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全孝淑 재판관)는 2004년 10월 28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고 2000. 1. 21. 법률 제6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금융감독위원회는 1999. 9. 14. 대한생명에 대하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을 근거로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아울러 같은 법 제10조 제1항 내지 제5항, 제12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7항 내지 제9항을 근거로 예금보험공사가 1,000만주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증가와 위 증자에 의거 예금보험공사에서 출자한 금액을 제외한 기존 주식 전부를 소각하는 자본감소를 명령하였다.
청구인 최순영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대한생명의 주주 또는 이사들로서 서울행정법원에 금융감독위원회의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서울행정법원 99구27596 부실금융기관결정등처분취소)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서울행정법원 99아667)을 하였다. 그런데, 위 법원에서는 1999. 9. 30.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청구인들이 제기한 소에 대하여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이 흠결된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함과 아울러 위 위헌제청신청를 기각하였는데, 청구인들은 항소를 하면서(서울고등법원 99누1340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1999. 10.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2000. 3. 22. 청구인들에 대하여 항소를 기각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이 대법원에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이 계속중이다(대법원 2000두2648).
2. 심판의 대상 및 관련규정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고 2000. 1. 21. 법률 제6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3. “부실금융기관”이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가.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 부채가 자본을 초과하는 금융기관 또는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한 금융기관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 또는 예금자보호법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예금보험위원회가 결정한 금융기관. 이 경우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미리 정하는 기준에 의한다.
제10조 (적기시정조치) ①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에 미달하거나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의 재무상태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에 미달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예방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하여 당해 금융기관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항을 권고·요구 또는 명령하거나 그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하여야 한다.
1. 금융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주의·경고·견책 또는 감봉
2. 자본증가 또는 자본감소, 보유자산의 처분 또는 점포·조직의 축소
3. 채무불이행 또는 가액변경 등의 위험이 높은 자산의 취득금지 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에 의한 수신의 제한
4. 임원의 직무정지 또는 임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관리인의 선임
5. 주식의 소각 또는 병합
6.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
7. 합병 또는 제3자에 의한 해당 금융기관의 인수
8. 영업의 양도 또는 예금·대출 등 금융거래에 관련된 계약의 이전(이하 “계약이전”이라 한다)
9. 기타 제1호 내지 제8호에 준하는 조치로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
② 금융감독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이하 “적기시정조치”라 한다)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그 기준과 내용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제12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등의 출자등) ①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이 계속된 예금인출 등으로 영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부 또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정부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당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출자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요청에 의하여 정부등이 부실금융기관에 출자하는 경우 당해 부실금융기관의 이사회는 상법 제330조·제344조 제2항·제416조 내지 제418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발행할 신주의 종류와 내용, 수량, 발행가액, 배정방법 기타 절차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③ 금융감독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청에 따라 정부등이 출자를 하였거나 출자를 하기로 결정한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특정주주(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자한 정부등을 제외한 주주 또는 당해 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하는 주주를 말한다. 이하 같다)가 소유한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유상 또는 무상으로 소각하거나 특정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일정비율로 병합하여 자본금을 감소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④ 부실금융기관이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본감소를 명령받은 때에는 상법 제438조 내지 제441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당해 부실금융기관의 이사회에서 자본감소를 결의하거나 자본감소의 방법과 절차, 주식병합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에 대하여
○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법률에 의한 수권으로써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는 당해 행정기관이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다만, 형식의 선택에 있어서 규율의 밀도와 규율영역의 특성이 개별적으로 고찰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입법자에게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라면 행정부에게 필요한 보충을 할 책임이 인정되고 극히 전문적인 식견에 좌우되는 영역에서는 행정기관에 의한 구체화의 우위가 불가피하게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영역에서 행정규칙에 대한 위임입법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 한편,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재산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은 부실금융기관을 결정할 때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의 기준에 관하여, 위 법률 제10조 제1항, 제2항은 적기시정조치의 기준과 내용에 관하여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에 위임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입법위임된 사항은 전문적·기술적인 것으로 업무의 성질상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로 위임함이 불가피한 사항일 뿐만 아니고, 위 각 법률규정 자체에서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로 규제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위 규정으로부터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어서, 포괄위임입법금지를 선언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에 대하여
○ 부실금융기관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당해 금융기관의 주주를 포함하여 채권자인 예금주, 당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다수의 기업과 개인 및 당해 금융기관과 거래관계에 있는 여타 금융기관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한 재산적 손실을 입을 것이 예상되고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매우 크므로, 금융거래의 안전과 예금자보호 등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하여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등의 출자를 통하여 이를 회생시키고자 하는 것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2조의 입법목적이다.
