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회는 2010. 6. 30. 재개발ㆍ재건축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는「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개정안을 의결하였습니다. 개정 조례는 2010. 7. 16.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그 중 "사업계획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한 제도(조례 제48조 제2항)"는 시행시기를 10. 1.로 유예하였습니다(조례 부칙 제1조).
이번 조례 개정 전부터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성수지구 1~4구역, 한남재정비촉진구역 등에서 공공관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왔습니다. 법적 토대 없이 새로운 제도가 운영된다는 비판이 일자 국회는 2010. 4. 15.「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개정하여 제77조의4(정비사업의 공공관리)를 신설하는 등 공공관리제의 법률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공공관리제의 근거로 "시장ㆍ군수는 정비사업 투명성 강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ㆍ도조례로 정하는 정비사업에 대하여 사업시행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고, 공공관리자의 구체적 업무 범위 및 공공관리의 시행을 위한 방법과 절차, 기준 및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의 지원 등 필요한 사항을 시ㆍ도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서울시 조례는 위 도시정비법 제77조의4에서 수권을 받아 신설되었습니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상당수는 서울에서 행해지는데다 최근 경기도와 인천시도 조례 개정을 통한 공공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서 향후 대부분의 재개발ㆍ재건축은 공공관리제 틀에서 운영될 예정입니다. 도입 초기 과도기 시점에서는 새로운 제도의 적용 대상 및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용 이후 예상되는 법적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서울시 조례의 공간적 적용 범위를 보면, "정비구역 지정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재건축사업",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100명 미만으로서 주거용 건축물의 건설비율이 50% 미만인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해당합니다. 도입 논의 초기에는 구청장이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범위가 50개 구역 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이 와전되어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 구역이 50개인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으나, 예외적인 소규모 사업지를 제외하면 전 지역이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주민의사와 무관하여 강제 적용되며 2010. 5. 현재 470여 개 구역이 해당합니다.
적용시기와 관련해서는 부칙 규정을 유념해야 합니다. 공공관리제는 원칙적으로 시장이 정비구역을 지정 고시한 날부터 조합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때까지 적용되는데, 부칙에서는 경과규정으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조례 시행 당시 정비구역 지정 전에 이미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정비사업의 경우는 조례 시행일부터 조합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한 때까지 적용을 받습니다(부칙 제4조 제2항). 한편 조례 시행 전에 도시정비법에 따라 구청장에게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신청(도시정비법 제13조 제2항에 따른 신청)을 한 정비사업은 공공관리자가 '추진위원회 또는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업무지원'을 하지 않고 종전 규정에 따릅니다(부칙 제4조 제4항). 두 부칙 규정을 종합해 보면, 조례 시행 당시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신청을 했다면 추진위는 종전 규정에 따라 구성하게 되고 그 이후 단계에서부터는 시공자 선정 시까지 공공관리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번 개정 내용은 조례 시행 당시 도시정비법상 조합총회(법 제24조)에서 시공자 또는 설계자를 선정하지 않은 정비사업 분부터 적용되므로(조례 부칙 제5조), 2010. 7. 16. 이전에 시공자 또는 설계자를 선정한 사업장이라면 공공관리제 적용이 모두 배제됩니다. 종전 규정에 따라 사업이 진행됩니다.
조례 시행 시기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었던 조항은 부칙 제1조입니다. 공공관리제 핵심 조항의 시행시기를 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2010. 6. 10. 제안된 의안에는 이 조례가 공포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었으나, 수정안에서는 조례를 2010. 7. 16.부터 시행하도록 하되 시공자 선정시기와 관련된 조항만 10. 1.부터 시행하도록 시기를 늦추었습니다.
시기가 유예된 조항은 "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할 때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서를 반영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입찰에 부쳐야 한다"는 시공자 선정시기 조항입니다(조례 제48조 제2항). 시공자 선정시기를 규제하는 조항은 도시정비법에서도 수차례 개정되며 혼란을 거듭했었습니다. 2003년 제정된 도시정비법은 재개발ㆍ재건축을 구별하지 않고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건축ㆍ재개발ㆍ도시환경정비사업을 불문하고 건설회사는 시공자일 뿐 시행자가 될 수 없는 것으로 취급했습니다. 이후 건설회사를 배제하고는 재개발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2005년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개정하여 재건축에서만 시공자 선정시기를 규제합니다. 재개발사업에서는 건설회사로 하여금 공동시행자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두었습니다. 이후 2006년 시공자 선정시기에 대한 법문은 "재개발사업조합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개정됩니다. 2006년 개정은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자본과 사업수행 노하우를 갖춘 건설회사의 참여 없이는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2009년에 이르러 재개발ㆍ재건축을 구분하지 않고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또 개정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거듭된 개정을 거쳐 현행 도시정비법은 어느 조합이든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 조례는 위와 같은 변천을 거슬러 올라 다시 2003년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로 회귀한 셈입니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법률과 달리 규정한 개정 조례의 효력이 무효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법론적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도시정비법은 단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는 뜻이므로 개정 조례가 법률우위의 원칙에 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조례에는 포괄위임이 허용된다는 취지에서 "지방의회는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다(헌법재판소 2008. 5. 29. 2006헌바78결정 등)"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개정 조례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과거 조항으로 복귀하는 개정 조례의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시공자 선정시기 조항이 변경될 때마다 시장의 혼선이 증폭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특히 조합설립 이후 아직 시공자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가계약을 통해 대여금을 지원받은 조합의 채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현실적 문제입니다. 시공자로 선정되려는 건설회사는 가계약 후 조합의 운영비로 매월 수천만 원까지 지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관행으로는 가계약사가 시공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조합은 새로 선정된 시공자로 하여금 대여금을 책임지도록 하고 새로운 시공자가 이를 인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10. 1.부터는 시공자 선정이 사업시행인가 후로 미뤄지고 공공관리제 도입에 따라 시공자 선정 방법에 변화가 생기면서 종래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게 됩니다. 조합은 10월 1일 전에 총회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되면 시공자를 선정절차를 밟고, 그렇지 못할 경우 서울시에서는 공공관리제 본격 도입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공공관리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공자가 수행하던 시행기능을 공공관리자가 온전하게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도시정비법에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제한하는 개정을 했다가 다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돌이킬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는 시공자가 수행하던 시행기능을 수행할 대안 주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공자 선정제한의 법적 의미는 시공과 시행을 주도하던 건설회사로부터 시행기능을 박탈하는 것이었는데, 진공 영역을 채우기 위해 고안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건설회사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습니다. 시행 기능을 채울 주체가 공백으로 비어 있는데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공공관리제도에서는 "공공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시장ㆍ군수가 부담"하도록 하고(도시정비법 제77조의4 제4항)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을 통해 안정적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하려 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일방적 정책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례에서도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용역 및 선거관리위원회 위탁비용'과 '위탁관리 수수료'를 구청장이 부담하도록 하고(조례 제45조), 시장이 그 비용을 다시 구청장에게 지원할 수 있는 장치도 두었습니다(조례 51조). 자금력 없이는 시행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공관리자가 조합을 조력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아가 지출되는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며, 사업의 선순환을 위해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공동체로 환원할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행기능을 보조하기 위해서는 자금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도시정비사업의 관련 법령을 숙지하고 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일선 행정청에서 얼마만큼 도시정비법령과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고 적절한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새로운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은 많은 사람이 첨예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 사적 자치에만 맡겨 두던 법률관계가 행정법 영역으로 포섭되고 있고, 공공관리제가 도입되면서 행정청이 더 깊숙이 정비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행정청은 관련 법령 및 조례를 토대로 세부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시장의 선택과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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