이 되어갔다.
드디어 송년회. 1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재치있는 사회자들의 진행으로 순식간에 흘러갔다. 드디어 노래자랑시간.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출연자로 예정된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코트를 두르고 앉아 있더니 갑자기 자기 차례가 되자 코트를 벗어던지며 환상적인 공연을 펼치었다. 다행히 난 1번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어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역은 피할 수 있었으나,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우리 지평 식구들은 저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데, 모두가 흥겹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저렇게 많은 준비를 했는데 난 도대체 무엇을 한건가 싶었다. 난 이것저것 핑계만 대면서 결국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충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기로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자신이 과연 그렇게 살고 있나 다시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지평 식구들을 떠올리려고 한다. 지평 식구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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