○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에 의한 자본금증가 및 감소명령은, 금융감독기관이 국민부담인 정부출자를 통해서라도 부실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하여 공적 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서 부실금융기관의 자본금을 실질에 맞추어 조절하는 불가피한 조치이자 동시에 기존의 주주에게 그 손실을 분담시키는 조치이다.
○ 부실금융기관의 주식은 국가의 증자나 감자명령에 의하여 그 가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부실경영으로 말미암아 증자나 감자명령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 당시 이미 영(0)에 가까운 상태나 또는 영(0)으로 그 가치가 감소한 것이다. 따라서 자본금증가나 감소의 방법으로서 비록 외형상으로는 국가에 의한 주식가치의 박탈 또는 하락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주주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조치가 아니라 증자나 감자명령 당시 자유시장에서 형성된 주식의 실질가치를 단지 확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주주들은 위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단지 부실기업을 정리하거나 또는 정상화하는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 국가의 간섭을 받음으로써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 당할 뿐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은 주식을 자유롭게 이용·수익·처분하는 주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 대형금융기관과 같은 대기업의 주식에 대하여는 그의 강한 사회적 연관성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정당화된다는 점,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국가에게 부실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방안으로서 자본증가나 감소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 감자명령의 경우 자본감소에 이의가 있는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당시 주식의 실질가치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위 법률조항들은 국민경제의 안정을 실현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필요한 수단이며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과 개인이 입는 기본권제한의 효과를 비교하더라도 양자 사이에 적절한 균형관계가 인정되므로, 위 법률조항들은 주주의 재산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이념은 경제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하여 추구할 수 있는 국가목표로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행위를 정당화하는 헌법규범이므로,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고려될 수 없다.
다. 따라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반대의견(재판관 權誠, 周善會, 李相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하므로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위헌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 우리 헌법은 제40조에서 국회입법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예외적으로 법규명령으로 대통령령, 총리령과 부령 등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한편 우리 헌법은 그것에 저촉되는 법률을 포함한 일체의 국가의사가 유효하게 존립될 수 없는 경성헌법이므로, 법률 또는 그 이하의 입법형식으로써 헌법상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에 입법사항을 위임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을 이렇게 해석한다면 위임에 따른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없이도 제정될 수 있는 집행명령(헌법 제75조 후단)에 의하여 규정할 수 있는 사항 또는 법률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내용만을 규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고 새로운 입법사항을 규정하거나 국민의 새로운 권리·의무를 규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은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을 ‘금융감독위원회가 미리 정하는 기준’에, 이 사건 법률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은 ‘적기시정조치의 기준과 내용’을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에 각 위임하고 있는 바, 이는 법규적 사항을 헌법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한 위임입법의 형식을 따르지 아니하고 법률에서 임의로 위임입법의 형식을 창조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사기업이 부실화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회사정리절차나 파산 등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를 밟아야지, 국가가 매번 부실기업에 대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부실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국민경제적 고려에서 불가결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하며, 이 사건의 경우 부실화된 대상기업이 일반 사기업이 아니라 국가경제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단지 부실화된 사기업이 금융기관이라는 점만으로는 전 국민의 부담 하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의 지원을 정당화한다고 볼 수 없고, 이로써 위 법률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이 국가지원의 사전적 단계로서 규정하는 강제적 자본금의 증가나 감소조치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시장경제질서에 부합될 수 없는 것으로 위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4. 관련 결정례
우리재판소는 2003. 11. 27.에 선고한 2001헌바35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 제12조 제3항에 대하여는 ‘결정이유의 요지’와 같은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
5. 결정의 의의
○ 이 사건 헌법소원의 당해사건은 금융감독위원회가 1999. 9. 14. 대한생명에 대하여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증가 및 감소를 명한 것에 대하여 대한생명의 대주주인 최순영을 비롯한 대한생명의 주주 또는 이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금융감독위원회의 위 각 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세인의 관심을 끈 사건이다. 위 당해소송은 제1심과 항소심에서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이 흠결된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되었고,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4년 10월 28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금융감독위원회가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증가 및 감소를 명한 처분의 근거가 되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여, 정부 등이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이를 정당화하는 위 법률조항들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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