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판결

 

 

 
시공사의 중도금 대출금 대위변제와 구상권


서울고등법원 2010. 4. 21. 선고 2009나104283 판결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1) 수분양자인 피고는 시행사인 A와 이 사건 점포를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금융기관인 B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았고, A와 시공사인 원고는 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다.

(2) 피고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당시, A와 원고가 B로부터 대출금을 중도금 명목으로 직접 수령할 수 있고, 분양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A와 원고가 중도금 명목으로 수령한 금원을 대출원리금 상환 명목으로 B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A와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B는 중도금 대출금을 원고 명의 계좌로 직접 입금하였다.

(3) A와 피고는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기에 이르렀는데, A는 피고에게 중도금을 반환하거나 B에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에게 이 사건 점포에 대한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4) 이후 A는 부도가 났고, 원고가 B에게 대출원리금을 대위변제하였다.

(5) 원고는 위 대위변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면서 가등기의 말소를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에 응하여 가등기를 말소하였다.

(6) 원고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역시 대출금을 직접 수령하는 등 실질적으로 A와 동일한 지위에 있어 피고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원고가 대출금을 직접 수령한 것은 공사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고 A와 동일한 지위에서 피고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① 시행사, 시공사 및 수분양자 사이에서, 시행사 및 시공사가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고, 위 대출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수령하며, 분양계약이 해제될 경우 수분양자에게 반환될 분양대금을 수분양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직접 금융기관에게 위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 위 약정에는 대출금의 미상환으로 인하여 추후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위 대출금을 대위변제하더라도 수분양자에게 구상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고, ② 이 사건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내용의 묵시적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③ 원고는 A의 피고에 대한 의무(분양계약의 해제에 따라 A가 피고에게 중도금을 반환하는 대신 위 중도금 상당액을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B에게 직접 상환할 의무)의 이행을 인수하였으므로 원고가 대출금을 대위변제한 것은 위 이행인수에 따라 자신이 A에 대하여 부담하는 대출금 상환의무를 스스로 이행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에 대하여 구상할 수 없고, ④ 가사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늦어도 가등기가 말소된 시점에는 피고에 대하여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권을 포기하였거나 피고의 구상책임을 면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해설
     
 

(1) 대상판결은 분양계약이 해제될 경우 수분양자에게 반환될 분양대금을 수분양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직접 금융기관에게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에 대출금의 미상환으로 인하여 연대보증인인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위 대출금을 대위변제하더라도 수분양자에게 구상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설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약정이 있는 경우들에 대하여 사안별로 나누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본 사안과 달리 중도금 대출금이 시행사 명의 계좌로 입금된 경우라면, 시공사가 자신이 대위변제하더라도 수분양자에게 구상하지 않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2) 대상판결은 본 사안의 경우 원고가 대위변제하더라도 피고에게 구상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분양계약 해제 시 피고에게 중도금 반환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분양계약 당사자인 A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직접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원고가 대위변제를 하고도 구상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을 하였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보입니다.

 

(3) 한편 대상판결은 분양대금이 시공사 명의의 계좌로 납입된 본 사안에서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분양대금을 대출원리금 상환 명목으로 지급할 시행사의 의무의 이행을 인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는 분양대금을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의 대위변제가 이행인수약정에 따른 의무이행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가사 이행인수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는 대위변제를 할 당시 이행인수약정에 따른 의무 이행을 한다는 의사였다기보다는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연대보증인의 지위에서 대위변제를 한다는 의사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원고의 대위변제를 이행인수약정에 따른 이행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4) 이와 같이 원고가 연대보증인의 지위에서 대위변제를 하였다고 본다면, 원고는 당초 구상권은 보유하였으나 피고의 가등기 말소에 대한 반대 급부로 자신의 구상권을 포기하였거나 피고의 구상채무를 면제하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일부 판단에 있어서 원고의 의사를 지나치게 의제한 측면이 있으나, 결론적으로 타당한 논거도 제시하였다고 판단됩니다. 대상판결은 결과적으로 분양보증제도의 보호영역 밖에 있는 상가 수분양자를 보호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